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03학번 후배에게 작년에 들었던 전공수업의 책을 필요로 한다는 말을 듣고 책장 안쪽 깊숙이 꽂아둔 전공서적의 먼지를 쓸어냈다.

책을 물려주며 후배에게 수업과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한 학기 수업을 격려해주는 과정은 매우 뜻 깊은 시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들도 지난 96년 도입된 학부제의 영향으로 찾아보기 힘든 것이 됐다. 학과 선·후배간 유대가 약화되면서 책을 물려주는 것 보다 책을 사고 팔기 위해 모임을 갖거나 만남을 갖는 풍조가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3월 초 각 단과대 학생회에서 주축이 돼 실시했던 공동구매의 경우 성황리에 진행됐지만  선후배간의 책 물려주기 만남은 지원조차 미비한 상태로 흐지부지 됐다. 이를 보며 더 이상 선후배간의 만남을 책 물려주기라는 방법을 통해 이끌어 낼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프랑스의 경우 교과서에는 해마다 사용했던 학생들의 이름이 순서대로 적혀 있고 대물림이  여러 번 된 한 책들도 꽤 있지만 책에 낙서 한자 없이 깨끗하다고 한다. 다음해에 다른 학생이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에 조심해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교과서를 받으면 우선 의무적으로 비닐로 책을 싸고 책을 훼손하면 돈을 지불해야 하는 프랑스의 문화를 보며 그들의 절약정신보다도 이런 문화를 지원하는 정부가 있다는 것이 더 부럽게 느껴졌다.

대학원에 다니는 한 선배의 아련한 회상이 떠오른다. '5, 6년 전만 해도 전공 책 물려주는 풍경은 과 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었는데…'라는.

오늘도 벼룩시장에 '00수업 도시와 국토 책 구합니다'와 같은 글들이 줄을 서는 것을 보며 이러한 자세가 알뜰하다고 추앙 받게 된 대학 문화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