2019-02-19 13:56 (화)
현상문예 소설부문 가작 - <조용한 식탁>
현상문예 소설부문 가작 - <조용한 식탁>
  • 고대신문
  • 승인 2008.04.04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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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사람을 죽였다. 피에 젖은 여행 가방을 끌고 와 벽장 속에 넣어두었다. 동생은 지금 욕실에서 샤워중이다. 나는 욕실 앞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청바지, 티셔츠, 브래지어와 팬티를 집어 세탁기 속에 집어넣는다. 샤워기 물이 쏟아지는 소리 사이로 동생은 배가 고프다고 말한다. 나는 부엌에 들어와 냉장고 문을 연다. 낮에 마트에 다녀오기를 잘했다. 냉동실에 넣어둔 동태를 꺼내고 야채박스에서 콩나물과 무, 쑥갓도 꺼내둔다. 동태는 전부 여섯 토막이다. 개수대에 수도를 틀고 잘린 뼈와 내장의 단면을 깨끗이 씻기 시작한다. 물에 닿은 생선 토막들이 다시금 비늘을 빛낸다. 대가리 부분은 국물 맛을 우려내기에 좋다. 나는 칼을 꺼내 녹색빛깔의 내장을 긁어낸다. 동생이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 물어보지 못했다. 내 짐작이 맞는다면 가방 속에 담긴 것은 동생의 애인 승우일 것이다. 동생이 욕실에서 나온다. 갈비뼈가 드러난 알몸으로 건조대로 다가간다. 동생의 몸은 선천적 이상왜소증으로 열두 살에서 성장이 멈춰있다. 동생은 밋밋하고 좁은 가슴팍의 커피얼룩 같은 젖꼭지 두 개 위로 작은 사이즈의 브래지어를 착용한다. 거웃 한 올 자라지 않아 모래무덤처럼 보이는 아랫도리를 수건으로 닦고 팬티를 입는다. 동생이 건조대에 걸린 셔츠를 잡아당기는 바람에 옆에 걸려있던 양말 두어 짝이 추락하는 새처럼 떨어진다.

냉장고에서 모시조개를 꺼내 냄비에 넣는다. 가스레인지의 불을 중간으로 맞춰놓고 도마를 꺼내 무를 썬다. 동생은 걸레를 들고 현관문에서부터 거실을 거쳐 자신의 방까지 이어진 핏자국을 닦기 시작한다. 핏자국은 이미 벽돌색으로 말라 굳어있다. 나는 채소를 얇게 썰 때, 채소를 고정시키고 있는 손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함을 좋아한다. 물기 머금은 채소를 베어내는 칼질소리도 좋다. 그러나 칼을 사용하고 난 뒤 칼에 배인 냄새는 불쾌하다. 동생은 신문지로 싼 피 묻은 칼을 욕실로 가져가 씻는다. 칼을 소독하는 락스 냄새가 부엌까지 풍긴다. 냄비 속의 물이 끓는다. 조개의 입이 벌어지며 조갯살을 드러낸다. 파도의 포말처럼 일어난 거품을 걷어내고 조개를 건져낸다. 계속 익히면 조개껍질에서 조갯살이 분리되어 버린다. 조개껍데기에서 분리된 채 국물 속을 떠다니는 조갯살 덩어리는 불결해 보인다.

동생은 식탁 위에 놓여있던 스포츠 신문을 집어 든다. 오늘자 스포츠 신문의 일면에는 여배우와 치과의사의 스캔들이 실렸다. 네 컷짜리 성인 카툰의 내용은 식상했다.

동생과 승우 사이에는 결혼 이야기가 오갔었다. 승우는 동생이 가끔씩 글을 싣던 삼류 잡지사의 기자였다. 생애 첫 데이트를 하던 날 동생은 짐승 가죽처럼 무거워 보이는 남자의 코트를 걸치고 귀가했다. 동생의 입술은 사계절 내내 보랏빛을 띠고 있는데, 승우는 동생이 추위를 타는 줄 알고 자신의 코트를 벗어주었다고 했다. 동생은 그때부터 화장을 시작했다. 
 
끓는 물 속에 무를 집어넣는다. 새 냄비를 가스레인지에 올리고 달걀 삶을 준비를 한다. 양상추와 오이, 사과, 건포도도 꺼낸다. 냉장고 문을 닫으려다가 악취를 느낀다. 반찬그릇을 들춰보다가 냉장실 안쪽 깊숙한 곳에서 밥사발에 담아놓은 청국장을 발견한다. 먹다 남은 청국장 국물을 그대로 넣어두고 잊어버린 모양이다. 청국장은 배설물처럼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하수구로 떨어진다. 개수대에 설거지용 세제를 뿌리고 철수세미로 문지른다. 동생은 냄새에 민감하다. 

동생이 화장을 하는 과정은 언제나 느리고 섬세했다. 스킨로션과 수분크림, 자외선차단제로 기초화장을 마치고 색이 들어간 파운데이션을 아주 얇게 여러 겹 도포했다. 한 겹 바르고 색이 피부에 밀착되도록 수차례 두드려 흡수시키고, 또 다시 얇게 바르고 두드리기를 반복했다. 여덟 차례쯤 색을 입히고 나서 파우더를 바르면 창백했던 동생의 얼굴빛은 살색 물감을 입힌 듯 선명해졌다. 동생은 선천적으로 지방질이 뭉쳐서 오른쪽 눈보다 팥알크기만큼 부어 보이는 왼쪽 눈에 검은색 아이라인을 굵게 칠해서 두 눈의 크기를 동일하게 맞추었다. 눈썹연필은 커터로 뾰족하게 깎아, 조심스럽게 눈썹의 포물선을 그렸다. 눈두덩을 원색계열로 진하게 칠해서인지 화장을 마친 동생은 분장을 한 경극배우처럼 보였다. 승우는 동생의 기묘한 화장법에 대해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두부와 청양고추가 없다. 청양고추를 썰어 넣지 않으면 국물의 칼칼한 매운 맛이 덜하다. 나는 지갑을 들고 현관으로 나간다.  신문을 읽던 동생이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본다.

엘리베이터 바닥에 발로 대충 문질러 닦아놓은 갈색 얼룩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지갑에서 천 원짜리를 꺼내 침을 뱉어 적신다. 갈색 얼룩을 문질러 닦고 신발 끝으로 비빈다.

서둘러 아파트를 빠져나와 상가의 마트로 향한다. 지하 마트에서 두부와 청양고추, 팽이버섯과 생수 한 통을 산다. 바람이 차갑다. 주차장을 지나며 살펴보니 아직 우리 차는 들어오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나는 희미하게 남아있는 얼룩 위로 생수를 조금 붓는다. 물에 녹은 얼룩을 발뒤축으로 문지르자 구정물이 번져 나오며 얼룩은 지워진다. 

동생은 여전히 신문을 읽고 있다. 집안에서 옅은 비린내가 느껴진다. 탈취제를 거실과 부엌, 방 안에 뿌린다. 시프러스 향기가 집안 구석구석 버섯처럼 돋아난다. 양념이 물에 배인 것을 확인하고 동태 토막을 집어넣는다. 대가리를 넣던 나는 짧은 비명을 지르며 손등을 입으로 가져간다. 뜨거운 물이 튄 손등은 하얗게 질렸다가 점점 붉어진다. 온 몸에서 기분 나쁜 열이 번진다.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자 동생이 서 있다. 나는 동태가 언 살을 풀며 익는 동안, 삶은 계란껍질을 벗긴다. 마요네즈를 짜 놓은 그릇에 노른자 몇 알을 집어넣고 수저의 등 부분으로 으깨기 시작한다. 마요네즈가 점점 노란빛깔을 띤다. 동생은 모양새가 예쁜 음식을 좋아한다.

그런데 동생은 사람의 어느 부분을 찔러 죽였을까. 
 
승우네 집안에서는 결혼을 반대했다. 예상하던 일이라 동생도 크게 충격 받은 눈치는 아니었다. 동생은 그 집 어머니가 하는 가구가게에 찾아가 온종일 물건들을 쓸고 닦았다. 승우네 어머니는 소파를 닦을 때는 쿠션을 걷어내고 안쪽 까지 꼼꼼히 닦으라고 핀잔했다. 그녀는 까다로운 단골손님들이 오자 급한 대로 동생을 눈에 띄지 않는 장롱 속에 숨겼다. 승우가 집을 나왔다. 그러자 며칠 뒤 승우네 집안에서 연락이 왔다. 결혼을 승낙하겠다고 했다. 승우네 어머니는 동생을 불러내 흰 봉투를 건네주었다. 종이에는 혼수로 가져와야 할 물건들의 목록이 적혀 있었다. 살고 있는 집값에 가까운 액수였다. 승우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이라고 길길이 날뛰었으나 동생은 조용히 그를 만류했다.

동생은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잡지사의 소개를 통해 소설을 썼다. 동생이 쓰는 야설은 인기가 좋았다. 책이 발간되고 나자 이따금씩 집으로 팬레터가 날아오기도 했다. 승우는 그 틈을 노려 선을 보게 하려는 집안의 독촉에 시달리는 모양이었다. 동생은 꽃동네에서 이름을 날린 자원봉사자의 자서전 대필도 맡아했다.

나는 승우에게 동생의 어떤 면에 처음 반했느냐고 물었다. 승우는 동생의 독특한 생각들과 순수함을 사랑한다고 했다. 오지였던 동생의 순수지대를 처음 발견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고 말했다. 
 
두부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자른다.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한 질감이 칼에 닿는다. 동태가 떠 오른 냄비 속에 두부와 청양고추, 팽이버섯과 쑥갓을 꺾어 넣는다. 연기와 함께 매콤한 냄새가 부엌에 퍼진다. 나는 마른 행주로 손의 물기를 훔치고 베란다 밖으로 나온다. 빈 화분 속에서 라이터와 담배를 꺼낸다. 창 밖으로 맞은편 동 아파트 복도가 바라다 보인다. 어린 사내아이가 복도 난간에 기대어 아래를 내려다본다. 사내아이의 검은 머리통이 과녁의 점처럼 둥글다. 나는 베란다의 더러운 창틀이 몸에 닿지 않게 주의하며 열린 창 밖으로 담배 연기를 뿜어낸다.  몸을 돌리려는 찰나 무언가가 발에 차인다. 액자는 타일을 긁으며 미끄러져 쓰러진다. 대각선으로 금이 나있던 액자의 유리파편들이 베란다 바닥에 흩어진다. 먼지에 엉긴 유리조각들을 대충 구석으로 몰아놓는다. 액자에는 우리 집 네 식구의 가족사진이 담겨있다.

김치가 벌써 쉬어간다. 반포기를 꺼내고 대가리부터 시작해 반듯한 모양으로 썰어 대접에 담는다. 동생은 배추 잘린 자국이 층층이 남아있는 유난히 질긴 김치 대가리 부분을 좋아한다. 동생이 식탁 앞에 다가와 앉는다. 나는 식탁 위에 달린 갓 씌워진 전등불을 켠다. 전등불은 늘 그렇듯 조도가 너무 밝다. 동태위에 붙은 고춧가루와 김칫국물에 떠 있는 미세한 먼지, 끝 부분이 누렇게 변색된 은수저의 무수한 흠집과 물 컵 속에 얇게 떠 있는 기름기를 여지없이 비춰낸다. 동생은 수저를 차가운 물 컵 속에 한 번 담갔다 꺼내는 것으로 식사를 시작한다.

음식을 만들다보면 이미 만드는 과정에서 입맛이 사라진다. 나는 잠자코 귀를 기울인다. 동생이 젓가락을 식탁 위 유리판에 세워 고쳐 쥐는 소리, 반찬을 집어 올리다가 그릇 가장자리에 은젓가락이 부딪치는 소리, 음식을 입에 넣고 천천히 씹는 소리, 여러 가지 음식들이 동생의 입안에서 사이좋게 뒤섞이는 소리, 이윽고 한 덩어리가 된 음식물이 동생의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소리, 물 컵을 들어 몇 모금의 물을 머금어 삼키는 소리, 다시금 물 컵을 식탁 위에 내려놓는 소리. 동생이 식사하는 소리를 들으며 젓가락 끝에 몇 알갱이의 밥알을 들어올려 입에 넣고 오랫동안 씹는다. 밥알은 달다. 
 
동생의 통장 잔고는 점점 불어났다. 집을 나와 지내는 승우는 그전보다 야위어 보였다. 어머니는 아버지 몰래 그에게 보약을 한 재 지어주었다.

동생은 한 달에 대여섯 번 정도 승우와 잠자리를 했다. 둘은 관계를 맺을 때마다 텔레비전을 켜놓았다. 브라운관에서 시시각각 바뀌는 빛의 파장이 서로의 몸에 문신처럼 번지는 것을 즐겼다. 동생은 초경을 하지 않았으므로 굳이 피임을 할 필요도 없었다. 체력이 약한 동생은 일이 끝난 뒤면 늘 가벼운 어지럼증을 느꼈다. 승우는 전체적으로 흠잡을 데가 없는 몸매였으나 가로로 틀어진 배꼽은 마치 대충 묶어놓은 풍선 꼭지처럼 보였다고 했다. 승우는 침대 위에서 말이 없는 편이라 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승우의 발길이 뜸해지더니, 냉방이 시원찮은 잡지사 앞 커피숍에서 그는 동생에게 일방적인 헤어짐을 통보했다. 대학시절 첫사랑이었던 후배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동생은 얇고 납작하게 썰어 고춧가루에 버무린 오이무침을 집어먹는다. 무쳐놓은 지 얼마 안 된 오이에서는 적당히 싱싱한 물비린내가 난다. 동생이 잘 먹는 동태의 알과 간 부위를 건져먹기 좋게 발라놓는다. 동생은 아버지의 입맛을 닮아 흰 살보다도 내장 부위를 즐겨 먹는다. 고소한 간은 씹는 순간 녹는 듯이 혓바닥에 달라붙는다고 한다.

언젠가 시골에서 돼지 잡는 걸 구경한 적이 있었다. 쉬어터진 소리로 울부짖다가 멱이 잘린 돼지의 목에서 검붉은 선지가 뿜어져 나왔다. 돼지를 잡던 남자가 손짓하자 아버지는 성큼성큼 다가가 아직 뜨뜻한 피를 한 바가지 들이마셨다. 잠시 후 돼지간이 썰려나왔다. 동생은  연두색 플라스틱 접시에 담긴 간을 소금에 찍어 몇 번 씹지도 않고 삼켰다. 간 토막이 이쑤시개에 잘 꽂히지 않자 손으로 집어 먹었다. 이윽고 접시가 비자 동생은 아쉬운 얼굴로 피 묻은 입술과 손가락을 빨며 완전히 해부된 돼지의 텅 빈 뱃속을 들여다보았다. 아버지는 눈살을 찌푸리며 동생을 수돗가로 떠밀었다.   
 
동생은 동태 간을 밥그릇에 옮겨 쌀밥 위에 잘게 으깬다. 수저를 힘주어 쥔 동생의 가느다란 손목에 힘줄이 도드라진다. 부드럽게 으깨어진 간에서는 윤기가 흐른다. 동생은 간에 비벼진 밥을 한 수저 입에 넣고 오랫동안 씹는다. 음식이 축축하게 씹혀지는 소리를 통해 동생의 어금니와 혀, 입안의 근육들이 충분히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동생의 칼에 찔린 상대방은 죽어가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라면 한 박스도 잘 들지 못하는 동생이 사람을 끌어 가방에 구겨 넣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머니는 동생을 불러 앉히고 승우랑 헤어지게 된 경위를 캐물었다. 동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혹시 승우가 사귀는 동안 이상한 짓을 강요한 적이 없느냐고 물었다. 심지어 몸이 상했을 지도 모르니 함께 산부인과에 가보자고도 했다. 동생은 완강히 거부했지만 울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
 승우는 동생과 헤어졌던 커피숍에 어머니와 함께 마주앉았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한숨만 내쉬었다. 어머니는 어린 소년을 달래듯 승우를 타일렀다. 그리고는 승우 아버지의 생일 선물로 온천관광 티켓을 건네주었다.

다음 날 동생은 온천관광 티켓을 들고 와 다시 어머니 앞에 밀어놓았다. 어머니는 승우네 어머니의 가구 가게로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는 카운슬링을 담당하는 직업인답게 부드러운 말투로 인사를 꺼냈다. 그러나 통화를 시작한지 오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어머니의 입가에는 가느다란 경련이 일기 시작했다. 동생은 문지방을 밟고 서서 처음부터 끝까지 어머니의 통화를 듣고 있었다. 어머니는 동생의 팔을 잡아당겨 끌어안았다. 어머니의 품에서 숨쉬고 있는 동생의 뺨이 창백했다. 
 
으적. 젓가락질을 멈춘다. 동생의 눈빛이 잠시 석회암처럼 굳는다. 공기 중에 실금 같은 균열이 그어진다. 어딘가에 돌멩이가 섞여있었던 것일까. 동생의 입안에서 들려온 이질적인 소음은 내 어금니까지 얼얼하게 만든다. 동생은 입안에 담긴 것을 뱉지 않은 채 식사를 계속 한다. 동생은 치아가 약하다. 잇몸에 염증도 쉽게 생기곤 한다. 어릴 적에 학교에서 돌아온 동생이 한 시간 넘게 눈을 크게 뜬 채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날이 떠오른다. 세게 오므려서 주름진 입술을 비집고 묽은 핏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동생의 입을 억지로 잡아 벌렸다. 피에 절어 분홍빛을 띤 젖니 한 개가 혀 밑에서 뒹굴고 있었다. 동생의 젖니는 내 것에 비해서 아주 얄팍하고 작았다. 동생은 며칠동안 그것을 만지작거리다가 주먹만한 돌멩이로 내리쳤다. 젖니는 앙칼진 소리를 내며 세 조각이 났다.
 
아버지는 동생을 불러냈다. 그리고는 긴 침묵 끝에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요새는 혼자 사는 여자들도 많다더라. 너는 능력도 있으니까, 남들 다 한다고 따라할 필요 없다. 집안 걸레질도 못하는 그 체력으로 시집가 봤자 험한 소리나 들을 게 뻔하고. 이제 그만하면 된듯하니 하던 일이나 열심히 해라. 이런 일로 더 이상 집안 시끄러운 모습은 보고 싶지 않구나.

동생은 글쓰기를 중단하였다. 모아놓은 돈으로 쇼핑을 시작했다. 직접 백화점에 나가 몸에 맞지 않은 블라우스와 구두를 사들이고 인터넷을 통해 값비싼 브랜드의 구두나 핸드백을 주문하기도 했다. 어머니는 그런 동생의 기를 살려주겠다며 함께 쇼핑에 나섰다. 그러나 백화점에 나간 지 두 시간도 채 못 되어 두 사람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얼굴이 상기된 채 욕을 내뱉었다. 먼저 온 동생을 무시하고 다른 손님 곁으로 달라붙은 판매원과 한바탕 싸움을 벌이고 오는 길이라 했다. 젊은 판매원은 인심 쓴다는 얼굴로 사과를 했는데, 어머니는 그게 더 불쾌했던 모양이었다. 매장에 모여든 사람들을 의식한 매니저가 급히 어머니를 안쪽으로 옮기려 했으나 어머니는 판매원에게 너도 나 같은 자식 낳아서 고생 좀 해보라는 독설을 내뱉고는 나와 버렸다고 했다. 동생의 관자놀이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동생은 어릴 때부터 가족과 주변의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자신에 대한 명백한 차별로 생각해왔다. 어머니가 소파 위로 내팽개친 쇼핑백 안에는 매장에서 사과의 뜻으로 받아온 셔츠 두 벌이 들어 있었다.      
 
동생의 밥그릇이 비어간다. 나는 냉장고에서 검은 비닐봉지를 꺼낸다. 묵직한 봉지 안에는 석화 팩이 담겨 있다. 랩을 벗기고 열 개의 석화를 접시로 옮긴다. 우툴두툴한 껍질 속에 물컹한 살점은 포르말린에 담겨진 표본을 떠올린다. 석화에 초장을 곁들여 동생 앞에 내려놓는다. 날것이 올려지자 식탁은 묘한 생기를 띤다. 동생은 잠시 나를 쳐다보다가 천천히 석화를 집어 든다. 그리고는 수저를 들어 날렵하게 석화를 긁어 먹기 시작한다. 돌출되어 있는 질긴 관자도 수저 끝에 힘을 주어 한번에 탁, 쳐서는 가볍게 떼어낸다. 석화 껍데기를 입에 대고 후르르 굴을 빨아들이고 난 동생의 입술이 축축하다. 아버지는 동생이 소리 내어 석화를 빨아먹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 동생은 염분 때문에 따가워진 듯 입 주변을 긁는다.
 
그 날은 일요일이었다. 가족들은 각자의 방에 들어가 있었고 빈 거실에는 적당한 채도의 볕이 드리워져 있었다. 정적을 깬 것은 아버지였다. 무언가 깨지는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밖으로 나갈 것인가 말 것인가 잠시 망설였다. 자다 일어난 어머니가 먼저 무슨 일이냐고 외치며 거실로 나왔다. 문을 열고 나가자 가족들의 모습은 한 장의 정물화처럼 정지되어 있었다. 시간의 흐름을 증명하고 있는 것은 아버지 발밑에서 깨진 찻잔의 파편 사이로 흐르고 있는 갈색 커피뿐이었다. 방에 있으리라 생각했던 동생은 베란다에 나와 앉아 있었다. 동생의 손에는 핸드폰처럼 작은 은백색의 디지털카메라가 들려져 있었다. 동생은 고개를 숙이며 집게발처럼 벌리고 있던 무릎을 천천히 오므렸다. 오후 세시의 볕은 동생의 벗은 아랫배에 돋아난 솜털을 비추었다. 디지털카메라는 아직 촬영 모드로 유지되어 있었다. 동생은 볕 좋은 날 건조시키려고 배를 갈라 펼쳐놓은 생선처럼 제 성기를 활짝 펼친 채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어머니는 창문 밖으로 넘어 들어온 시선이 없었는지를 확인했다. 굳어있던 아버지는 입을 떼지 않고 방으로 돌아갔다. 동생이 어머니에게 팔목을 잡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억, 타일바닥에 붙어있던 동생의 맨 엉덩이가 들려졌다. 나는 동생의 납작한 엉덩이에 발갛게 남은 타일 자국을 바라보다가 바닥에 떨어진 디지털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카메라 안에는 수십 장의 사진이 담겨 있었다. 전부 동생이 직접 자신의 성기를 촬영한 외설스러운 것이었는데 베란다를 비롯하여 공중 화장실, 비상구 계단, 인적이 없는 골목길 등 대범한 장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동생이 열어놓은 성기는 클로즈업되기도 하였고 때로는 화면 귀퉁이에 어느 부위인지 못 알아볼 정도로 작게 찍혀 있기도 했다.
 
동생의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주소 창에 등록되어 있는 사이트들을 전부 들어가 보았다. 비공개 사이트 두 군데를 발견했다. 갤러리 게시판에 들어가니 익명의 회원들이 올려놓은 무수한 포르노 사진들이 등록되어 있었다. 나는 동생이 인터넷에서 주로 사용하는 네댓 개의 아이디를 하나씩 입력하여 동생이 올린 게시물들을 검색했다. 동생이 올린 게시물은 스무 개가 넘었다. 컴퓨터 화면을 가득 채운 동생의 노출 사진 밑으로는 회원들이 남긴 노골적인 답변이 조기를 꿰어 놓은 듯 줄줄이 달려 있었다. 거웃이 없는 여자 성기를 좋아한다며 동생의 팬을 자청하는 회원까지 여럿 되었다. 마지막 게시물에는 다른 누드모델 사진의 수북한 거웃 부분을 잘라다가 자신의 성기에 감쪽같이 합성해놓은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정상이 아니야. 아버지가 말했다. 어머니도 반박하지 못했다. 더 큰일 저지르기 전에 손을 써야겠어. 아버지는 가장의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는 탁한 한숨을 내뱉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흘끗 보며 말을 이었다. 전부터 좀 문제가 있어 보였어. 당신, 애를 싸고돌기만 하니까 속에서 문제가 자꾸 생기는 거야. 곰팡이처럼. 
  
식사를 마친 동생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굴을 담았던 접시는 고여 있던 물까지 깨끗하게 비워 반질반질하다. 나는 냉장고 야채박스에서 오이와 당근을 꺼내 깨끗이 씻는다. 양이 줄지 않은 밥그릇을 밀어놓고 야채를 씹기 시작한다. 입안에 싱싱한 물이 고인다. 야채가 씹히는 소리는 잇속을 뚫고 잇몸과 입안의 근육 속으로 상쾌하게 스며든다. 냄비 속에 흐물흐물한 무 조각 사이로 떠있는 동태 대가리를 보며 오이를 씹는다. 어리석은 생물들이 대개 그렇듯 동태는 제가 죽은 줄도 모르고 입을 반쯤 벌리고 있다.

반찬 그릇들은 관처럼 굳게 닫혀 다시 냉장실 속으로 들어간다. 동태 토막이 서너 개 남은 찌개를 작은 그릇에 옮겨 담는다. 삶은 행주로 사각 식탁을 몇 차례, 꼼꼼히 닦아낸다. 나는 음식찌꺼기가 들러붙은 행주를 개수대에 던져놓고 수도의 수압을 높인다. 동생은 냉수에 알약 세 알을 삼키고 방으로 들어간다. 
 
동생이 약을 복용한 지는 두 달 가량 되었을 때 아버지는 경기도의 요양원에 동생을 맡겼다. 시골집처럼 정겨운 분위기의 휴양소쯤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동생이 아버지의 차에 올라타던 날, 어머니는 아파트 건물이 뿌리째 뽑혀 나갈 정도로 서럽게 울어댔다. 내가 승우 그 놈한테 복수해주마, 나쁜 새끼.

동생은 아버지의 골프가방처럼 자가용 뒷좌석에 실려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갔다. 어머니는 동생이 입원한 뒤에도 버릇처럼 승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핸드폰 번호를 바꾸고 근무처를 옮겼다. 
 
기분전환을 위해 나는 요리학원에 등록을 했다. 학원에서 만들어 가지고 온 음식들은 대부분 하수구 행이었다. 나는 음식을 거의 먹지 않는 편이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대부분의 끼니를 밖에서 때우고 돌아왔다. 음식을 하수구에 쏟아 넣기 전에는 동생이 사용하던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한 장씩 찍어 두었다. 
 
동생은 한 달 만에 퇴원했다. 아버지의 권고에 수면유도 성분이 들어간 안정제는 꾸준히 복용하기로 했다. 어머니는 동생이 돌아오기 전에 방에서 컴퓨터를 치웠다. 
  
수도를 틀어놓은 채 부엌 창문을 연다. 좁은 창문 밖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담배에 불을 붙인다. 연기는 어두워진 허공을 향해 속치마를 펄럭이며 흩어진다. 오늘 동생이 먹은 식단의 총 칼로리가 얼마나 되었는지 계산해본다. 142센티에 32킬로그램인 동생의 하루 필요 칼로리는 대략 1800킬로칼로리이다. 방금 전의 식사는 910킬로칼로리 쯤 된다. 나는 창문 밖의 벽에 담배꽁초를 눌러 끈다. 발걸음 소리를 죽여 거실을 가로질러 동생의 방문 앞으로 다가간다. 개수대의 그릇이 거센 수압에 미끄러졌는지 달그락, 소리를 낸다. 조심스럽게 동생의 방문에 귀를 갖다 댄다. 잘 열리지 않는 지퍼를 힘겹게 여는 소리, 맨발바닥으로 장판을 딛는 소리, 커터를 밀어 올리는 소리, 뚝, 하고 커터의 심이 부러지는 소리, 책상의 연필꽂이에서 펜을 꺼내는 소리, 무언가를 잘라내는 소리. 이어 동생이 밭은기침을 토해낸다. 나는 황급히 부엌으로 돌아온다. 개수대에서 흘러넘친 물이 부엌 바닥에 흥건히 고였다. 뻣뻣한 수세미에 세제를 듬뿍 묻혀 그릇을 씻는다.
 
승우가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어제 저녁이었다. 그의 결혼 이야기를 전해들은 어머니는 한동안 잠잠했던 입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그의 집을 찾아가겠다고 했다.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아버지가 어머니를 저지했다. 어머니가 요란스럽게 아버지를 밀치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바람에 아버지가 들고 있던 담배꽁초가 아버지 무르팍 위에 떨어졌다. 아버지는 성을 내며 라이터를 집어던졌다. 어머니를 비껴간 라이터는 거실 벽에 걸린 사진에 명중했다. 유리에 굵은 금이 번진 가족사진 위로 무중력의 정적이 스쳐가던 찰나, 초인종이 울렸다. 동생은 새로 산 여행가방을 끌고 들어왔다. 검은색과 갈색이 교차된 체크무늬의 대형 사이즈 여행 가방이었다. 
 
수채 구멍에 흘러들어가 거꾸로 꽂힌 젓가락 한 벌을 씻어 건조대에 꽂아두는 것으로 설거지를 마친다. 개수대의 물기까지 말끔하게 훔쳐내고 부엌을 둘러본다. 사각식탁에 놓여진 네 개의 의자를 식탁보 아래로 반듯하게 밀어 넣고 식탁 위의 조명등을 끈다. 식탁 유리 가까이 코를 대보니 엷은 비린내가 올라온다. 부엌 구석구석 탈취제를 뿌리다가 문득, 동생의 방문 쪽을 돌아본다. 잠잠하다.

어쩐 일인지 아버지와 어머니의 퇴근시간이 평소보다 늦다.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혹시 동생은 자신의 일기장 속에 내가 실수로 묻혀놓은 손자국을 발견한 것은 아닐까. 지난 밤 동생이 잠든 사이 몰래 그 애의 핸드폰 기록을 살펴보다가 무심코 내용을 지워버리지는 않았었나. 승우와 동생이 주고받은 편지를 다 훔쳐보고 난 뒤 분명히 제자리에 놓아두었던가. 동생의 아이디로 들어간 이메일 사서함에 내 흔적을 남겨놓지는 않았나. 스무 살의 동생이 목욕탕 때밀이에게 덤벼들어 싸우던 순간, 한증막의 김 서린 유리문 안쪽에서 그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던 나를, 동생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때밀이 여자의 힘에 밀려 나동그라진 채 벌어진 자신의 가랑이를, 앙상한 갈비뼈를 경멸하고 있던 나를 눈치 챘던 것은 아닐까. 나는 식탁 의자의 엉덩이가 닿는 부분에 특히 힘주어 탈취제를 분사한다. 
 
오늘 동생은 사람을 죽였다. 그런데, 내가 마음에 걸리는 것은 가방 속에 담긴 사람 보다 개수대 밑 칼꽂이의 두 번째 자리가 아직도 비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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