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그래피(pornography: 이하 포르노)는 인간의 성적 행위의 사실적 묘사를 주로 한 문학·영화·사진·회화 전반을 일컫는 용어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포르노는 흔히 성인영화를 이르는 말로 사용된다. 최초의 포르노 영화로 꼽히는 프랑스 영화 <르 베인(Le Bain)>(1896)의 등장 이후, 포르노 영화는 줄곧 페미니스트들의 ‘강간의 교과서’라는 비판과 정치인들로부터의 사회적 압박 속에서 쇠퇴와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 중 가장 괄목할 성장을 보여준 부분은 바로 ‘여성용 포르노의 등장’이다.

<오사카 러브스토리>의 한 장면.
오는 11월 1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되는 제 2회 핑크영화제는 'Only for woman'을 모토로 오직 여성 관객들만을 위한 포르노그래피를 상영한다. 핑크영화란 일본영화계만의 독특한 극장상영용 35mm 성인영화로 상당한 수준의 작품성을 보여준다고 평가된다. 핑크영화제는 여성도 당당하게 성적 욕망을 표출할 권리가 있다는 캠페인적 성격이 짙다. 핑크영화제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씨너스의 안종선 씨는 “핑크영화제는 몇몇 남성 관객들의 투정 아닌 투정과 함께 지난해 첫 선을 보였다”며 “작년, 여성들의 입장만 허가된 가운데 5000명 이상 입장, 평균 관객점유율 82%의 호성적을 거두었기에 올해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행사를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여성용 포르노의 등장은 포르노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잦아든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포르노 산업은 장르의 다양화와 함께 질적 변화를 이뤘는데, 그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여성’이 포르노의 소비자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폴 토머스(Paul Thomas) △애니 스프링클(Annie Sprinkle) △캔디다 로열(Candida Royalle) 등 양성차별이나 여성 상품화와 같은 포르노의 한계를 체감한 7, 80년대 포르노 스타들이 잇따라 감독으로 데뷔하면서 본격적으로 소수의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포르노가 제작됐다.

이들 작품에선 기인열전을 방불케 하는 자세로 작위적인 교성을 지르는 여성도, 남성 소비자의 감정이입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얼굴이 웬만해선 나오지 않는 거대한 성기의 남성도 등장하지 않는다. 여성용 포르노는 주로 ‘안전한 섹스’를 묘사하며 작품 속에서 여성은 남성에 의해 강요된 섹스가 아닌 사랑과 합의를 바탕으로 충분한 전희가 포함된 섹스를 즐긴다. 이는 성호르몬에 반응하는 신경세포가 뇌(腦)의 한 부분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남성과 달리 성충동 관련 세포에 식욕을 일으키는 세포 등이 관계해 단순히 포르노 영화 자체에 흥분하지 않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결과다. 영화평론가이자 한국 성문화콘텐츠연구소장인 연동원 씨는 “여성용 포르노 영화는 작품 대부분이 섹스 장면보단 그 행위에 이르기까지의 플롯(plot)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여성용 포르노의 등장을 단순히 여성의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 볼 수만은 없다. 남성 중심의 성 문화에 항거하는 여성용 포르노는 사회적, 문화적으로도 많은 의미를 지닌다. △포르노 여배우 △여성 제작자 △여성 운동가의 인터뷰로 이뤄진 다큐멘터리 영화 <벌거벗은 페미니스트(The Naked Feminist)>(2003)는 여성용 포르노의 다양한 역할 수행을 보여준 대표적인 작품이다. 등장인물들은 ‘여성에 의해 제작되며 여성의 통제 하에 여성의 욕망이 전달되는 포르노’를 외친다. 그들은 성적 욕망을 적극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여성의 성적 욕구 표출에 대한 사회적 제한을 줄일 수 있고, 여성은 더 이상 성관계에 있어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는 자부심을 드러낸다. 영화를 감독한 루이사 아킬리(Louisa Achille)는 2004년 서울 여성영화제 ‘관객과의 대화’에서 “포르노의 악영향을 비판해온 안티 포르노 여권 운동가들의 주장과 달리, 이 영화를 찍으면서 포르노의 사회적 기능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가물치 - 검은 드레스의 여자>의 한 장면.

우리나라에선 임상수 감독의 <처녀들의 저녁식사>나 봉만대 감독의 <동상이몽> 등의 작품이 여성 관객을 공략해 제작된 대표적인 포르노 영화로 손꼽힌다. 그러나 <여성영화산책>의 작가이자 영화평론가인 유지나 씨는 “현재 우리나라에선 특정한 여성용 포르노 전문 감독이나 작품이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성의 성욕에 대해 팽배해 있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이러한 움직임이 활발히 이뤄지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용 포르노는 여전히 공급에 비해 수요가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용 포르노 영화의 발전을 위한 노력은 꾸준히 진행 중이다. 국내에선 2005년 사단법인 문화미래 <이프>가 주최한 안티성폭력 페스티벌 ‘포르노 포르나(porNO porNa)’가 개최된 바 있다. 또한 미국에선 △여성에 의해 제작되며 △여성의 진정한 즐거움을 묘사하고 △지금까지 포르노물에서 그려져 온 여성의 성적 표현의 한계를 확장하는 세 가지 기준에 적합한 작품을 선정해 시상하는 ‘Feminists Porn Awards’가 매해 열린다. <이프> 공동대표 유숙렬 씨는 “‘포르노 포르나’는 포르노의 여성형 명사인 ‘포르나’를 앞세워 여성의 성적 대상화와 성의식 왜곡의 기저로 작용하는 폭력적 포르노에 반대하는 축제”라며 “궁극적 목표는 양성 평등한 성문화 조성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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