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통일될 것인가? 누구도 정확하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어리석은 질문은 아니지만, 질문하는 사람도 정확한 대답을 기대하지 않고 ,대답하는 사람도 단정적으로 답할 수 없는 사안임을 알기 때문이다. 학문적 차원에서 통일이 되는 시기는 유사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짐작해 볼 수밖에 없다. 1990년 동서독의 통일사례를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데, 동서독의 통일과정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방법 측면에서 서독이 동독을 무력이 아닌 평화적 방식으로 통일했다. 국력격차가 없거나, 국력이 대등한 상황에서 양측이 협의하는 ‘대등통일방식’으로 통일이 진행되지 않았다.

둘째, 통일 모습 측면에서 서독의 ‘정치?경제?사회?군사질서’가 동독으로 확산되어 간 방식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서독이 동독을 흡수했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주변국이 독일통일을 지지한 ‘국제협력’방식을 택했다. 넷째, 준비 방식 측면에서 서독은 ‘통일’을 앞세우지 않고, ‘통일여건, 통일인프라’를 강화하는 통일준비정책을 선택했다.

동서독 통합방식을 기준으로 하여 우리의 통일여건을 고찰하면 다음 몇 가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첫째, 남북한 국력격차 문제이다. 현재 공식적인 남북한의 경제규모 차이는 통일당시 동서독의 국력차이와 비슷하거나 더 심하다. 북한의 공식적인 연간 국민총생산 규모는 약 200억 달러 수준이지만 현재 MB정부는 실제로 절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MB정부의 추정치인 100억 달러를 한국경제에 통합하여도 우리경제규모를 증대시키는 효과는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둘째, 통일의 미래상과 관련하여 북측은 ‘낮은 단계의 남북연방제안’을 고집하고 있고, 우리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유지하고 있다. 북측이 내세우는 ‘연방제’와 ‘우리 통일방안’의 차이는 ‘외교?국방에 대한 주권을 단일화 시키느냐’의 문제이다. 통일국가라면 당연히 외교?국방이 하나의 중앙정부에 귀속되어야 한다.

셋째, 국제협력 문제와 관련하여 의미 있는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북핵문제가 제기되기 전에 ‘북한문제, 남북관계문제, 한반도평화와 통일문제‘는 주변국 및 국제사회의 중요한 관심사항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북한핵문제를 다루면서 주변국들은 그들의 국가이익 추구 때문에 만들어진 ‘한반도의 분단과정, 비무장지대’의 존재를 알게 됐다. 우리가 6자회담의 틀을 잘 활용한다면 주변국가들이 우리의 평화체제구축노력 및 통일전략을 이해하는 결정적인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또한 북한주민들의 의식이 ‘親대한민국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가의 문제 역시 중요한 문제다.

통일이 진행된다면 통일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과제가 군사통합과정이 될 것이다.
동서독 통일과정에서 군사통합과 관련하여 서독은 다음 네 가지 원칙 속에서 군사통합을 진행시켰다. 첫째, 군사통합 내용과 방향과 관련하여 동독군 당국과 협상하지 않았다. 둘째, 동독군 장병 중에서 선별적으로 서독군에 재활용했으며, 그 판단은 서독군이 정한 기준과 원칙에 따랐다. 셋째, 동독군이 보유하고 있는 주요 탄약을 비롯한 많은 장비가 서독전력에 큰 도움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고, 폐기를 원칙으로 했다. 넷째, 독일군에 편입하는 동독군은 철저한 재교육을 실시했다.

우리도 통일과정에서 군사통합을 해야 한다. 군사통합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칠 요소는 정치통합의 방식일 것이다. 현재의 국력격차,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보면 형식과 절차와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우리체제의 장점이 유지되는 틀 속에서 통일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게 될 경우 우리의 군사통합과정은 동서독식 군사통합 과정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정치통합 방식 이외에 군사통합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요소는 통일한국의 적정 군사력 규모이다. 현재 남북한의 전체 군사력 현황은 국가 면적, 인구 등을 고려할 때 과도한 규모인다. 미국은 147만여명, 러시아는 100만여명, 중국은 225만명, 일본은 24만여명의 병력을 갖고 있는데 비해 현재 남북한은 약 180만여명의 군사력을 갖고 있다. 전차, 전투기 등 재래식 전력도 양적으로 엄청나다. 한반도비핵화를 수용하고, 동서독 규모의 병력규모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중요한 것은 통일한국이 외부 군사적 위협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의 문제이다. 외부위협 평가를 중심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군사력을 배치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한 병력 중 축소되는 병력이 체제를 위협하는 무장세력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민간으로 전환되는 병력에 대한 복지정책을 잘 수립해야 한다.

막대한 통일비용을 고려하여 남북한 격차를 우선 축소하고, 통일을 천천히 하자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격차가 축소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데 있다. 그래서 통일노력을 미룬다고 해서 통일비용이 감소될 것 같지 않다. 현재 북한체제는 지도자의 건강문제, 개혁?개방으로 인한 주민의 충성심 이탈문제 등으로 갑작스럽게 권력구조가 바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향후 10년 이내에 진행될 북한내부 변화를 잘 활용된다면 통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점진적 통일에도 대비해야 하지만 봄날 산사태처럼 다가올 통일에도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통일의 마지막 과정이 될 군사통합 준비도 해야 한다.

글쓴이

백승주
정치학 박사(경북대학교)
북경대학교 방문교수 역임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국방연구원 북한실장, 국방현안팀장 역임
한국정치학회 안보분과위원장 역임
국가비상기획위원회 비상근위원 역임
                                         (현)한국국방연구원, 국방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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