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름다움의 과학, 울리히렌츠)
우리가 아름다움에 의해 규정된 계급사회에 살고 있다고 주장하는 책 <아름다움의 과학>은 우리의 터부를 깨고 아름다움을 향한 우리의 솔직한 욕망을 드러내고 있기에 읽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독일인 의사 울리히 렌츠가 쓴 이 책은 4파트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미인의 공식’ 파트에선 서양 역사 속에서 나타나는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역사적으로 고찰하면서 아름다움이 여성의 성스러운 의무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고대 이집트, 그리스 이래로 서양 사회에서 아름다움은 남녀 모두에게 중요하게 추구돼 왔지만, 프로테스탄트적인 청교도혁명을 통해 일만 하는 상인 부류가 탄생하면서 남성의 아름다움은 사라졌다. 남성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생계부양자로 살아가면서 아름다움과는 무관한 존재가 돼버린 셈이다. 이제 남성이 아름답다는 것은 남성답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며, 진정한 남성의 기준은 다른 영역에 있는 것으로 인식됐다. 반면 여성은 가정 내에서 가사노동과 자녀양육을 담당하고 집과 자신의 몸을 가꾸는 일에 매진하게 됐다.    

‘아름다움의 권력’ 파트에서는 아름다운 외모라는 축복을 받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회적으로 누리는 이점들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이 절에서 주목되는 점은 행복과 아름다움이 그렇게 연관이 깊지 않다고 주장하는 부분이다. 객관적인 아름다움과 인생에 대한 만족도는 거의 관계가 없다고 한다. 스스로가 자신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경우에만 아름다움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데, 스스로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실제적인 아름다움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 스스로 ‘아름답다’고 인식할 때는 무엇보다도 자존감이 중요하다. 긍정적인 자아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인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느냐, 우리가 스스로를 믿고 있는가가 행복을 좌우한다. 

마지막 ‘아름다움이라는 감옥’ 파트에서는 미용 산업의 거대한 성장을 통해 전 계층이 아름다움에 집착하고 그것을 추구하는 미적 광기가 대중화된다고 말한다. 대중매체의 유도에 따라 지속적인 미적 소비가 나타나고, 결국 아름다움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엔 아름다움과 젊음이 자연의 은혜이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은 상태가 모두 병으로 여겨지는 시대가 돼버렸다. 자신의 외모를 가지고 자기 연출을 하는 일종의 놀이로서 존재해온 아름다움에 대한 대중적 열망이 자본주의의 끝없는 이윤 추구욕과 만나면서 변질돼 아름다움을 향한 광기로 되어버리고, 즐거움 대신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되어버린 것이다. 결국 저자는 스스로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 자신이 외모와는 그렇게 많이 관계돼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때, 즉 자신을 사랑할 때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수영(본교 강사 · 문과대 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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