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3시 20분경 민주광장은 수업 후 이동하는 학생들로 혼잡했다. 학생들과 더불어 오토바이가 인도와 차도 구분 없이 지나다니고 있었으며, 교양관 앞 길목엔 오토바이 십 여대가 차례로 주차돼 있었다.

교양관뿐만 아니라 교내 곳곳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는 학생과 오토바이가 건물 앞에 주차돼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오토바이가 자동차에 비해 초기 비용 및 유지비가 적게 들고 주차 ․ 이동 등에 있어 더 편리하기 때문이다. 오토바이 이용자인 김 모(공과대 건축공학 05)씨는 “셔틀버스보다 원하는 시간을 맞추기 쉽고 목적지 바로 앞까지 갈 수 있어서 오토바이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이용의 편리함 때문에 운전자는 늘고 있지만 오토바이에 대한 제도 및 시설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본교에 ‘오토바이 전용주차장’이라고 명시돼 있는 곳은 과학도서관 앞 뿐이다. 대부분의 경우 건물 앞에 주차돼 있거나 자전거 거치대, 장애인 전용 주차장 구역에 주차되고 있다. 시설부 권진택 씨는 “자연계 캠퍼스의 경우 과학도서관 주변에 오토바이 주차가 특히 많아 혼잡했다”며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시설부와 과학도서관 측이 협의해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외에 교내에서 모터사이클을 이용하는 것과 관련해 본교에서 따로 정한 규정은 없다. 따라서 교내에서 모터사이클의 주행과 주차에 대한 통제는 소극적인 상황이다.

지난 2002년 본교는 음식 배달용 오토바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출입 배달차량 제한조치를 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유명무실하다. 당시 35개 선정업체에 고유 차량번호를 부여해 이들만 교내에 출입할 수 있도록 조치했지만 주변 상권의 잦은 변화로 실효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본교는 학기 초마다 상회 대표에게 오토바이 속도 및 굉음 문제에 대해 주의를 요청하고 있다.

한편 교내에서 주행하는 오토바이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길목이 좁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 학생들이 체감하는 오토바이의 위험도는 클 수밖에 없다. 몇몇 학생은 △학생회관 셔틀버스 정류장 옆 길 △백주년기념관과 경영관 사이 도로 △과학도서관 앞 하스 광장 주변 △과학도서관에서 창의관으로 내려오는 길을 지적하며 오토바이 주행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이는 오토바이가 인도로 다니거나 이용자들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주행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오토바이의 소음 문제도 지적된다. 정지원(문과대 영문07)씨는 “모터사이클로 인한 소음으로 면학 분위기에 지장을 주는 경우도 있다”며 “강제적인 방법보다는 학생들이 스스로 판단해서 자제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본교와 달리 다른 대학에선 오토바이로 인한 안전문제로 학생들의 민원이 자주 제기돼 오토바이 운행 규정을 만들어 시행중이다. 서울대의 경우 ‘대학교 환경은 그 특성상 조용하고 깨끗해야 하며 대학에서 생활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이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로 지난 5월부터 ‘교내 오토바이 계도 및 단속’을 시작했다. 주요 단속 사항은 △과속, 난폭운전, 음주운전, 무리한 끼어들기 △헬멧 미착용 △굉음 발생 △보행자 전용도로 출입 △야간 운행 시 전조등 점등 등이다. 3회 이상 이를 어길시 △요식업소는 서울대학신문에 공지하여 불매운동 전개 및 출입제한 실시 △학생은 경고장 발부 및 오토바이 출입제한과 지도교수를 통한 특별지도 △교내 직원은 오토바이 출입제한 및 총무과에 통보해 인사 불이익 요구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연세대 또한 오토바이 관련 사고로 학생들이 민원을 제기해 지난 2007년부터 전체 3단계에 걸친 오토바이 단속을 시행하고 있다. △1단계 음식배달 오토바이 출입 제한 △2단계 오토바이 단속 강화 및 오토바이 없는 구역 지정 △3단계 오토바이 등록제 시행 및 셔틀버스 운행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본교 총무부 관계자는 “흡연 문제와 마찬가지로 오토바이의 특성상 하나하나 강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계속해서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필요할 경우 제도를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암총학 이송 집행위원장은 “관련 규정을 통해 강제하기보다는 각자의 노력이 요구되는 문제라고 본다”며 “공중도덕적인 개념으로 서로를 배려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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