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수업을 듣고 나오는 길에 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학생들의 투표 참여율은 매우 저조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투표를 하십시오’라고 외치는 학생의 목소리에 쇳소리가 묻어난다. 투표 마지막 날에서야 상인 듯이 떡을 받으면서 덤으로 받은 투표용지를 살펴보다 학생들은 교육재정 7%확보에 대해 참관인에게 묻는다. "근데 찬성해야 해요, 반대해야 해요?"

오는 3월31일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서비스 개방 요구를 받은 나라들이 개방계획서(양허안)를 내는 날이다. 그런데 정작 교육을 받고 있는 본인들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까맣게 모르고 있다. 교육부와 외교통상부 같은 주무부서가 ‘개방은 세계적 대세’라면서 적극 대응하지 않았고, 진행상황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개방계획서 제출 마감을 앞둔 지금에 와서야 진상이 알려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교육개방 양허안 제출은 교육을 시장에서 사고 파는 상품으로 인정하는 것과도 같다. 교육개방의 양허안을 제출하면 국제적 약속이 되고 그 부작용이 커지게 되더라도 불리함을 이유로 뒤집을 수가 없게 된다. 교육개방과 관련한 법에 따르면 외국인학교는 수업은 학교 측이 마음대로 짜고 등록금도 마음대로 책정해서 받고도 학력은 국내학력을 인정해 줄 수 있게 한다.

런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없이 개방된다면 그 문제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이 나라가 아니라 기업과 시장의 몫이 되는 날에 우리는 학교에서 시장의 원리를 배우게 될 지도 모른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가난하다고 해서 배움의 자유를 잃어도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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