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을 이끌게 될 예비 선생님들이 ‘사교육’으로 향하고 있다. 1991년 ‘임용고시’라 불리는 중등교원임용시험(이하 임용시험)이 생기면서 시험 대비를 위한 학원도 함께 등장했다. 현재 임용시험 학원은 노량진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는데 6개 정도의 학원이 성업 중이다. 한 강의에 300명, 유명 강사의 경우 많게는 500명까지 몰린다. 한 임용고시학원에 다니고 있는 서원대 지리교육과 송효진 씨는 “주로 졸업을 앞둔 학부생들과 임용고시 재수생이 많다”며 “모두가 필사적이라 분위기는 고3때보다 훨씬 더 치열하다”고 말했다.

노량진의 학원가에선 임용시험대비 학원에 다니는 학생 수를 겨울방학 기준, 7000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과거엔 지방 학생들이 서울 소재 학원으로 몰리며 그 규모가 3만 명에 달하기도 했지만 온라인 동영상 강의가 일반화 되면서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학원생은 줄었다. 임용시험 대비 동영상 강의 사이트는 오프라인 학원을 운영하는 곳을 포함, 30여개에 달한다.

희소고시학원 최석환 총괄실장은 이 같은 현상을 ‘아웃소싱(Outsourcing)’ 개념으로 해석했다. 최 총괄실장은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통해 임용시험에서 다루는 모든 범위를 배우긴 어렵기 때문에 학원 수업을 통해 보충하는 식”이라며 “대학은 ‘학문’을 추구하는 곳이다 보니 아직까지 시험 준비만을 위한 교육에 거부감을 느끼는 교수님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홍후조(사범대 교육학과)교수는 “학원은 시험 대비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지만 대학은 학생들에게 진로교육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취업만을 위한 교육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희재(사범대 가교05)씨는 “학교 수업은 깊게 배울 수 있지만 넓게 배우는데 한계가 있어 온라인 동영상 강의를 이용하고 있다”며 “곧 임용시험이 개편된다는데 아직 학교에선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행 1차 임용시험은 전공과목과 교육학 두 가지 시험으로 이뤄지는데 이 중 교육학에서 다루는 세부 과목만도 △교육사회학 △교육심리학 △교육철학 등 10개가 넘는다. 학생들은 전공강의로 대비할 수 있지만 모두 수강하기엔 이수학점에 한계가 있다.

교수들은 학생들이 학원에 몰리는 현상의 원인으로 임용시험의 방식을 지적한다. 최석무(사범대 영어교육과)교수는 “임용시험이 과도하게 어려운 문제로 출제되고 있어 정작 수업능력을 측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업선호도 1순위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2007년 중등교원 임용시험 4659명 모집에 6만 4888명이 지원해 13.9: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매해 지원자가 많고 경쟁률이 높다보니 학생들을 선별하기 위해 시험문제의 난이도는 갈수록 높아지는 실정이다. 반면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교수는 “교육의 역할이 단순한 지식전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면, 사범대생들이 스스로 독자적인 학습능력을 배양하지 않고 본인의 임용시험을 남에게 의존하여 준비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임용시험은 개정을 앞두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진행될 임용시험에선 1차로만 이뤄졌던 필기시험을 2단계로 분리해 1차는 선택형, 2차에선 논술형 필기시험을 치르게 된다. 또 3차 시험인 교직적성 심층면접과 수업능력 및 실기 · 실험시험 평가를 강화할 예정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교직발전기획과 박형식 사무관은 “많은 지식을 아는 것 보다 이를 전달하는 수업능력이 중요하다”며 “이번 임용시험 개정을 통해 대학 교육과 시험간의 괴리가 점진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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