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체험>이라는 앨범의 타이틀은 이상은을 만난다는 것에 대한 비유나 마찬가지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상은은 걸출한 스타일리스트가 됐다. 때로는 실험적이고 때로는 대중적인 디스코그래피를 동반한 그의 작품들은 한국과 일본의 음악 마니아들에게 추앙받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한국 대중음악의 여러 갈래 길에 동시에 서있기도 하다. 양희은 이후의 여성 포크 싱어를 살펴보더라도 만날 수 있는 이상은. 한국 모던록의 계보를 따지더라도 발견할 수 있는 이상은. 한국 일렉트로니카의 수많은 잔가지들 속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는 이상은. 그 옛날 아이돌 스타였다는 사실은 위에 열거한 논거들에 의해 충분히 무시될 수 있다. 특정한 장르 하나에 가둘 수 없는 그가 벌써 열한번째 앨범을 내놓았다. 한동안 일본에서 활동하면서 국내 시장에 조금은 소홀했다는 투정을 부려볼까 했지만 그는 지금 라디오 DJ로도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신비체험>의 첫 트랙 ‘Soulmate’부터 글자 그대로 신비로운 그의 음색이 전체를 지배한다. 사운드는 드라이하면서도 그의 목소리에서는 습기가 느껴진다. 멜로디라인은 이상은 특유의 애수를 간직하고 있으며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트로닉한 앰비언스의 조화는 그가 오랫동안 추구해온 크로스오버의 정수다. 그것은 두 번째 트랙 ‘The World Is An Orchestra’에서 더욱 구체화된다. 아날로그 신서사이저의 필터를 이용한 노이즈, 그리고 몽환적인 루프는 서구 일렉트로니카 아티스트들의 퀄리티를 멀찍이 뛰어넘는다. 이상은의 목소리는 담담함과 당당함을 동시에 지닌다. 아무리 낮은 목소리로, 아무리 작은 볼륨으로 들어도 그 존재감은 대단하다. 세 번째 트랙 ‘비밀의 화원’은 대중친화적인 트랙인 동시에 이상은 특유의 독특한 멜로디라인이 돋보인다. 특히 선명한 클라이막스의 친숙함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이상은의 대중성을 기억하게 한다. 욕심부리지 않고 편안한 노래를 만들고자 한 그의 의도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대중친화적인 트랙을 만들기 위해서 망가지지 않아도 이렇게 ‘귀에 꽂히는’ 노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다. 네 번째 트랙 ‘Winter Song’에선 예전 ‘어기야 디어라’에서 느낄 수 있었던 이상은 특유의 염세와 재회한다. 단순한 포크적 향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사용한 여러 가지 악기군은 앨범의 퀄리티를 높이는 동시에 이상은의 음악감독적 능력을 더욱 강조한다. 앨범 전체의 통일성 또한 그의 창작자적 지구력을 알 수 있게 한다. 전곡을 이상은이 직접 작사 작곡했고 프로듀싱은 어어부 프로젝트 사운드의 장영규가 맡았다. 뿐만 아니라 반가운 게스트 뮤직션들도 만날 수 있다. 프로젝트 ‘모조소년’으로 앨범을 준비중인 달파란·권병준 콤비의 센스가 드러나는 ‘Supersonic’에서는 오토튠의 모범적 사용을 접할 수 있기도 하다.

우리는 열한번째 앨범을 발표하는 한국 대중음악의 여성 보컬리스트는 드물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는 한국 대중음악의 여성 뮤지션으로는 장수한 편이고 다작한 편이다. 듣는이들은 그를 더욱 장수하고 다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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