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생계비는 최저생계만 보장하는 것인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생활보장법)에 의하면 '최저생계비'는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이다. 1999년 생활보장법이 제정된 이래 2006년 한 해에만 150 여만 명의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이하 수급자)가 생활보장법의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최저생계비는 그 정의와 달리 수급자에게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최저생계비엔 휴대전화비용이 포함되지 않는다. 교육비 항목으로 나오는 교재비도 3만원에 불과하다. '빈곤해결을 위한 사회연대(이하 빈사연)' 최예륜 사무차장은 "한 달에 3만원으로 제대로 된 자녀교육이 가능하겠느냐"며 "실제 수급자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정부 예산에 맞춰진 결과다"라고 말했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자녀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22만 2000원이다.

빈사연이 2007년 699명의 수급자에게 실시한 <2007 적정생계비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75.2%가 최저생계비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만족한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4.6%에 불과했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고 느끼는데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유'로 66%가 '경제적 이유'를 꼽았다. 수급자들은 '인간다운 기본생활'을 위해서 평균 194만원(4인가구 기준),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위해서는 평균 240만원(4인가구 기준)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생활보장법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도 있다. 최예륜 사무차장은 "생활보장법의 기준이 절대빈곤층에 맞춰져 차상위계층에 대한 생활보장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보장법은 차상위계층을 월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00~120% 수준인 계층으로 정의한다. 차상위계층은 대개 비정규직으로 고용상태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실생활은 생활보장법 수급자와 다름없다. 이들은 △자활근로 △의료특례 △보육료면제 △장애수당 외의 최저생계비를 받지 못한다.

이에 보건복지부(현 보건복지가족부)는 2007년 6월, 기초생활보장의 범위 확대를 위해 '기초보장 급여체계 기획단'을 구성했다. 기존 생계급여를 줄여 의료?주거?교육 등 수급자가 필요한 항목에 지급하고, 차상위계층까지 수급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4월 기획재정부가 확정?발표한 <2009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 작성지침>에 복지예산의 확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참여연대 사회보장위원회 변금선 간사는 "개별급여 중심으로 기초생활이 보장된다면 수급자가 욕구에 따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복지예산은 늘이지 않고 급여방식만 바꾸는 것은 급여의 폭만 넓히고 실제 수급수준은 낮아져 빈곤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 기초생활보장과 허필상 사무관은 "현재 생활보장법으로 절대빈곤층만큼의 복지를 차상위계층에게 제공하지 못한다"며 "재정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로선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초생활보장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 빈곤층에 대한 개념의 근본적인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의 복지정책은 전체 10개의 소득계층 중 하위 1,2분위인 절대빈곤층에 중점을 두고 있다. '빈곤층'의 범위가 좁아 복지 역시 확대되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 OECD는 중간소득층의 50%선의 소득 계층을 빈곤층으로 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법 체제 아래 가처분소득에 따른 빈곤율은 2004년 기준 5.3%였으나 OECD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엔 11.8%였다. 최예륜 사무차장은 "우리나라는 사회복지를 선별적이고 특정계층에 국한된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빈곤의 개념을 다시 정립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복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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