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 20일 새벽 5시 30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는 화염으로 뒤덮였다. 평화를 원하던 국제 사회의 바람은 크루즈 미사일과 함께 사라졌다.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고, 테러 단체들을 지원하는 이라크를 내버려두면 제2의 9·11이 발생할 것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말은 그의 이라크 공격을 ‘세계평화 수호’ 를 위한 정당한 선택으로 바꿔 포장한다.

이번 전쟁이 만약 미국의 승리로 끝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 미국 정부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보유창고를 발견해 모조리 파괴했다는 성명서를 발표할 것이다. 물론 살상무기가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파괴됐다는데 증거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이어 부시는 ‘악의 축’ 을 능멸한, 성조기에 달린 5십 개의 별보다 더 반짝이는 슈퍼스타가 될 것이다. 슈퍼맨과 스파이더맨의 계보를 잇는 새로운 영웅탄생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지난 19일에는 이번 전쟁으로 인해 최소 740만 명의 이라크인들이 고통받을 것이라는 유엔 보고서가 발표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현재 인근국가 중 요르단만이 기아와 죽음으로 고통받는 이라크 난민을 받아주기로 한 상태다. 이라크인들은 전쟁이 내린 고통을 온몸으로 기억하며 고향을 떠난 채 떠돌다 죽을 것이다. 

영화 <블랙호크다운>에서 후트는 남은 대원들을 구하러 가기 전, 중사 맷에게 말한다. “사람들이 묻곤 하지. ‘이봐, 후트. 대체 그것을 왜해? 무슨 전쟁광이라도 돼?’ 그러나 그들이 이해하겠어. 전우애란 걸. 내겐 그게 전부라고.”
영화 속 대사를 인용해 부시에게 물어본다. “이봐, 부시, 당신 무슨 전쟁광이라도 돼? 전쟁이 뭔지 알기나 하냐고?” 코 큰 부시는 아마 이렇게 말하겠지. 이번 전쟁은 ‘피보다 비싼 석유를 얻을 수 있는, 높은 기회비용을 가진 고소득 수익사업’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의 우매한 몇몇 사람들은 방송3사에서 하루종일 틀어주는, 피 흘리며 죽어 가는 ‘미군’ 들만 나오는 CNN 뉴스를 보며  “후세인 죽어라!” 를 외치고 있을 것이다.

권민정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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