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 '보성전문학교'건립 이후 올해로 개교 103주년을 맞는 고려대학교. 그리고 본교를 거쳐 간 학생들 모두의 FM구호이자 응원가의 한 부분인 '민족 고대'. 한 세기가 넘는 세월과 함께 '민족 고대'는 본교를 대표하는 슬로건이 됐다. 이 구호를 좇아, 그리고 캠퍼스 내에 숨 쉬고 있는 '민족'의 숨결을 따라, '고대'로의 보물 여행을 떠나보자.

△ 높은 역사적 가치를 가진 귀중서들
중앙도서관(관장=전성기 교수·문과대 불어불문학과)엔 역사적 가치가 있는 7422권의 귀중서가 숨어 있다. △동양서 △서양서 △한적 등으로 분류된 귀중서 중엔 국보 1점, 보물 7점이 포함돼 있다. 3중의 보완 경비를 지나 귀중서고에 들어서면, 임진왜란 이전 저서들이 서가 전체에 가득하다. 특수자료관리부 직원 구자훈 씨는 "임진왜란 이후 많은 수의 귀중서가 소실된 만큼 임진왜란 이전의 책들은 역사적 가치가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용감수경/중앙도서관(대학원)
현재 귀중 서고에 있는 책 중 가장 '귀중'한 책은 금고 속에 담긴 국보 제291호 <용감수경>이다. <용감수경>은 997년에 요나라 승려인 행균이 편찬한 자전으로 중국에선 이 책과 유사한 남송 때의 <용감수감>이 남아있다. <용감수경>은 세상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원형으로, 지난 1997년 1월 1일 보물 제130호에서 국보 제291호로 등급이 조정됐다.

귀중서고에선 최근 방영중인 MBC 드라마 '이산'의 주인공인 정조의 친필 편지글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정조의 일상을 나타낸 <영경재전집>에는 정조 대왕의 내밀한 자기표현이 드러나 있다. 잠을 거의 자지 않기로 이름난 대왕이었던 그는 유독 편지글을 많이 남겼다. 정감록 역모사건에 대해 국책을 한 후 불쾌함을 표한 편지글이나 홍국영에게 보낸 농담조가 담긴 편지글 등 평소 정조대왕의 인간적인 면모를 만날 수 있다.

한편 3층의 일반 귀중서고에는 일제 강점기와 구한말 도서들이 보관 돼 있다. 이곳에 있는 대부분 도서들은 DB화 돼 홈페이지에서 열람 가능한 상태다. 이곳에는 조선총독부의 비밀문서도 보관돼있다. 조선총독부 문서 자료집을 보면 "김구 사형 집행", "윤봉길 사형 집행"등의 문구가 기록돼 있고 그들의 죄목까지 자세히 기록돼 있다. 특수자료 관리부 직원 구종훈 씨는 "역사 속에서만 존재하던 독립 운동가들의 독립운동과 투옥생활, 그리고 마지막 판결까지 찾아볼 수 있어 근현대사 연구에 귀중한 사료가 되고 있다"며 "많은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자료이기에 개방하지 않았지만, 최근 친일파와 국가 유공자 관련 많은 전문가들이 열람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 선사시대, 통일신라를 거쳐 고려까지 이어지는 유물들

(앞)통일신라 석탑 (뒤)고려시대 석탑/백주년앞
캠퍼스 곳곳을 거닐다보면 다양한 석탑, 고인돌 등 문화재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법과대학 도서관 앞길에 놓여 있는 고인돌들은 청동기와 철기시대 유물과 함께 출토된 것으로 전라남도 송주군 송광면 오복리 신월유적과 전라남도 송주군 송남면 덕산리 죽산유적에서 옮겨온 것이다.

이외에도 순수하게 조형적 가치가 있는 석탑이나 연좌맷돌 등 51건의 석조물들은 백주년 삼성 기념관과 법학도서관 건립으로 인해 캠퍼스 곳곳에 분산 배치됐다. 박물관 직원 배성환 씨는 “석탑 등 석물은 주로 백주년기념관과 중앙도서관 주변에 배치돼 있다”며 "유물의 분산 배치를 통해 조경 효과를 높이고, 학생들이 역사적 유물들과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본교 박물관 앞에 전시된 석탑2개는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것으로 이 둘은 각자 통일 신라와 고려시대 것이다. 박물관 직원 배성환 씨는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석탑에 비해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불교의 나라였던 고려시대나 통일신라시대 때 수없이 조성된 석탑들 중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석조물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 사적으로 지정된 본교 건물들
석조건물과 녹음이 어우러진 교정은 많은 사람들이 본교에 관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 중 하나다. 정문을 지나면 제일 먼저 마주하게 되는 사적 제285호 본관은 본교의 전신인 보성 전문학교의 경영을 맡았던 인촌 김성수가 1934년에 완성한 건물로, 박동진이 설계했다. 화강석으로 된 좌우대칭의 고딕양식이 특징인 이곳엔 건물 현관의 두 돌기둥에 호랑이 상이, 중앙 후문의 돌기둥에 무궁화가 조각돼 있다.

이외에도 사적 282호로 지정된 서관(문과대학 건물), 사적 제286호 고려대학교중앙도서관(대학원 건물)이 있다. 시설부 직원 김흥덕 씨는 “사적으로 지정된 건물들은 문화재이기에 문화재 관리청에서 정기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며 “학교에서도 문화재 보존을 위해 내부의 전등과 같이 일부만을 관리할 수 있으므로 학생들이 건물을 아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10만 여 점의 유물이 보관돼있는 본교 박물관

분청사기인화문태호/ 백주년기념관 박물관
이외에도 본교 박물관(관장=조광 교수·문과대 한국사학과)엔 우리나라 최초, 최대 규모의 대학 박물관답게 10만 여점의 유물이 보관돼 있다. 1934년 인촌 김성수에 의해 설립, 현재에 이르는 박물관에는 △국보 제177호 분청사기인화문태호(조선시대 왕실 태항아리) △국보 제249호 동궐도(19세기 창덕궁, 창경궁의 모습을 그린 궁궐화) △국보 제230호 혼천시계(1669년 제작) △보물 제853호 수선전도목판(830년경 김정호 제작 서울지도) △보물 제1534호 서궐도안(서궐도의 경희궁 초본화) 등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조광 본교 박물관장은 “국보나 보물뿐만 아니라 박물관에 보관된 각종 국가 지정 문화재들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며 “상설 전시 외에도 3~6개월 마다 꾸준히 교체되는 풍부한 자료가 전시되고 있으니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박물관을 방문해 문화유물에 대한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글/ 김수정 기자
사진/박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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