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연구소의 ‘20대 소비금융형태 조사’에 따르면, 부모에 대한 대학생의 경제적 의존 정도는 △미국 14% △일본 35% △한국 70%로 나타났다. 재정적으로 완전하게 자립한 대학생은 △미국 51.9% △일본 24.2% △한국15.3% 순이었다. 국민은행연구소 송훈 선임연구원은 “여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보았을 때, 우리나라의 20대는 표면적으로는 성인의 위치에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부모의 품안에 안주해 있는 성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증명하듯 본교생들도 경제적 자립도가 낮은 편이다. 본지에서 ‘보호자 의존도’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등록금에 대해 보호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학생은 76.9%(280명)로 나타났다. ‘부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답한 11.5%(42명)을 더하면 거의 90%에 이른다. 또한 ‘보호자로부터 용돈을 받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학생은 81%(295명)에 달했다. 신사랑(문과대 러문08)씨는 “학교 공부와 동아리 활동에 집중하느라 아르바이트나 과외를 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수입원이 없어 용돈을 받고 있다”며 “학교생활에 여유가 생겨 아르바이트나 과외를 시작하게 되면 용돈을 더 이상 받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지원(정경대 정치외교06)씨는 “스스로 값비싼 등록금을 마련하는 학우들을 보면 훌륭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여유 있게 공부 하고,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잃는 것 같아 한편으론 안타깝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학생이 보호자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는 질문엔 72.5%(264명)가 ‘보호자에게 상당 부분 의존하더라도 조금씩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기 시작해야 한다’고 답했다. 최유리(사범대 국교07)씨는 “학생들이 편하게 돈을 받고 생활하려하는 이기심을 버리고 점차 스스로 생산 활동에 참여해나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우리나라 대학생 경제 자립도 떨어지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사회 구조적 원인 △부모교육의 문제 △학생들의 이기심 등을 꼽는다. 본교 황현주(사범대 가정교육과) 교수는 “대부분 학생들은 대학입학 후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데, 이 때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영역과 폭이 좁고 과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시급이 터무니없이 낮은 것이 사실”이라며 “대학교 입학을 위한, 학업 위주의 학창시절을 보낸 학생들이 부모로부터 모든 지원을 받아온 습관과 자신의 편리를 추구하는 이기심에서 벗어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처럼 높은 경제적 의존도에 비해 학과 선택이나 결혼문제와 같은 비경제적 부분에서는 학생들의 자립적 의지가 상대적으로 많이 반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입학 시 학교와 학과 등 선택은 누구의 결정이었나’란 질문에 42%(155명)의 학생이 ‘보호자와 함께 결론을 내렸다’고 답했고, ‘본인의 선택대로 결론을 내렸다’고 답한 학생도 38%(144명)이나 됐다. 또한 ‘보호자와 의견 충돌이 있을 때,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편인가’란 질문엔 ‘매우 그렇다’는 대답이 19.5%(71명), ‘대체로 그렇다’가 41.5%(180명)에 달했다.

이렇듯 경제적 측면과 비경제적 측면에서 다른 경향을 보이는 학생들에 대해 정순화(교육대학원) 교수는 “의식적 측면에서 일정 선택을 내릴 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학생들이 증가했다고 하더라도 경제적 측면에서 여전히 부모에 의존적이라면 그것을 자립이라고 말할 순 없을 것”이라며 “진정한 의미에서 학생들의 자립심과 독립심 향상은 경제적 자립심에서부터 시작해 정신적 자립심으로까지 확장돼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안호용(문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경제적으로는 자립하지 않은 채 의사표현 등과 같은 비경제적 영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자립적인 성향을 띄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비춰질 수도 있다”며 “경제적으로 보호자에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경제상황이나 가족의 사회적 신분이동을 이루기 위해 자녀의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사고방식 등 여러 요소들이 얽혀 이러한 현상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말했다.

공통적으로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에 입시를 위한 교육에만 치중해오면서 다양한 영역의 자립심 향상 교육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학생들을 위한 일정한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현주(사범대 가정교육과) 교수는 “학생들의 가치관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스스로의 소비지향적 삶을 돌아보고 문제의식을 가질 계기가 되는 교육 프로그램이 일종의 대안”이라며 “가정에서 인간의 자립심이 발현되기 시작하는 2살 이후 자립 교육을 함과 동시에 학교에서는 이와 관련된 교양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이 폭넓게 수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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