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위협은 두 가지 형태다. 핵무기를 가진 나라가 핵공격의 가능성으로 특정 국가를 위협하는 경우, 그리고 핵무기를 갖지 못한 나라가 핵개발을 함으로써 또는 비밀리에 축적한 핵능력을 과시함으로써 주변국을 위협하는 것.

한반도는 강력한 핵무기 보유국과 핵능력 보유국으로 둘러싸여 있다. 역사적 또 지정학적으로 갈등이 항시 존재하며, 잔존하는 냉전기류 속에 이념적 대립이 상존한다. 미국·일본· 중국 러시아는 주도권 쟁탈을 위해 오늘은 이쪽보고 웃었다, 내일은 저쪽보고 성냈다 전략적 편짜기에 주저함이 없다. 이러한 역학관계 속에 한반도는 내미는 손에 화답하며 직수굿이  지켜볼 뿐이다. 이 때, 한반도의 반쪽에서 드디어 소리를 높였다. 한반도의 힘을 뭐만큼도 여기지 않는 4강들이 긴장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눈치다. 그렇다면 또 다른 반쪽인 우리로선 박수치며 반가워 해야할 일 아닌가? 이제 곧 우리도 힘 있는 국가가 될 게 아니냐는 희망과 함께? 설마 북한이 한민족 한핏줄인 우리 남한을 해꼬지하겠냐는 철썩 같은 ‘신뢰’ 가 진보적 사고라면서?

북한의 핵개발 의혹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은 일본의 핵능력을 활용한 군사력 증대에 빌미를 제공한다. 또 중국은 핵전력 현대화로 중국천하를 꿈꾼다. 러시아는 핵무장으로 유라시아 강대국의 위상을 강화한다. 미국은 미사일방어체제 구축으로 세계에 자국 중심적 일방주의를 확대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남한은 핵무기도 핵능력도 없다. 국가안보를 스스로 책임질 막강 군사력도 모자란다. 경제력을 앞세워 선제공격 버금가게 경고하기에도 역부족이다. 이들의 입놀림, 몸놀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도무지 틈이 없다.

억울하고 슬프지만, 화나고 분통터지지만 이게 우리 현실이다. 그렇기에 더 빨리 보다 치밀한 계획으로 나서야 했다. 최고의 가능성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에 대한 철저한 대비로.지금 당장의 위협을 떨쳐낼 전략도 시급하거니와 중장기적으로 한반도 문제해결의 주도권 확보를 굳히기 위한 사전 포석도 함께 가야한다.

정교한 정치, 외교적 대응과 검증된 기술방어적 대응으로 이제 나서야한다. 자주적 위상을 공고히 하되, 견고한 동맹관계를 확인함으로써 미국의 핵우산을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중국, 러시아, 일본과의 관계설정에도 예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즉 다자주의적 접근 틀을 바탕으로 북한 핵개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복잡하지만 또 가장 지름길이다. 북한에게도 주장해야할 것은 당당히 그리고 단호히 강조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핵공격 등의 추적, 경보, 타격기술, 핵시설의 보안 및 핵물질 방호체제, 방사능의 신속 제염기술 및 오염시설의 해체기술 확보 등 보다 과학적인 핵방재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 北核’ 은 감상적으로 곱씹으며 즉자적으로 대처할 일이 정말 아니다.

<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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