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경민 기자)

‘놀이’라고 번역될 수 있는 단어로는 △play △leisure △recreation △entertainment △game 등이 있다. 1938년 ‘호모루덴스’(놀이하는 인간) 개념을 처음 제시한 호이징하는 ‘일상생활 밖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놀이하는 자를 완전히 사로잡을 수 있는 자유로운 행위’를  놀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본교생들의 ‘놀이’는 어떤 모습일까?

본교생 26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놀이로 △인터넷(35.3%) △수다(20.7%) △음주(16.5%) 순으로 나타났다. 남녀 모두 1위는 인터넷으로 나타났다. (남학생33.1%, 여학생39.4%) 그러나 2,3위의 경우 남학생은 음주(21.7%), 수다(11.4%)순이었던 반면, 여학생은 2위인 수다(36.4%)가 3위인 음주(8.1%)보다 월등히 많았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엔 △즐거움 추구(44.9%) △스트레스 해소(33.6%)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12.8%) 순으로 답했다.

‘인터넷’의 순위가 높은 것에 대해 전경욱(사범대 국어교육과)교수는 “과거와 달리 현대엔 놀이의 집단적 성격이 사라지고 있다”며 “전통적으로 놀이는 도구를 만드는 준비단계 등을 거치며 협동심과 사회성을 발달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현대인들의 놀이는 인터넷·게임 등 ‘혼자놀기’가 그 중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놀이가 인터넷·음주·수다 등 몇 가지 놀이활동에 몰려 나타나는 것에 대해 학생들은 ‘놀이 컨텐츠의 부족’을 호소한다. 양재승(문과대 국문04) 씨는 “1학년 때는 새로 접한 대학문화에 신선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일반적으로 대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가 몇 가지로 국한되다보니 점차 싫증도 느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문조(문과대 사회학과)교수는 “놀이가 상업적으로 이용되다보니 겉보기엔 놀이 컨텐츠가 다양화된 것 같지만 실질적으론 단순화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자본논리에 따라 상업적으로 이윤이 남는 몇 가지 놀이만 살아남아 가짓수가 수렴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는데 소비하는 시간은 학년별로 차이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저학년의 경우 놀이의 시간 측면에서 저학년(1,2학년)은 56.5%가 ‘충분하다’고 답한 반면, 고학년(3학년 이상)은 33.0%만이 ‘충분하다’고 응답했다. 4학년인 이태훈(공과대 전전전 05)씨는 “졸업을 앞둔 상태이다 보니 노는 것 자체가 눈치 보이는 일이라고 생각돼 취업이나 대학원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용석(인문대 사회학과)교수는 “한국사회의 성취지향적인 분위기 때문에 노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목표달성 후로 미루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놀이에 자신이 소비하는 절대적 비용에 대해선 많은 편 50.0%, 적은 편 49.7%(결측 0.3%)로 양측이 거의 같은 비율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모두 대학생들이 놀이문화를 향유하는데 있어 ‘돈은 필요조건’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놀이에 많은 비용을 소비하는 편이라고 답한 본교생 황슬주(사범대 영어교육08)씨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려면 카페에 가야하고, 노래방이든 영화관이든 모두 돈을 내야 이용할 수 있다”며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자리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적은 돈을 소비한다고 답한 김진호(문과대 사학06)씨는 “학생 신분이라 수입이 많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돈이 적게 드는 놀이를 찾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놀이의 달인, 호모루덴스>에서 저자 한경애 씨는 ‘현대사회에서 놀이는 소비와 동의어가 됐다’며 ‘축제에서부터 여행까지 모든 것이 상품인 세계에서 우리는 돈 없이 시간을 보내는 법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놀이 자체가 반드시 개인의 ‘자율적인 선택’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기성세대들이 와인이나 골프를 있는 그대로 즐기기보다는 ‘해야만 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학생들에게 일부 놀이가 관계형성과 관련된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대학생의 음주문화가 대표적이다. 이은주 씨의 숙명여대 대학원 석사 학위논문 ‘남녀공학 여자대학생의 인간관계망 형성에 관한 연구’에선 ‘술자리를 통해 형성되는 연대감은 술자리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을 분리·배제 시키는 배타성에서 나온다’고 언급된 바 있다. 박선영(정경대 통계07) 씨는 “신입생 때부터 과·반생활의 기본은 술자리로 여겨지기에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참석했다가 원치않게 술을 많이 마셔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대중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교양을 갖추지 않을 때 자신이 대화에서 소외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때문에 자신의 취향 및 선호를 고려하기 전에 유행하는 △음악 △영화 △드라마 등을 꼭 접해야한다는 압박을 느끼기도 한다. 학생들의 이런 경향에 대해 김수영 (본교강사·사회학)씨는 “같은 문화를 향유하지 않으면 특정 계층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까 걱정하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라며 “성찰을 통해 자기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즐거움을 찾도록 노력해야 진정한 놀이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