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는 지난 5월 5일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면서 ‘Global-KU Frontier Spirit’의 표어를 정하고 세계선도대학을 목표로 학교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본지는 창간 61주년을 맞아 지난달 20일(월) 이기수 총장을 만나 본교의 발전방향과 학내외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달 7일 ‘총장과 재학생간의 대화’ 행사가 있었습니다. 행사를 마치신 후 학생들이 학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한다고 느끼셨습니까

학생들이 진지한 이야기를 많이 해서 대화시간을 예상시간보다 1시간가량 더 가졌다. 학생들이 가장 관심을 가진 것은 역시 등록금 문제였다. 그 외에도 △공간문제 △외국어 문제 △학생당 교수비율 문제 등 학교전반적인 문제들에 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사실 주변 사람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진행한 행사라 걱정이 없진 않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학생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생각한다. 재학생과의 직접대면은 처음이라 어색하고 좀 매끄럽지 못한 점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이러한 행사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 자주 만나다보면 더 많은 소통을 할 수 있고 학생들의 의견이 학교행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학교에 건의사항이나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본교가 내세우는 ‘Frontier Spirit’에서 민족혼과 개척정신을 담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설명해 주십시요

‘Frontier Spirit’을 직역하면 개척정신이 된다. 이는 고대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개척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발전방향을 제시해 한국대학을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볼 수 있다. 또한 학생과 졸업생의 입장에서 보면, 남들과는 다른 개척정신과 열정으로 무장해 경쟁력을 높여 사회에서 최고가 돼주길 바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민족혼을 강조한 것은, 우리 고대가 아무리 세계화와 국제화의 선두에 서 있더라도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나는 고대생들이 확고한 국가관을 바탕으로 사회에서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지난 개교기념일에 본교의 발전계획을 담아 7대비전을 선포했습니다. 7대 비전의 내용들은 현재 어느 정도까지 진척되었습니까

개교기념일에 선포한 7대비전은 (1)교육프로그램의 글로벌화 및 교양과정 개선 (2)국제교류 프로그램 확대 (3)연구역량의 세계화 - 미래지향적 연구단지 조성 (4)우수 대학원생 확보 및 육성 (5)경영관리 시스템의 선진화 - 행정시스템 전문화․분권화 (6)KU펀드 매니지먼트 설립 (7)KU홀딩스 설립 등이다.

지난 9개월은 이 7대비전을 진행해가기 위해 앞으로의 해야할 일을 확정짓는 준비기간이었다. 콘텐츠를 개발하고 학내 구성원간의 화합을 도모하는 등 내실을 다지는 기간이었다. 지금까지 세워진 계획들을 바탕으로 7대 비전을 진행해갈 예정이니 앞으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길 바란다.

세계선도대학이 되기 위해 많은 사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 중 임기 중에 꼭 이루고 싶은 세 가지만 뽑아주신다면

나는 대외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학내교육의 내실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첫째로 ‘교양교육의 내실화’를 이루고 싶다. 다음 학기쯤부터 새내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간학’과 관련한 강좌를 개설해, 살아가면서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 등의 인성교육을 진행할 생각이다. 각 분야의 인사들을 초청해 학생들이 강연을 들을 수 있게끔 준비 하고 있다.

둘째로는 ‘영어교육’이다. 앞으로 개설하는 과목 50%정도는 영강으로 진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셋째로는 ‘필요한 공간 확보’다. 임기동안 교내에 9개 정도의 건물을 더 짓는 것이 현재의 목표다. 안암 캠퍼스에는 현재 짓고 있는 종합강의동 외에도 교육관, 언론관, 정보통신관, 이공계쪽의 종합강의동, 외래진료를 위한 건물신축 등을 계획하고 있다. 세종캠퍼스의 경우 경상관 신축 완료외에도 기존 건물들의 리모델링 등을 통해 보다 나은 학습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취임 이후 LA캠퍼스 설립을 위해 LA시장을 만나는 등 노력을 해오셨습니다. 현재 LA캠퍼스 설립은 얼마나,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설명해 주십시요

LA 캠퍼스는 현재 KU-US Education & Research Center로 명명한 상태고, 지난 5월 Antonio Villaraigosa(안토니아 비야라이고사) LA 시장을 만난 이후 8월 본교 대표단을 파견해 LA시 당국자 및 캘리포니아 지역에 위치한 본교 교류대학, 국제재단 등과 KU-US project의 상세 내용을 협의했다.

10월 30일에는 LA에서 KU-US Studies Conference를 개최하여 KU-US Program의 당위성과 추진과정을 국내외에 홍보하고, 이와 관련해 ‘다인종, 다문화 시대의 교육’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가질 예정이다.

또한 오는 2009년 9월까지 한국 사회와 문화 최고위 과정 및 한국어 과정을 신설하여, 1년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2010년 9월까지 한국학 중심의 대학원 석사(MA) 과정(정원 50명)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관련 위원회에서 한국학 커리큘럼 최종안을 검토 중이며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15년 이내에 한국학 중심의 학부(BA) 과정을 개설해 KU-US 캠퍼스를 영국의 Oxford 대학, 워싱턴 D.C. 지역의 대학들과 연계한 한국학의 허브로 삼아 ‘민족혼과 개척정신을 담은 세계선도대학’으로 국제경쟁력있는 지도급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사진=박지선 기자)

 

 

 

 

 

 

 

 

총장님께서는 기부금 5000억원 모금을 공약하셨습니다. 올해 기부금 모금 성과는 어느 정도이고, 앞으로 강구하는 모금방안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취임 후 연구비를 포함해서 발전기금으로 9월까지 1천2백4십9억원을 모금했다. 기부금만으로는 9월까지 337억원을 모금했으며 이는 개교100주년 모금캠페인을 펼쳤던 2003-2006년까지 연평균 기부금 400여억원에 비교해볼 때도 상당한 금액이다. 고려대학교는 기본적인 모금 규모가 타대학에 비해 일정규모로 성장해 있다고 본다. 공약 5천억원 모금계획은 한층 더 도전적인 목표로 연간 1000억원 이상 5년간 5천억원의 모금캠페인을 추진하기 위해서 준비 중이다. 모금캠페인의 기간을 5년으로 설정한 것은 한국 대학의 현실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고려대학교의 비전을 바탕으로 한 노력과 투자가 단일 총장의 임기 내에 이루어지는 보여주기 식의 단기 과제가 아니고, 公先私後, 信義一貫의 고대정신으로 추구할 민족과 한국의 고등교육, 그리고 지구촌 공동체를 위한 사명이라는 의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하여 외부전문회사와 모금캠페인을 위한 타당성 조사와 분석중이고 2009년 2월까지 준비기를 거쳐 본격적인 집중거액모금캠페인을 진행하려고 한다.

취임한 이후 10개국 37개 대학을 방문하셨습니다. 이러한 해외출장에서 거둔 성과는 무엇인가요

본교의 주요 목표인 '국제화'를 위해선 세계 속에서 한국과 고려대의 위상이 높아져야 한다. 그래서 목표달성 및 실천을 위해 외국교환학생 수를 많이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해외출장을 통해 외국대학과 관계를 맺는 것은 중요하다. 최근까지 10여 개국 37개 대학을 직접 방문해 △영국 옥스퍼드대 △런던 정경대 △미국 조지워싱턴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 등을 비롯한 50여 개 대학과 새롭게 교류협정을 체결하거나, 협력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또한 영어와 제2언어를 필수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앞으로 비영어권 대학들과도 교류를 확대할 수 있는 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10월에 방문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과는 대학원 및 썸머스쿨 코스의 학생교류를 진행하는 한편 고려대를 방문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 대학원생들에게 전액장학금, 기숙사 비용과 생활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공계 대학원 공동석사학위제도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 내 한국학센터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발표된 중앙일보와 더타임즈 대학평가에서 본교는 국내의 다른 대학에 비해 저조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 결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가 이들 대학평가에서 다른 대학에 비해 크게 뒤쳐진 항목은 연구업적분야다. 본교는 공과대학과 의과대가 각각 1954년과 1974년에 설립돼 경쟁대학에 비해 이공계 쪽의 역사가 짧다. 교수개인당 연구실적은 본교가 우수한 편에 속하지만, 전체적인 교수인원이 절대적으로 적어 전체연구실적에서 결과가 좋지 않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다음 학기부터는 더 많은 교수를 채용하는 등의 대응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등록금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여전합니다. 등록금 문제에 대한 총장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음 학기에는 등록금 인상폭을 물가인상률 수준내에서 제한하려고 생각 하고 있다.

현재의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해 본교가 앞장서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모자란 재정은 내가 직접 나서서 기부를 통해 채울 생각이다. 하지만 아직은 개인적인 생각일 뿐 다른 학내 구성원들과 행정적인 부분에서 의견조율이 필요할 것 같다.

2009학년도부터 자율전공학부의 신입생이 들어옵니다. 자율전공학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운영할 계획인가요

자율전공학부의 운영에 관련된 사안은 아직 논의 중이다. 현대는 학문 융합의 시대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 자율전공학부라고 본다. 일각에서는 자율전공학부가 프리로스쿨로 간다고 하지만 이는 자율전공학부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 자율전공학부는 최고로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 학생들이 국제경쟁력을 지닌 명품인재가 되도록 운영할 예정이다.

본교는 대통령을 배출한 대학으로 그 책임이 무겁습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고려대의 역할과 우리 사회에서 고려대출신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인촌 김성수 선생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공선사후 신의일관(共先私後 信義一貫)’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그것이 고대생들의 생활철학이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동안 한국정치계의 게이트에 고대출신들이 연관돼 있는 일은 매우 많았다. 이것은 교우들의 끈끈한 정 때문이기도 한데, 나는 고대생들이 서로 무조건 돕기보단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생각해보고 행동할 수 있길 바란다.

또한 우리 고대생들이 옛 선배들의 올바른 정신을 계승하고, 자신을 고민하고, 민족에 헌신하며 국가를 빛낼 뛰어난 인재로 자라게 되길 바란다. 내가 생각하는 고대생의 상은 ‘확고한 국가관과 개척정신을 가지고 미래한국을 선도할 글로벌 감각을 갖춘 지도급 인재’이다. 

 


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해주고픈 말이 있으시다면

앞으로 더 많이 대화하고 서로 교류하고 싶다. 나는 학교의 문제점에 대한 건의사항과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항상 목말라 있다. 누구든 나에게 스스럼없이 이메일을 보내주었으면 한다. 주소는 president@korea.ac.kr이다. 내가 매일 직접 확인하니 보안은 걱정하지 말고 허심탄회한 의견을 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말은 학교에 좀 더 애정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최근에 과방이나 동아리방 등 학생들의 자치공간을 보면 지저분하게 방치돼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주인의식을 갖고 학교를 자신의 집처럼 아끼고 사랑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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