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폐지(고지)가격 급등으로 국내 제지업계가 난황에 빠졌다.

업계에 따르면 폐지가격은 작년 초 kg당 70원에서 올해 8월 190원으로 세 배 가량 올랐다(골판지 기준). 폐지가 폭등은 국내 폐지의 수출량 증가에서 비롯된다. 특히 올림픽 특수로 폐지수요가 크게 늘어난 중국 제지업체들이 한국산 폐지를 비싼 값에 사들이고 있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지역보다 운송료가 적어 중국의 주요 폐지 조달원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펄프원료의 국내자급률이 20%에 불과해 부족분을 펄프수입과 폐지 재활용으로 충당한다. 하지만 작년부터 증가해온 폐지수출량이 내수시장의 폐지공급 부족과 생산단가 폭등을 야기했다. 폐지를 주원료로 하는 골판지 및 신문용지 제조 업계는 원료수급 불안정 사태에 놓여 가동률을 낮추거나 일부 제지업체는 가동을 중단하기에 이르고 있다.

폐지가격의 상승은 관련업체의 연쇄적인 비용 인상으로 나타나고, 단계별 가격 상승의 압박 요인이 된다. 폐지를 원료로 쓰는 제지업계는 생산단가가 올랐으니 원단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게 된다. 골판지와 같은 종이 제조에 쓰이는 원단의 가격이 올라가면 그 영향은 골판지제조 회사들의 비용인상과 가격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는 또 다시 골판지를 이용해 상자를 만드는 지함업계의 비용인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골판지 상자의 최종 수요처인 대기업들이 상자 납품가격을 인상해주지 않아 지함업계의 경영압박은 점점 심화된다. 한국제지공업연합회 관계자는 “골판지업계와 지함업계 등의 연쇄적 파장이 우려돼 폐지가격 인상분만큼 원단가격을 올릴 수도 없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폐지가격상승세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관련업계들은 개선방향을 모색 중이다. 지난해 말 출범한 ‘폐지유통공동법인(KP&R)’은 폐지와 제지 양 업계가 50%씩 출자한 공동 유통법인으로, 국내폐지수급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유종석 KP&R 대표이사는 “폐지업계엔 공급루트를 확보시키고, 제지업계엔 유통단계를 축소해 원가부담을 덜게 해 양 업계의 상호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폐지유통공동법인 설립 이후 국내 폐지 수급상황이 조금씩 안정세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지난 7월 폐지를 비롯한 산업용 원자재 전반의 수급 안정화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까지 원자재 안정적 공급기반 구축을 목표로 △유통구조 개선 및 원자재 수급조절기능 활성화 △기업의 원자재 구매부담 완화 △체계적 자원관리 및 자원 순환 기반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국내 판매시 이윤이 더 증가되도록 조절해 폐지의 내수화를 장려하고, 폐지유통공동법인 등의 단체를 장기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개선방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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