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곽동혁 기자)
“친구들과 저는 서로 다른 길을 선택했을 뿐이에요. 이제 각자 열심히 뛰기만 하면 되는 거죠.” 연극배우 이수현(경영학과 97학번)씨는 카메라 앞에서 수줍게 웃고 있었지만 목소리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연극원 전문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첫 무대로 지난 2005년 본교 백주년기념 공연을 한 이후, 연극 △3×3 △주체안할 영광 △피크를 던져라와 단편영화 △A Song for a Dead Princess △소설을 써라 등 1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독특한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본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나서 다시 한예종 연극원에 입학했다고 들었다. 진로를 바꾸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제가 연기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대학 시절엔 음악도 했엇어요. 수능이 끝나고 나서 해방감에 악기 하나는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가장 값이 싼 베이스를 사서 경영대 노래패 ‘너와나’라는 동아리에 들어가 활동했죠. 전공이었던 경영학을 공부할 땐 참 힘들었는데 음악을 할 땐 늘 즐거웠어요. 그래서 서울대 공연예술학협동과정에 들어간 거였는데,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연극에 관심이 없었죠. 그러다가 대학원에서 공연이론을 배우면서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됐고, 배우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별한 계기에 의해 진로를 바꿨다기보다 계속 뭔가를 배우는 과정 속에서 삶의 방향을 찾은 거죠.
 
갑자기 연기를 하겠다고 했을 때 주위의 반응은
처음엔 친구들과 부모님 모두 절 이해하지 못했어요. 특히 부모님은 ‘절대 반대!’셨어요. 졸업하고 서울대 공연예술학협동과정에 입학할 때는 ‘예술 경영’하겠다고 했는데 경영은 정말 제 길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연기에 전념하기로 했죠.(웃음) 아직 부모님을 완전히 설득하진 못했는데 어느 정도 수긍하신 것 같아요. 가끔 제 공연을 보러 오시거든요.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이해해주시겠죠. 말렸던 친구들은 오히려 지금 더 좋아하고요.

얼마 전 인촌기념관에서 뮤지컬 <피크를 던져라>를 공연했는데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졸업하고 정말 오랜만에 학교에 와 봤어요. 학교에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모두 어리고 뭔가 내가 다니던 그 고려대가 아닌듯한 느낌이 들어서 묘했어요. 오랫동안 여행을 떠났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낯설지만 곧 편안해지는 그런 느낌 아시죠? 딱 그런 기분이었어요. 모교에서 공연하는 만큼 잘해야겠다는 부담감도 있었고요.

<피크를 던져라>에서 맡은 배역이 연기하기 까다로운 캐릭터라고 들었다

(사진 = 곽동혁 기자)
저는 공연에서 ‘지우’역을 맡았는데 말이 별로 없는 역할이라 음악 할 때 생명력 넘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어요. 기타 연주 할 때만 되면 미친 듯이 몰입하다가 연주가 끝나면 본래 성격대로 어벙하고 숫기 없는 아이로 돌아오죠. 대본 안에 갇힌 아이를 진짜 생명으로 살려내야 하기 때문에 기타 칠 때도 어떤 자세로, 어떤 표정으로 표현할지 늘 고민하고 걸음걸이 하나하나 신경 썼어요. 그래도 아직 제 연기가 많이 부족해 아쉬움이 남네요.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에쿠우스>의 ‘알런’역을 특히 해보고 싶어요. ‘알런’은 정신질환을 안고 살아가는 어린 아이예요. 정신과 의사랑 대화하면서 연극이 진행되는데 정말 매력적인 인물이죠. 그 매력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예요. 뮤지컬 난타 기획자인 송승환 씨와 배우 조재현 씨도 이 배역을 연기했는데, 그래서인지 이 역할을 연극계 등용문이라고도 해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혹시 에드워드 노튼(Edward Harrison Norton) 아세요? 사람마다 연기하는 방식이 다른데 에드워드 노튼은 섬세함과 날카로움, 강인함을 모두 갖췄어요. 브래드 피트(William Bradley Pitt)가 직선적인 느낌을 가진 배우라면 노튼은 곡선적인 느낌을 가진 배우인 것 같아요. 그가 소화했던 캐릭터들도 성격이 제각기 다른데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내년 1학기까지 다니면 졸업해요. 가보고 싶은 해외 극단이 덴마크와 폴란드에 있어서 졸업하고 나면 1년 정도 외국 여행을 할 생각이에요. 그 극단에 연출가 두 분이 계신데 정말 좋아하거든요. 무작정가서 일단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 다국적 극단도 있어서 연이 닿으면 외국에서 활동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들과 배역이 마음에 든다면 연극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연기에 도전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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