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정부가 ‘법질서 확립과 집회·시위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집회 현장에서 복면, 마스크, 가면 등의 착용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할 것이라고 해 파장이 일었다. 

지난 봄 촛불집회 당시 복면이나 마스크를 쓴 시위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평화시위에서 폭력시위로 그 의미가 변질되어 갈수록 얼굴을 가린 시위자들은 각목, 파이프 등을 휘둘렀다. 이들이 얼굴을 가리는 이유는 공권력을 피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불법적인 시위를 하지만 경찰에 연행되는 등의 그 일에 대한 책임은 지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 자신이 책임질 필요가 없는 책임이라고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애써서 얼굴을 가린 그들의 모습이 당당하거나 떳떳해 보이진 않았다.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복면 혹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사람은 영웅이든 악당이든 숨기고 싶은게 있는 이들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탈과 외국에서 가면은 그것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려 지위와 계급을 뛰어넘는 도구로 이용됐다. 하지만 이제는 그 의미가 퇴색돼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닥쳐올 일을 피할 때 사용된다. 온라인에는 익명성이라는 가면으로 자신의 얼굴과 존재를 숨긴 채 책임이라는 갑갑한 굴레를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로 넘쳐난다. 그들은 인터넷 세상을 이리저리 활보하며 ‘표현의 자유 보장’을 앞세우고 가면 뒤에 숨어 끔찍한 말들을 뱉어낸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중요시하는데 바빠 인권침해, 명예훼손 등을 방지하는 것엔 힘쓰지 못했다. 인권과 명예의 보장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에 앞서 전제돼야 할 것들이다. 이미 여러 명의 연예인이 가면 속에서 나온 말들에 상처받고 괴로워했다. 그 결과 ‘최진실 법’이 출현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가면은 벗어던지고 책임이 따르는 맨얼굴을 드러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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