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문의 통일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가장 먼저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은 시장의 통합이다. 시장의 통합은 남북한의 △상품시장 △노동시장 △부동산시장 △금융과 자본시장이 합쳐짐으로써 남북한 주민들이 단일한 시장을 통해서 자유롭게 거래하고 소통하며 경쟁하는 상태로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남북한 시장의 통합은 통일의 방식, 시점, 상황 등의 변수로 인해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가장 극단적인 형태는 북한체제가 갑작스럽게 붕괴해 남한에 흡수 통일되는 것이다. 북한 내부 경제체제의 변화(개혁·개방)가 수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일이 이뤄져 남북한의 소득격차가 커지고, 북한의 산업기반이 황폐화돼 있다면 우리로썬 경제적인 측면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통일이다. 북한지역을 경제적으로 관리?발전시키기 위한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대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북한지역에 대한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우리 경제의 대외 신인도가 하락하고, 장기적인 경제침체에 빠지며, 이로 인해 남북 주민들 간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침체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반면,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북한의 정치·경제 체제가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지속적으로 변화해 점진적으로 경제통합의 범주를 확대해 나가는 과정을 밟아 통일에 도달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의 남북한이 직면하고 있는 국내외 상황에 비춰 볼 때, 적절한 시점에 바람직한 시나리오로 남북한 경제가 통일될 가능성이 적다는데 있다.

그 이유로는 북한이 지나치게 비효율적인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고수함으로써 경제 구조가 왜곡되고 체제의 취약성도 악화된 점을 꼽을 수 있다. 때문에 북한의 경제체제 변화 과정이 안정적으로 관리돼 성공적으로 개혁·개방이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할 수 있다.

만약 경제개혁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사회적 요구가 폭발해 정부의 통제능력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북한 지도부가 그동안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몸을 사리고 있는 것도 이런 예상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경제체제와 개혁의 문제 외에도 북한 핵 문제가 평화롭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점과 남한 내에서 통일에 대한 견해들이 충돌하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점도 통일에 영향을 주는 큰 변수라 볼 수 있다.
통일의 방식과 시점에 따라 경제 통일의 양상은 현저하게 달라질 것이다. 다시 말해서 통일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현상들은 우리가 통일에 얼마나 대비하는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바람직한’ 통일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경제통일 준비하는 작업은 그 영역이 매우 방대하다. 통일 준비는 △우리 사회 내부에서 해야 하는 일 △국제사회의 차원에서 해야 할 일 △또한 남북관계의 차원에서 해야 할 일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우리 사회의 통일 역량을 강화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통일 역량을 강화하는 작업으로는 △통일에 필요한 제도를 개선하고 △재원을 마련하며 △국제사회와의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일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통일 방식과 통일한국의 미래 비전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고 경제 분야의 통일역군을 양성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한반도 경제가 통일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는 물류비용의 절감과 동북아지역 시장에 대한 접근성 개선 효과다. 한반도의 통일은 군사적 긴장상태에서의 탈출을 의미하는 것으로 군사비의 절감과 함께 군 인력의 감축으로 기존의 징집제도가 모병제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통일 방식과 시점에 따라서는 단기적으로는 우리에게 상당한 고통분담을 요구할 수 있지만, 최소한 장기적으로는 북한지역에 대한 개발투자와 생산 공장의 진출 등을 통해서 우리 경제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게 통일은 머지않은 장래에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 통일을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그 준비 작업을 서둘러야한다.

글쓴이

임강택
뉴욕주립대학교 경제학 박사
민주평통 자문위원 역임
동북아시대위원회 전문위원 역임
(현)북한연구학회 이사
(현)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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