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문발리에 소재한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이하 파주 북시티)는 이름 그대로 ‘책의 도시’다. 출판도시문화재단의 김근상 홍보실장은 파주 북시티를 “세계지식산업 사상 유례가 없는 책문화의 집산지며 2000년대 건축미학의 전시장, 그리고 생태환경을 고려한 도시건설로 여러 차례 주목을 받은 바 있다”고 소개했다.

전 세계적으로 마을의 전체가 헌 책방인 △영국 웨일즈의 헤이온 와이 △벨기에의 레뒤 △네덜란드의 브레드보트 등 유명한 책 마을은 많지만 출판도시는 우리나라의 파주북시티가 유일하다. 출판도시문화재단 기획홍보부 이호진 씨는 “파주 북시티는 국가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돼 △출판사 △인쇄소 △유통센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출판문화공동체를 지향하는 산업단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곳엔 창작과 비평사, 민음사 등 우리나라 대표 출판사를 비롯해 △인쇄업체 △지류회사 △유통센터 △교보문고 등 유명 문고를 두루 포함하는 약 600여개의 다양한 출판 관련 업체들이 모여 하나의 도시를 이루고 있다.

합정역 2번 출구에서 올라탄 새빨간 2200번 버스를 타고 파주 북시티의 입구, ‘출판단지’정류장에서 하차하면 출판단지 내에서 생산된 갖가지 도서들이 한 데 모여 전국으로 보내지는 유통단지 ‘북센’이 있다. 갖가지 책들이 오가는 광경을 바라보며 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가을 냄새를 물씬 풍기는 북시티를 관통하는 갈대샛강과 주변의 갈대밭, 재두루미 도래지인 강변 초지 등 자연을 살린 생태환경도시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또한 각자의 이야기를 담은 건물들과 천연에너지를 이용하는 풍차 등은 남다른 볼거리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 ‘BOOK SHOW’전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는 파주출판도시의 중심부에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에선 도시의 ‘문화공간’을 자처하며 갖가지 책 관련 전시회, 포럼의 활발한 개최와 함께 도서관의 상설 운영이 이뤄진다. 현재는 KBS가 주관하는 ‘2008 Book Show 손에 책’전이 진행 중이다. 세월의 흐름속에 이제는 희귀본이 된 △한용운 시집 <님의 침묵> 1926년본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1926년본 △백석 시집 <사슴> 1936년본 등과 과거의 땅과 바다의 흔적을 종이위에 담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부터 1970년대 일반 잡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록물들이 전시되고 있다.

 

(사진=박지선 기자)
출판도시활판공방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앞의 다리를 건너면, 커다란 한글 문자가 배열돼 줄을 이루고 있는 기계가 전시된 공방이 눈에 띈다. 1970년 이후 점차 사라져가는 활판인쇄의 전통을 계승하며 아날로그 방식의 책 생산을 계속해 나가고 있는 공간이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도 공방에서는 한 시인의 1000부 한정판 시집 인쇄 작업으로 한창이었다. 책은 시인의 친필 메시지가 담긴 정성과 한지의 수려함뿐만 아니라, 500페이지가 넘는 페이지 수를 전혀 느낄 수 없는 가벼움을 자랑했다. 또한 이곳에선 과거 청록파 시인들의 <청록집>과, 한용운의 <님의 침묵>등 금속활자로 인쇄된 다량의 시집을 전시하고 있다. 시인이자 활판공방 편집주간 박건한 씨는 “전통한지로 제작된 우리 공방의 책은 일반 책자처럼 색이 바래지도, 종이가 바스러지지도 않고 1000년을 간다”며 “우리나라에 남은 유일의 활판공방에서 발행되는 시집은 문단 데뷔 40년이 넘은 시인들을 중심으로 선정된다”고 말했다.

 

광문각-나비나라박물관

각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문화공간은 이 도시를 새롭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다. 북시티에 입점해 있는 많은 수의 출판사들이 각 출판사의 성격에 따라 출판뿐만 아니라 △북카페 △갤러리 △박물관 등 다양한 문화공간을 열어두고 있다. 그 중 단연 돋보인 것은 ‘광문각-나비나라박물관’이다. 구리로 된 두 개의 나비상이 눈에 띄는 ‘나비나라’는 자연과학 관련 서적을 주로 출판하는 ‘광문각’ 건물에 들어선 박물관이다. 예쁘게 정돈된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표본 전시관’이 있다. 현란한 무늬와 색깔을 자랑하는 세계의 나비들과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 나비들의 표본이 전시된 이곳에선 140여 종, 2000여 점의 나비와 40여 종의 곤충을 만날 수 있다. 3층엔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손놀이새  등 살아있는 생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생태 체험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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