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밤의 시간을 지배하는 것이 더 많은 편리와 더 자유로운 소비를 제공할 것이라고 믿지만 과연 더 많은 행복을 줄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시간의 자율적 활용이라는 말 뒤에는 소수의 특권층을 위해 초과업무를 하는 다수의 노동자들이 가려져 있다. ‘ 24시간 사회=24시간 착취’ 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이 계속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12월 9일부터 실시된 지하철 연장운행 역시 연장운행에 따른 안전대책과 열악한 근무조건에 대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아 지하철 노동조합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신림역 역무원 장경태 씨는“ 예전에는 그나마 4시간정도 휴식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연장운행으로 휴식시간이 1시간 줄어들었다” 며 노동자들과 역무원들의 인권을 외면하는 연장운행을 비판했다.

야간근무, 교대근무 등 24시간 사회가 만들어 낸 새로운 형태의 업무들이‘ 생체시계’ 의 균형을 깨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2교대 근무로 작업하는 충무로 인쇄업계 노동자는 “  무엇보다 밤이 되면 밀려오는 졸음을 참기가 가장 힘들다. 작업이 늦어지는 날이면 부담감까지 가중되어 몸이 많이 고되다” 고 전했다.

정도언(서울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교대 근무자의 경우 몸은 서울에 있지만 수면·생리학적으로는 서울, 뉴욕, 파리를 옮겨 다니며 사는 사람과 같아 늘 ‘ 시차(時差)문제’ 에 시달리게 된다고 지적한다. 육체적 질환 외에도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도 상당해  스트레스로 민감해지거나 방어적인 기질을 가지게 될 확률도 높아진다.

이처럼 모든 사람들이 24시간 사회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이상민(한양대 사회학과) 교수는 “ 24시간 사회는 새롭게 등장하는 현상임에는 틀림없지만  업종에 따라 이것에 대해 느끼는 생각은 각기 다를 것이다” 고 설명한다.  노동자들의 희생, 생체리듬 파괴, 가정과 사회생활 포기 등은 24시간 사회가 가져온 다른 모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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