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침공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파괴와 살상행위는 전쟁범죄로 처벌받아야 한다. 바그다드 밤하늘에 비처럼 떨어지는 미사일과 대형 폭탄을 보면서 미국이 내세우는 평화를 위한 전쟁이라는 말에 분노하지 않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제대로 된 선전포고도 없이 시작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세계 각지에서 반전과 반미여론을 불러 일으켰다. 이 전쟁으로 임박한 위협이 없더라도 장래에 위협이 될지 모른다는 독자적인 판단만으로 다른 나라를 선제공격할 수 있는 예방전쟁의 논리가 통용된다면 세계 어느 나라도 미국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최근 노무현대통령의 이라크전 지지 표명과 공병 및 의무부대의 파병 발표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이다. 이같은 결정은 침략전쟁을 금지한 헌법 제5조 1항에 전면 위배되는 것이고, 한미동맹을 내세운 상황논리는 침략전쟁에서는 일고(一考)의 가치도 없는 것이다. 패권주의에 물든 미국이 타국의 이익을 위해 양보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국익논리에 따른 전쟁 지지도 어리석은 짓이다.

이제 21세기 초입을 지나면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국제관계의 위험한 선례가 될 찰나이다. 이 선례를 거부하지 않는다면 이 논리는 한반도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휩쌀 것이다. 그렇게 되면 토론과 독서와 고민속에 날을 세운 지식인의 양심과 정의도 다만 미국을 만나기전까지 유보된 유약한 존재일 뿐이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이 당시 한국 지성의 원죄(原罪)가 됐다면, 이 전쟁을 막지 못하는 세계의 지성인들은 21세기의 원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