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로 ‘베네볼’이라 부르는 자원봉사자는 국가와 개인 사이에 존재하는 ‘시민사회’, 혹은 하버마스가 말한 ‘공적 공간’의 주 행위자로 서구 민주주의사회의 근간을 형성한다. 프랑스 포털사이트에서 자원봉사를 입력하면 4만여 이상의 사이트가 검색된다. 프랑스 정부의 작년 통계를 보면 국민의 78%가 자원봉사를 한 경험이 있거나 하고 있다. 이중 39%는 각종 행사나 대형사고, 자연재해 시 봉사를 했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의 자원봉사자들과 99년 12월 대서양연안의 유조선 난파사고시 해안의 기름묻은 모래 한줌까지 수거해냈던 수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이런 특별한 계기에만 자원봉사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자원봉사의 나머지 39%는 현재 73만개에 달하는 각종 시민사회단체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들 중 13%는 월평균 10시간, 나머지 26%는 월평균 5시간씩의 봉사활동을 한다.

일상적인 자원봉사자들의 과반수는 60세 이상의 노년과 30세 미만의 학생과 청년들이다. 이들은 단순한 노동력 제공뿐만 아니라 전문성을 살린 활동도 열성이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는 활동은 ‘제4세계’라는, 선진국 하층빈민에 대한 연대와 보조활동, 환경보호와 감시 등이다. 극우파가 예상치 못한 표를 얻은 이번 대선 1차 투표 이후에는 인권보호단체의 활동에도 학생 봉사자들이 쇄도하고 있다.

99년 주35시간 노동제 실시 직후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6%가 늘어난 여가생활의 일부를 자원봉사에 할애하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30, 40대 자원봉사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작년 정부가 펴낸 자원봉사 가이드 책에는 자원봉사를 “공공이익에 기여하는 개인들의 자유로운 각종 참여행동”이라 규정하고 있다. 자원봉사는 말 그대로 어떠한 이해관계에서도 벗어난 자유로운 개개인들, 시민들의 자발적인 연대행위이다. 프랑스 자유주의 역사가 토크빌은 1840년 “인간이 문명화상태로 살기 위해서는 서로 협력하는 방법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20세기 전환기 프랑스 부르주아 급진파에 의해 사회철학으로 체계화된 사회 연대론은 연대행위가 시민의 의무가운데 하나임을 일깨운다.

그간 남모르게 꾸준히 봉사활동을 한 이들에겐 미안하지만 우리 사회가 올림픽, 엑스포, 월드컵, 이런 커다란 행사 때 말고 소외계층을 위한 자원봉사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가? 시민사회니 사회연대니 굳이 외국이론이 아니더라도 인본주의라는 우리네 전통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일상적 자원봉사 활동의 기본철학일 수 있는데…. 멀리서 한국축구의 선전을 기대하며, 월드컵 이후 축구에 대한 열정이 지속적인 사회봉사활동에 대한 열정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태극전사 파이팅! 자원봉사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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