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옷을 구매하기 위해 친구와 동대문 쇼핑몰에 간 A은 한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했다. 가격표에 적힌 블라우스의 가격은 4만원. 조금 비싸다고 생각한 A양은 주인과 가격을 흥정해 3만2천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지갑을 열어 매장 주인에게 신용카드를 건네려고 하자 주인이 만류했다. ‘카드 수수료 때문에 카드로 결제하려면 3만6000원은 받아야 한다’는 것. A양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왜 내가 카드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동대문쇼핑몰 등지에선 카드결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진=지해선 기자)

비영리 법인 여신금융협회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소비 대비 카드 사용액의 비율은 49.5%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소비자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현금보다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다. 정부 역시 거래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동대문에 위치한 패션몰 역시 신용카드로 물품구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 16일(금) 본지가 동대문에 있는 D사, M사, H사 등 3개 쇼핑몰에 입점한 103개 매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57%에 해당하는 59개 매장이 소비자의 결제방식에 따라 가격에 차등을 두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한 매장은 3개였다.


여신전문금융어법 19조 1항에 의하면 신용카드가맹점은 신용카드거래를 이유로 물품판매 또는 용역제공 등을 거절하거나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할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동대문 시장 판매업자는 ‘관행’을 이유로 카드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동대문 패션몰에 입점한 업체의 상당수가 ‘결제금액이 2만원일 경우 카드수수료 부담이 커 그만큼 돈을 더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D패션몰 마케팅부서 담당직원은 “동대문 패션몰에 입점한 점포들의 카드수수료는 평균 3.5%안팎”이라며 “백화점에 입점한 매장의 평균 카드수수료가 2.5%인 것에 반해 높은 수준”이고 설명했다. 이는 개별사업자에게 더 높은 수수료를 책정하는 카드회사의 경영정책에 따른 것이다. 금융감독위원회 여전감독실 직원 한소연 씨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카드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엄연한 위법행위”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현금영수증 발급 역시 제약을 받는다. 현금영수증제도는 현금거래를 명확히 하고, 세금을 투명하게 부과하기 위해 2005년부터 시행됐다. 현금영수증 발행은 건당 5000원 이상을 대상으로 하며, 오는 7월부터는 5000원 미만의 경우에도 사업자가 현금영수증을 발부해야만 한다.


그러나 실제 103개 매장 중 현금영수증을 요구했을 때 실거래 금액과 동일하게 발행하는 매장은 3개뿐이었다. 무려 100개 매장이 현금영수증 발급 시 최소 1000원에서 최대 5000원까지 더 지불할 것을 요구했다. M패션몰의 한 남성복매장 주인은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면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카드결제처럼 돈을 더 받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현금영수증 상담센터 직원은 “소비자가 현금영수증 발급을 요구했는데 판매자가 실거래 요금과는 별도로 추가요금까지 요구하는 것은 발급거부”라며 “이 경우 탈세혐의로 간주돼 사실과 다르게 발급한 금액의 100분의 5에 상당하는 금액을 해당 과세기간의 결정세액에 가산한다”고 말했다. 이런 동대문 쇼핑몰의 관행에 대해 D패션몰 마케팅부서 담당직원은 “많은 입점업체가 물건을 들여 올 때 현찰로 거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은 매출 실적이 공개돼 세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입점업체들이 꺼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대문 패션몰 측은 ‘눈 감아 주기 식’으로 영세상인 입장 변호에만 급급했다. 동대문 M쇼핑몰의 상담직원은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꾸준히 계도하고 있지만 입점업체 대부분이 영세상인이라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H쇼핑몰의 관계자는 “국세청의 고시사항을 입점업체에 공시해 점포 대다수가 이를 엄격히 지키고 있다”고 답했으나 조사 결과 H몰의 60개 점포 중 56개 점포가 신용카드결제시 가격에 차등을 둔 것으로 드러났다. D패션몰의 경우엔 눈에 잘 띄는 지하 1층과 지상 1층 여성복매장에서만 법을 준수하고 있을 뿐 다른 층의 점포에선 대부분 가격에 차이를 두거나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하는 사례가 발견됐다.


동대문 쇼핑몰의 또 다른 문제점은 가격표시제가 자리 잡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 2002년 정부가 관광특구로 지정한 동대문 패션타운은 ‘일정규모의 상가는 물품가격을 표시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에 따라 모두 가격표시제를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D패션몰을 제외한 M몰과 H몰의 대다수 점포가 가격표에 가격을 명시하고 있지 않았다.

이를 담당하고 있는 기관은 중구청으로 분기별로 시찰을 돌아 1차 위반적발 시 권고조치를, 2차부터 5차까진 과태료를 청구하고 있다. D쇼핑몰의 한 관계자는 “실질적인 단속이 이뤄지지 않아 많은 쇼핑몰들이 가격표시제를 실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구청 지역정책과 직원 송정자씨는 “10명의 직원이 서울시 대규모 점포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구를 직접 관리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며 “소규모 점포가 너무 많다보니 상인들의 인식개선이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동대문 패션몰에 입점함 업체로부터 불법적인 관행을 강요받았을 때 소비자는 △사업장 관할세무서 △금융감독원 △국세청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일정한 서류를 갖춰 관할 기관에 신고하면 포상금이 지급되며, 접수 된 해당업체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세무조사를 받아 탈세혐의가 인정될 시엔 세금이 가중처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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