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 [명사] : 21세기 초 한국 사회에서 무조건적으로 사랑받는 존재. 빼어난 외모뿐 아니라 좋은 학벌 혹은 배경을 가지고 있다. - 주간동아 631호 中

능력에 미모까지 겸비한 사람들, ‘김태희’가 각광받고 있다. 공인된 실력에 선망받는 지위에 오른 각계의 사람들의 출중한 외모는 그들을 ‘신(新)권력화’한다. 이윤정(사범대 가정교육과)교수는 “IQ, EQ에 이어 AQ(Appearance quotient)라는 용어가 등장해, 능력에 더해진 외모는 하나의 권력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학벌 좋은 미모의 연예인이나 미스코리아, 잘생긴 스포츠스타에 대한 관심은 한국 사회에서 고전적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대 출신 연예인 김태희 씨는 재색을 겸비한 사람을 일컫는 고유명사로 언급될 정도이며, 2006 미스코리아 진 이하늬 씨 또한 서울대생이라는 타이틀이 더욱 주목받게 했다. 운동선수가 외모까지 출중해 스타로 거듭난 사례로는 지난 베이징올림픽이 낳은 박태환, 이용대 씨가 있다. 올림픽 취약종목인 수영에서 금메달을 따며 다시 스타덤에 오른 박태환 씨는 균형잡힌 몸매와 호감형 인상으로 ‘국민남동생’이 됐다. 미남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이용대 씨는 네티즌 사이에선 ‘불면용대’, ‘용대찬가’등 각종 유행어가 생겨날 정도였다.

의사, 한의사, 변호사 등의 전문직 종사자들도 호감가는 외모로 TV에 자주 등장한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학력과 직종을 가지고 교양 및 예능 프로그램에 출현해 전문가로서 의견을 전달하면서 얼굴을 대중에게 알리고 또 인기도 얻고 있다.

정치권에도 ‘미인바람’은 예외가 아니다. 미모 정치가의 원조격인 나경원 국회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을 필두로 지난 5월 18대 총선에서 당선한 홍정욱 국회의원은 잘생긴 하버드대 출신으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다. 일각에선 “각 당의 대변인들을 호감형 인물로 세우나”라는 의문을 가질 정도로 정치권의 미인열풍이 대세다. 이 교수는 “출중한 외모의 정치가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에 'beautyocracy'(beauty+democracy)'라고 일컬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회적 미인열풍은 대학사회에도 비슷하다. 이른바 ‘엄친아’, ‘알파걸’등의 유행어는 이미 오래전에 등장했다. 생과대 박 모양은 “학점도 잘 챙기는 것은 기본이고 다양한 활동도 많이하는데, 예쁘기까지한 대학생들이 많으니 격차를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본교 41대 안암총학생회장단의 외모에 대한 주목도 있었다. 지난 6월 촛불집회참 가와 관련해 언론에 보도된 총학생회장단은 호감가는 외모로 포털싸이트 인기검색어에 올랐다.

최근 불고 있는 미인 열풍은 능력과 미모를 겸비한 ‘팔방미인’을 그 중심에 둔다. 능력과 외모 중 하나만 제대로 갖춰도 인정을 받던 분위기는 이제 ‘두 마리 토끼를 다잡아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향하고 있다. 최근 소위 명문대 여학생들의 미인대회 출전이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예다. 임인숙(문과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인된 능력과 아름다움을 둘 다 갖춤으로써 따라오는 사회적 보상이 그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역사적으로 대중들이 능력의 후광효과를 발하는 미모를 높게 평가하는 것은 항상 있어온 일이다. 다만 외적인 아름다움이 ‘성취지위’로 취급받게 되면서 개인의 노력이 미인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렸다는 것이 과거와의 차이점이다. 임 교수는 ‘기업의 용모제한 모집 추세 변화’(2003) 논문을 통해 ‘실제로 성형수술과 같은 외모개선 수단이 되면서 누구나 미인이 될 수 있는 시대라는 환상을 낳고 있다’고 밝혔다. 김선업(문과대 한국사회연구소) 교수는 이러한 미인 열풍은 계급문화와도 연관지을 수 있다고 말한다. “경제, 사회적으로 높은 계급에 있는 사람은 본인이나 자녀에 투자를 많이 하므로 상대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어낸다”며 “이들의 심리 기저엔 계급 유지 목적도 깔려있다”고 설명했다.

팔방미인이 되고자 하는 대중들의 욕구가 과거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미디어의 영향을 짚는다. 김 교수는 “사회분위기가 실제로 팔방미인을 요구하는 것일 수도 있고, 개인이 사회가 그러한 것을 요구한다고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며 “미디어를 통해 보여지는 팔방미인의 이미지는 만들어진 것일지라도 대중에게 실제인 듯한 믿음을 불러일으켜 그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미(美)’라는 요소를 노골적으로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선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다. 임 교수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적 본능일 수도 있겠지만 이상적인 외모는 사회적 맥락 안에서 주어지는 것”이라며 “사람들은 본인 스스로 아름다움을 정의내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사회적 규율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홍은영 교수 역시 “사람들이 선호하는 이미지는 상업주의와 매스컴에 의해 설정된 가상 이미지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실상은 대중매체에 의해 내면화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으로 능력과 외모를 둘 다 중시하는 ‘팔방미인 열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수영(문과대 사회학과) 강사는 “자본의 원천으로 이용되는 한 미인열풍은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가 경쟁을 심화시켜 상대적 박탈감을 확산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