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이었던 지난 15일(목), 캠퍼스 곳곳에서는 붉은 카네이션 꽃을 들고 교수님의 연구실을 찾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서관 2층 장동천(문과대 중어중문학과)교수의 연구실에도 카네이션 바구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1984년 본교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해 학사, 석·박사 학위를 모두 모교에서 취득하고 2000년 이후 본교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지난 2007년 2학기 교양 강의 ‘영화와 현대 중국’으로 석탑강의상을 수상했다. 석탑강의상은 학생들이 실시한 강의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교수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올해 총 211명의 교원이 수상했다.

(사진= 기경민 기자)

스승의 날은 어떻게 보냈나

제자들이 오랜만에 찾아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조금 부담스럽기도 해요. 사실 사제지간의 정이라는 것은 꼭 스승의 날이 아니더라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스승의 날’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아요. 하지만 이런 날엔 반가운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그런 점은 좋죠.

지난 2007년 2학기 핵심교양 ‘영화와 현대 중국’ 수업으로 석탑강의상을 수상했다
저보다 더 훌륭하게 강의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그런 타이틀을 건다는 것이 송구스럽고 겸연쩍었죠. 물론 학생들의 평가 자체는 고맙게 생각하고 신뢰해요. 특히 교양과목은 전공보다 학생들과 호흡 맞추기가 어려운데 지난해 수업 같은 경우엔 학생들이 너무 열심히 해 줬어요. 강의를 하면서도 확실히 학생들과 소통이 잘 된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강의를 끝내면서 저 스스로도 큰 보람을 느꼈는데, 이런 결과까지 주어져 굉장히 기뻤어요.

개인적으로 높이 평가하는 학생은 어떤 학생인가
물론 수업 시간에 제 강의를 열심히 들어주는, 그래서 눈이 자꾸 마주치는 학생이 좋죠(웃음). 그리고 무엇보다 과제를 할 때 창의력이 돋보이는 학생을 높이 평가해요. 기계적으로 지식을 재현해내기보다는 자기 아이디어나 창의력이 과제에 녹아 있는 학생들이 있어요. 특히 제가 상상할 수 없는 부분, 예를 들면 아주 개인적인 얘기를 과제 주제와 잘 조화시키는 학생들을 보면 감동하곤 하죠. 대학생활이나 군대에서 겪었던 얘기를 진솔하게 풀어냈던 몇몇 학생들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요.

기억에 남는 강의평이 있다면
강의평을 특이하게 쓴 학생들이 몇몇 있었어요. 한번은 제 헤어스타일을 가지고 뭐라고 하더라고요. ‘교수님, 일자머리 하지 마세요’라고. ‘강의가 좋긴 하지만 농담은 썰렁해요’라고 말한 학생도 있었죠(웃음).
전반적으로 많이 나오는 말은 수업 내용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교양인지 전공인지 구분이 안 간다고들 하더라고요. 어떻게 생각하면 그게 좋은 평가일 수도 있지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실 75분 내에 좀 더 임팩트 있는 강의가 되려면 양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아무래도 제가 욕심이 앞서다 보니까 수업에서 많은 내용을 알려주려고 하는데, 그런 점에선 자제가 좀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웃음).

오늘날 대학에선 스승과 제자 간의 끈끈한 정이 사라져가는 듯하다
예전에 비해 그 끈끈함이 사라졌어요. 하지만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과거와는 분명히 다르게 설정돼야 한다고 봐요. 예전엔 어떻게 보면 상하 관계로서의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훨씬 더 많았고 그걸 형식화했던 것 같아요.
다만 이제 변화된 시대에 맞게 학생들과 소통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하는데, 그 기회조차도 지금으로선 너무 적지 않나 하는 거죠. 제도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과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노력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학생들과 식사 자리에서 이런 얘길 하면 놀라더라고요. 교수님이 그런 생각 하고 계실 줄 몰랐다고. 나는 항상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죠. 사실 대학원 같은 경우엔 지도 학생이 있어서 직접 만날 기회가 많은데, 상대적으로 학부생들은 강의실 밖에선 만날 기회가 적어요. 오히려 학부생들이 진로 문제로 고민할 때가 많을 텐데 안타깝죠.

학생들에게 어떤 스승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는지
그런 질문에 대해선 답변하기가 어려워요. 아직도 스승이라는 말을 꺼낼 때 나 자신을 거기 동일시하는 게 몹시 겸연쩍거든요. 저는 그냥 같이 가는 사람, 심하게 표현하면 선배이지 내가 모든 면에서 모범이 되는 스승의 위치까지는 아직 아니라고 생각해요. 석탑강의상도 사실 제가 굉장히 뭔가 노력해서 성취했다기보단 그저 내 일을 했을 뿐이고 그 과정에서 그런 행운을 만났던 것뿐이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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