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언론의 위기라는 말이 오래전에 나왔지만, 시야를 넓혀보면 오히려 학내 언론의 팽창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게 요즘 대학의 상황이다. 학내 구성원들의 개개의 언론 매체에 대한 관심은 줄었을지라도, 예전보단 훨씬 다양한 매체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사회와 대학생의 관심과 개성이 다양해졌음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학내에서 그런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오프라인으로 발행되는 매체 뿐 아니라 온라인 매체도 늘어나고 있다. 학교 내의 온라인 매체만 하더라도 학교당국에서 발행하는 웹진부터 학생회가 자유게시판 형식으로 운영하는 사이트까지 다양하다. 정보 전달과 정보 수용을 동시에 하는 ‘멀티 플레이어’ 학생들은 이제 일방적으로 들어오는 정보와 뉴스에 만족하지 않고,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생산 창조 변형을 시킨다.

이런 현재의 상황에서 고대신문의 위치는 어디에 있을까? 대학사회와 대학생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데 지금의 고대신문은 1년을 61번을 산 것 마냥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라는 걸 바꿔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단지 ‘유지’를 위해 그렇게 마냥 낡은 동아줄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창간 61주년을 맞아 고대신문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내 매체 설문조사에선 가장 많은 응답자들이 학내 매체를 읽는 가장 큰 이유로 ‘정보 전달’을 꼽았다. 언론이 해야 하는  기능 중에 ‘정보 전달’을 빼놓을 순 없다. 하지만 이 기능은 언론이면 당연히 해야 하는 매우 일차원 적인 요구이다. 크게 비약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이 설문결과는 달리 말하면 ‘학내 언론에 크게 기대하는 것이 없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제 고대신문은 어떤 길을 가야 할까?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정보 전달’이니까 그 일을 중점적으로 하면 되는 걸까? 물론 그 요구는 충분히 받아들여져야 하고 검토돼야 하지만, 그 안에서만 그치면 안 된다. ‘멀티’ 학생들을 정보 전달만으로 끌어올 순 없기 때문이다. ‘멀티’ 학생들이 원하고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다양한 정보를 포함해 그 정보를 각 독자의 것으로 가공 변형시킬 수 있는 소스를 제시하는 것이다. 다변화된 이익집단 사회에서 어떤 것의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고대신문이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일은 다루고자 하는 기사의 논의가 독자들 사이에서 발전가능성이 있느냐, 아니면 정체하느냐를 가리는 것이다. 고대신문은 당연히 발전가능성이 있는 논의를 끌어내도록 독자들에게 소스를 던져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고대신문을 만드는 주체인 학생 기자들의 열린 사고와 치열한 고민이 수반돼야 한다. 관성적인 신문 제작으로는 독자 만족은 고사하고 신문을 제작하는 기자 개인의 만족감도 얻을 수 없다. 대학사회와 대학생, 그리고 고대신문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독자들의 관심을 반영하는 것, 그리고 독자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고대신문 창간 61주년에 지금의 고대신문과 앞으로의 고대신문을 생각하며, 그리고 반성하면서 변화와 좌절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정진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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