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질(Sound Quality)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하거나 평가할 때 민감하게 여기는 요소 중 하나로 상품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데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소리의 크기뿐만 아니라 주관적 느낌을 고려한 제품 설계가 강조되면서 ‘음질 최적화 제품설계’가 주목받고 있다. 제품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최소화해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이 방법을 통해 제품은 ‘최적의 소리’를 갖게 된다.

‘최적의 소리’란 무엇일까? 제품에 따라 ‘정답’이 달라진다. 악기를 대상으로 한다면 음악적인 아름다움, 혹은 화음이 강조된 소리라고 할 수 있지만 기계소음(Noise)에선 짜증도(Annoyance)를 최소화 한 것이 최적의 소리다. 자동차에 있어 명차의 기준이 되는 소리는 쾌적하면서도 엔진의 파워가 느껴지는 소리이며 진공청소기의 소리는 귀에 거슬리지 않고 타인의 말소리나 TV 소리가 잘 들릴 수 있는 크기여야 한다.

만약 비싼 골프채를 자랑하고 싶은 소비자가 있다면, 다른 골프채와 확연히 구별이 되는 타격음, 즉 제품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소리(Brand Image Sound)가 최적의 소리가 될 수 있다. 할리데이비슨의 오토바이를 선호하는 사람은 특유의 폭발적인 배기음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만약 그러한 소리가 나지 않는다면 이 오토바이를 구매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누가 스포티한 소리 대신 고급 승용차처럼 조용하기만한 수 억짜리 스포츠카를 사겠는가?

진공청소기에 음향 홀로그래피 방법을 적용해 음향에너지의 흐름방향과 크기를 가시화한 모습
제품에서 바람직한 소리를 만들어 내려면 우선 제품에서 발생하는 소리와 비교할 만한 측정변수가 필요하다. 인간이 인지하는 음질의 속성은 다양하다. 또한 개인의 특성이나 환경, 성별, 나이 등에 따라 소리에 대한 반응이 다르므로 소리의 느낌과 관련된 인자를 망라해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규격’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제어된 환경에서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청감실험을 실시해 소리의 크기, 거칠기, 날카로움, 울렁임, 변화정도, 음의 순정도 등의 주관적 측정변수를 정량화했다. 이 수치들을 연구하고자 하는 대상음에 조합해 비교하면 소리를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청감 연구를 심리음향학(Psychoacoustics)이라고 한다.

심리음향이론에 근거해 제품의 소리를 분석했다면 임상실험 및 통계처리를 수행해야 한다. 분석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소리’를 재구성하기 전에 미리 어떤 소리가 발생할지 예측하고 제어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리를 설계하기 위해선 대상 기계나 시스템의 음향 또는 비음향적 특성을 파악하고 작동에 따른 음향방사패턴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해야 한다. 수학적 모델이 완성되면 기계의 작동에 있어 필수적인 변수를 조정함으로써 설계단계에서 완제품이 되었을 때의 소리를 미리 들을 수 있다. 이를 가청화(Auralization)라하며 이런 일련의 작업을 음향학적인 실감 설계(Acoustic Virtual Prototyping)라 부른다.

예를 들어, 자동차 타이어에 새겨져 있는 무늬(Pattern)가 고속에서 날카로운 소리를 유발해 자동차 실내음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하자. 이를 개선해 새로운 무늬를 만들기 위해선 먼저 거친 노면과 타이어가 충돌하는 상황을 모델링하고 이에 따른 타이어 방사소음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 후, 타이어 표면에서 방사된 소음이 자동차 실내 공간에 침투하는 경로를 모델링하고 최종적으로 인간의 청감 모델을 함께 분석해 적절한 소리를 내는 타이어 무늬를 만든다. 여러 가지 역학(Mechanics)과 실험에 의한 변수 결정이 최종적인 음질 평가에 있어 필수적인 것이다.

다음은 자동차용 엔진 표면에서 방사되는 소음의 에너지량과 분포 상황을 분석한 실제 결과다. 첫 번째 그림은 실제 자동차용 엔진 모델이며, 두 번째 그림은 엔진 표면의 이산화 수치 모델이다. 세번째 그림은 음향 홀로그래피를 통해 가시화 된 표면 음향의 인텐시티(Intensity)분포다.

일반적으로 소리는 음원(Sound Source)으로부터 방사돼 음장(Sound Field)에서 들리게 된다. 때문에 엔지니어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음장에서 듣는 소리가 전부다. 하지만 소음을 제어하거나 소리를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음원에 대한 수치적 정보가 필수적이다. 음장에서 듣는 소리를 이용해 역으로 음원을 분석하는 방법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이 바로 음향 홀로그래피(Acoustical Holography)다. 광학적인 홀로그래피와 달리 음향 홀로그래피를 이용하면 소리의 방사효율, 굴곡면의 효과, 회절 등 소리 전파에 필요한 정보를 모두 망라해 계측하고 가시화할 수 있다.

음향 홀로그래피는 음장에서 측정된 소리를 모두 모아 미리 만들어 놓은 기하 모델에 입력 데이터로 제공하면서 실행된다. 최종적으로 연구자가 원하는 데이터는 음원 표면의 변수인 소리압력과 표면속도다. 이 두 데이터와 이미 작성한 기하 모델을 이용하면 방사음을 가시화할 수 있고 새롭게 설계한 소리를 실제로 들어보는 등의 효과적인 작업을 할 수 있다. 같은 주파수 영역에서 다수의 독립적인 음원이 존재하는 경우, 전체 음압에 대한 각 음원의 기여량을 구하는 것도 음향 홀로그래피로 가능하다. 각 음원의 기여량은 효과적인 소음 제어를 위한 중요한 정보이므로 음향 홀로그래피의 주요 기능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자동차용 엔진 표면에서 방사되는 소음의 에너지량과 분포 상황을 분석할 때 실제 자동차용 엔진 모델을 수치화 해 엔진 표면의 이산화 수치 모델을 만든다. 여기에 측정된 소리를 입력하고 음향 홀로그래피를 통해 표면 음향의 인텐시티(Intensity) 분포를 가시화 한다. 음향 홀로그래피로 인텐시티 분포가 파악되면 엔진 소음이 몇 미터 거리의 어느 방향에서(임의의 위치) 어떠한 크기와 음질로 들리는지 알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엔진의 소음을 줄이거나 음색을 조정 시 엔진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현재 KAIST 기계공학과 음향연구실(Acoustics Lab.)에서는 기계시스템, 건축물, 환경에 있어서 최소의 소음과 상품가치를 올릴 수 있는 바람직한 소리를 설계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음악당이나 교실 같은 실내공간을 실제로 만들기 전에 심포니 음악 연주나 강연자의 말을 특정한 위치에서 미리 입체적으로 들어 볼 수 있는 알고리즘과 시스템을 계속해서 개발 중이다. 음향을 예측하고 조절하는 기술은 산업현장에서 엄청난 수고와 비용을 덜 수 있다. 그러므로 새로운 음향 시스템의 창의적 설계에 연구 역량을 집중한다면 국내외의 산업체 및 환경에 직접적이고 실제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권(카이스트 기계공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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