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지선 기자)
지난달 20일 아침 8시 석계역, 기자들은 지하철 폐지수거자들을 만나기 위해 인천방향 지하철 1호선 열차에 몸을 실었다. 열차가 일곱 정거장을 지나 동묘앞역을 지날 때까지 기자가 마주친 폐지수거자는 총 여섯 명이었다.

기자가 만난 김태심 할머니(여, 74세)는 자기 키보다 큰 마대자루에 신문지를 넣고 있었다. 김 할머니가 지하철을 돌기 시작한 것은 올 봄부터였다. 그는 “원래 동네에서 박스 같은 거 줍다가 다른 사람들 하는 거 보고 나도 따라서 이쪽으로 전향했지”라고 말했다.

인천 희망촌에 살고 있는 김 할머니는 새벽 6시에 일을 시작한다. 1호선 백운역에서 탑승한 뒤 인천역부터 청량리역 사이를 두세 차례 돌며 폐지를 줍는다. 김 할머니 외에도 많은 폐지수거자들이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닌다. 서울 메트로에 따르면 지하철 폐지수거자 수가 최근 급증해 현재는 1~4호선 사이에서만 약 180~190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폐지수거자 수가 늘어난 것은 최근 원자재(폐지) 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같은 열차에서 폐지를 줍고 있던 박순철 할아버지(가명)는 “요새는 종이값이 올라서 사람이 많아졌어”라며 “작년만 해도 50~60원하던 게 지금은 200~250원 하고 그러거든”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8년 8월 현재 기준 수도권 폐지(신문지) 가격은 1년 전의 2.35배로 올라 235원/kg이다. 폐지 뿐 아니라 고철, 폐플라스틱 등 다른 원자재들도 값이 급상승했다.

하지만 원자재값이 상승했다고 폐지수거자들의 수입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폐지수거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 수도 함께 늘어났기 때문이다. 고물상을 운영하는 조부연 부연자원 사장은 “값 오르기 전엔 1명이 150kg 정도 모아왔는데, 지금은 같은 사람이 50~60kg 정도 밖에 못 가져온다”며 “사실상 1인이 버는 돈은 예전과 큰 차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하철 폐지수거자 수가 늘어나자 지하철 공사 사이트에는 수거자들의 활동에 불만을 제기하는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지하철 폐지수거자들 때문에 승객들의 민원이 늘어났다는 기자의 말에 김 할머니는 “우리들도 주위 사람들에게 가능한 피해 안 주려고 사람 많은 열차엔 안 타고 그래”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지하철공사 측은 이들을 상대로 민원사례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폐지수거자들은 공사 측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들을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민원사례교육 상 ‘출근시간이 끝난 9시 이후에 활동을 시작하라’는 내용을 두고 하는 말이다. 김 할머니는 “9시 넘으면 출근시간이 다 지나서 폐지가 하나도 없어”라며 “6시부터 10시까지 뛰어야 만 원 정도 버는데 그 때 나오면 하루 벌어 먹고 살기도 힘들지”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지하철 폐지수거자들은 교육을 받은 후에도 9시보다 훨씬 이른 시간부터 일을 시작한다.

10시 반, 지하철이 동암역에 도착하자 김 할머니는 폐지가 반쯤 찬 마대자루를 밀며 지하철에서 내렸다. 김 할머니는 그곳 고물상을 들러 4시간 동안 모은 폐지를 돈으로 바꾼다. 그는 “보통 하루에 만 원정도 버는데 오늘은 적은 편이라 얼마쯤 나올지 모르겠네”라며 근심어린 눈빛을 보였다. 그 날 할머니가 모은 폐지는 천 원짜리 일곱 장으로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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