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매체에 보도된 논문대필 사건을 접하면서 당사자의 다급한 사정에 대한 측은함이나 동정심이 앞서기보다 기준과 절차를 무시하고서라도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러한 모습이 우리 대학사회까지 파고들었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함을 금치 못하게 한다. 또한 논문을 대필해서라도 학위를 취득하겠다는 생각을 한 학생이 그간의 교육과정은 올바르게 이수했었을까하는 점과 대학원의 경우 외국어 시험, 종합시험 등 여러 시험관문은 어떻게 통과했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결국 학생들이 논문을 대필하게 된 것은 스스로가 어떠한 과정과 절차를 거치더라도 결과만 좋으면 모든 것이 용인될 수 있다고 생각한데서 비롯된 일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일을 사전에 방지하고 또 검증할 수 있는 대학내 시스템이 올바르게 작동하지 못하고 있기에 발생한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 대학에는 논문을 공정히 그리고 엄격히 심사하기 위해 학생의 지도교수를 중심으로 논문심사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시스템이 올바르게 본연의 역할을 다하였다면 논문대필과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어찌보면 논문대필문제는 대학사회에 만연해 있는 윤리적 도덕적 불감증의 한 단면이 밖으로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대학에는 시험에 대한 부정행위, 교과목의 보고서 혹은 숙제 제출시 다른 사람의 결과물에 대한 베끼기 등 크고 작은 부정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은 논문대필문제와 비교해 볼 때 사안의 경중에 차이는 있지만 결국 상호 비슷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점은 도덕적 윤리적 불감증은 그러한 일을 행하는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부당한 일을 보고도 그냥 남의 일로 치부하거나 무관심으로 넘어가는 사람에게도 있다고 본다.

즉, 타인의 노력의 산물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용하고자 하는 학생 못지 않게 이를 강하게 거부하지 못하고 오히려 묵인하거나 수용하는 학생도 결국엔 윤리적 도덕적 불감증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면은 학생들을 지도하고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는 교수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교수들간에도 조차 종종 논문에 대한 표절시비 그리고 논문의 내용에 대한 엄정한 평가보다는 인간관계에 좌우되는 모습을 볼 때 결국 학생들이 논문대필을 통해서 학위를 취득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라고 판단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논문대필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해당 학교에서는 해당 학생들의 학위취득을 취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후속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반해 어떻게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이야기는 없다. 논문대필과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해당 학생뿐만 아니라 지도교수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지도교수가 학생들의 논문을 일일이 지도하고 점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학생이 원칙과 절차를 어겨가면서까지 올바르지 못한 일을 행했을 때는 그 학생의 지도교수에게도 책임이 있다.

사실 우리 사회는 원칙과 기준을 고집스럽게 고수하려는 사람을 완고하고 융통성이 없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논문대필 문제를 접하면서 오히려 원칙과 기준을 완고하리 만치 준수하는 모습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논문작성뿐만 아니라 교과과정 그리고 여러 가지 시험에 있어서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 봐주기 식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절차와 기준준수 및 엄격한 교육과정 운용을 통해 근본적으로 학생 스스로가 잘못된 생각을 가지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이 학문을 연구하고 정진하는 전당에서 또다른 목적을 달성하기위한 방편이나 수단으로 변화면서 대학 본연의 청정하고 엄격한 윤리의식이 퇴색하고 있다. 경쟁은 자기 발전이나 공공선 도달에 좋은 동력이 된다. 그러나, 그같은 경쟁이 도덕과 윤리에 바탕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온당치 않은 성취는 비슷한 악화에 의해 내침을 받게 될 것 이다. 종종 받아보는 학생들의 보고서나 논문을 나는 얼마나 성실하고 진지하게 대했는지 자문한다. 학문에 임하는 모든 이들이 이번 사건을 불감증을 버리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사회가 원칙과 기준을 지키지 않고 편법과 변통으로 잘못을 덮어나갈 때 대학은 준엄히 이를 꾸짖을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을 향한 실용적 요구가 높아질수록 대학의 사회적 소임을 선행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 논문대필사건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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