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곽동혁 기자)

자정을 넘긴 늦은 시간까지 학교 도서관의 불을 환히 밝히며 공부하는 학생들. 이들을 만나기 위해 지난 17일(수) 새벽 12시 30분부터 2시, 18일(목) 새벽 1시부터 2시 30분까지 이틀에 걸쳐 본교 과학도서관과 중앙광장 지하 24시간 열람실을 찾았다. 저마다 공부하는 목적과 방법은 다르지만 모두 각자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똑같은 학생들이었다.

새벽 1시, 책상을 정리하고 열람실에서 밖으로 향하던 백순우(사범대 역사교육 01) 씨를 만났다. 이번 학기가 마지막이라는 백 씨는 임용고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보통 3시나 4시 쯤에 돌아가는데 오늘은 감기에 걸려서 도저히 오래 못 있겠네요. 오후에 낮잠을 자고 저녁부터 새벽까지 공부해요. 시험이 얼마 안남아서 열심히 해야 하는데 감기 때문에 걱정이네요

남들보다 늦게 임용고사 준비를 시작했다는 백 씨는 스터디를 통해 고사에 대비하고 있었다. 

올해 6월부터 시작했는데 굉장히 늦게 시작한 편이라 힘드네요. 고사가 11월 9일인데. 스터디를 매일 2시간 정도 하고, 인터넷 강의도 듣고 있어요. 스터디는 일반적으로 이론 부분을 각자 요약?발표하고 문제를 푸는데 반해 저희는 문제풀이 위주에요. 급하다 보니 이렇게 하게 됐지만 도움은 많이 받고 있어요.

늦게까지 공부하는 백 씨에게 자신만의 공부 방법과 잠 깨는 방법을 물었다. 
 
자기 전에 공부한 것을 떠올리며 워드로 쳐서 정리하는데 이것이 특이하다면 특이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네요. 졸릴 때는 허벅지를 꼬집으면 잠이 확 깨요. 아픈 게 싫을 땐 양치를 하거나 중광을 산책하고요

중앙광장 열람실에서 주로 공부하는 백 씨는 지나다 보면 같은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학생을 많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같은 공부를 하는 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이번 시험부터 나이제한도 없고 사대 가산점도 없어지는 추세라 경쟁률이 높아질 것 같아요. 또 기존에 주관식이었던 것이 객관식으로 바뀌면서 저를 포함한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는 것 같은데, 다 같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상황에 개의치 말고 열심히 해야죠.

 


올 초부터 CPA(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휴학생 장형모(경영대 경영 03) 씨는 원래 학원에서 공부하다가 오늘 오랜만에 학교 열람실을 찾았다. 내년 초에 있을 CPA 1차 시험 때문에 학원 수업을 포함해 하루에 10시간에서 11시간 정도를 투자한다.

학원 수업은 오전 9시에 시작해서 오후 1시나 5시에 끝나요. 학습 스터디는 따로 하지 않지만 스케줄을 관리하기 위해 친구와 ‘생활 스터디’를 하고 있어요. 규칙적으로 생활하기 위해 노력중이에요.

장 씨에게 자신만의 특별한 공부 방법을 묻자 합격자들의 수기에서 도움을 얻는다고 말하며 열람실을 찾은 소감을 말했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학교 열람실을 왔는데 조금 놀랍네요. 시험기간도 아닌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아요. 역시 하고 생각하면서도 놀라게 되네요. 저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학과 동기들과 함께 매일 늦게까지 열람실을 찾는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서휘(공과대 산업공학 03)씨와 임규민(공과대 산업공학 02)씨, 그리고 김범준(공과대 기계공학 03)씨가 그들이다. 먼저 밖에 나와 쉬고 있던 서 씨와 임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매일 늦게까지 공부하냐고 묻자 항상 늦게까지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이 더 있다고 전했다. 
  
원래는 더 많은데 오늘은 어쩌다 보니 이렇게만 남았네요. 친구들끼리 적어도 2시까지는 함께 공부하는 편이에요
지금은 취업준비 때문이지만 늦게까지 24시간 열람실에 있는 거야 뭐 항상 그래왔으니까요. 저희한테 하나스퀘어는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24시간 열람실처럼 뭔가 다들 지쳐있고 찌든 분위기에서 공부하는데 익숙해져서(웃음)
사실 저는 취업이 된 상태지만 조금 더 높은 곳에 지원하려고 친구들과 같이 준비하고 있어요.
저는 경영전략학회에서 취업 관련 공부를 하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 번 6시간씩 주로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되요.

서 씨와 임 씨는 이번이 마지막 학기인 반면 나중에 도착한 김 씨는 이번 학기가 7학기 째로 전공 공부 때문에 열람실을 찾는다고 했다. 
  
7학기지만 아직 3학년이에요(웃음). 낮에는 사람도 많고 어수선해서 집중을 잘 못해요. 보통 밤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 열람실에 있어요. 새벽에 공부하면 집중은 잘 되지만 수업시간에 조는 부작용이 있죠.

 


 

함께 열람실에 들어선 김정철(공과대 산업공학 03), 박정미(생과대 환경생태공학 04)씨 커플은 각각 11학점, 9학점을 들으며 취업 준비에 힘을 쏟고 있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스터디 그룹에서 공부하며 취업 준비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학기부터 인터넷 취업 관련 사이트에서 만난 7명과 스터디를 하고 있어요. 다른 학교 학생들과 함께 하는데, 자기소개서를 서로 첨삭해 주고, 주제를 정해서 영어 면접을 준비하기도 해요.
저는 교내 이공계 취업 준비생들과 스터디 해요. 일주일에 두 번 3시간씩 모여서 면접 준비를 하고 있어요.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취직시즌 시작인데 저희 둘 다 좋은 결과 얻었으면 해요.

 


 

인터뷰한 학생 중 가장 어린 윤혜연(문과대 심리 07)씨는 이번 학기 전공만 8과목을 들어  지금도 전공 공부중이라고 했다. 

힘들 줄은 알았지만 전공 8과목은 정말 힘드네요(웃음). 지난 학기까지 학점 관리에 소홀했기 때문에 이번 학기는 마음먹고 열심히 하려고 해요. 심리학과는 인문계 타과에 비해 등록금이 비싼 편이라 부모님께 죄송하기도 하고요. 22학점 듣고 4.5를 찍어도 장학금을 못받는 친구를 보고 놀랐어요.

윤 씨는 항상 이 시각까지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전공 예습, 복습만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했다. 최근엔 하루 평균 4시간씩 자며 전공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는 윤 씨는 자신만의 공부 방법과 노트 정리 방법을 소개했다.

강의를 들으면서 필기를 하는데, 놓치는 부분이 많아서 녹음기를 이용해서 다시 정리하면서 공부하고 있어요. 녹음기를 들으며 다시 정리할 때는 펜 색깔마다 나만의 의미를 부여해요. 교수님이 말씀하셨지만  책에 나오지 않은 부분은 빨간색으로 표시하고 수업시간에 놓쳤던 부분은 파란색으로 표시하는 식이죠.

학과 공부하느라 다른 활동은 못하겠다고 하자 윤 씨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혼자서 전공 공부만 하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체력적인 조건도 뒷받침 돼야한다는 생각에 이번에 댄스스포츠와 농구 동아리에 들었어요. 피곤하긴 해도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2시가 넘은 시각, 다음날 있을 대학원 수업 준비로 열람실을 찾은 김기화(대학원 · 국제정치전공)씨를 만날 수 있었다. 열람실에서 만난 유일한 대학원생인 김 씨에게 취업 대신 대학원을 택한 계기를 물었다.

학부와 대학원은 정말 달라요. 얄팍한 공부는 절대 통하지 않고 용납되지도 않아요. 학생과 교수님 모두 수업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는 것이 느껴져요. 대학에 와서 궁금한 것이 계속 생길 때마다 이것을 해결할 방법은 공부밖에 없다고 느꼈어요. 이러한 공부를 계속하는 방법은 대학원이었고요. 대학원 졸업 후에도 다른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계속하고 싶어요.

공부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느껴졌던 김 씨에게 마지막으로 학부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를 부탁했다.

대학교 1, 2학년은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기 위해 투자해야 해요. 저는 그 때 과대표, 학회장 등 학업 외 활동을 많이 해서 학점이 낮아 제대 후 재수강만 13과목을 들었지만 그 때 했던 모든 일들이 지금 하는 일의 근간이 됐어요. 제 친구만 해도 1, 2학년 때 본인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 없이 그저 공부만 했는데 결국 후회하더라고요. ‘나’를 찾기 위해 방황할 특권이 있는 유일한 시기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네요

인터뷰를 끝낼 무렵 김 씨는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참, 연애도 꼭 하세요.(웃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게 해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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