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경찰서 안암지구대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고대 주변에 주요 범죄 발생 지역은 △참살이길 주변 △이공계 캠퍼스 후문 뒤쪽 담장길 △법대 후문 지역 등이다. 지난 13일(목)에 본지는 경찰청 CPTED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경훈(공과대 건축학과)교수와 함께 고대주변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환경설계적으로 범죄에 취약한 곳을 알아봤다. 또한 CPTED의 관점에서 보완해야 될 점에 대해 이 교수로부터 들어봤다.

이공계 후문 뒤쪽 담장 주변:자연적 감시 받기 어려워
이 지역은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골목길도 많아서 행인의 출입이 비교적 적었다. 이런 이유로 지나가는 행인에 의한 자연적 감시를 받기 어렵고 골목길 중간에 시선의 사각지대가 있어 범죄자가 숨을 곳이 많았다.

또한 주택가의 담장이 대부분 낮았다. 담장은 범죄자들에게 물리적 장애물이 되기도 하고 그것을 집과 집 사이를 넘어 갈 때 장애가 되기도 한다. “담장의 높이를 결정할 때도 자연적 감시를 고려해야 한다. 이 지역처럼 행인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경우, 범죄자들이 얼마든지 이 장애물을 극복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 자연감시가 적은 지역일 경우 차라리 담장과 같은 장애물을 높게 해서 장애물을 넘어 갈 때의 시간을 지연시키는 것이 더 낫다”

건물 외벽에 배관이 노출된 곳도 많았다. 이는 범인이 배관을 타고 집안에 침입하는 것을 용이하게 한다. 그래서 요즘엔 배관 주변을 미끄러운 알루미늄 판으로 싸 범인이 잡고 올라가기 어렵게 만든다. 또는 배관 중간에 철침판과 같은 방범시설물을 설치해 집 내부로의 진입을 통제하는 방식도 사용되고 있다.

주택 지역이 밀집한 골목길을 나오니 옆에 큰 원룸 건물이 있었다. 그 건물의 1층은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2층부터 방들이 위로 이러졌다. “이런 건축 형태는 ‘필로티(Pilotis, 스위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가 만든 건축 방법)'라고 부른다. 건물의 1층은 기둥만 서는 공간으로 하고 2층 이상에 방을 짓은 방식이다. 필로티는 범죄자가 벽을 기어 올라갈 수 없게 하기 때문에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 하지만 건설주의 입장에선 1층에 한 채를 짓지 못하기 때문에 그만큼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줄어들어 선호하지 않는다. 필로티 건물의 1층을 건축 면적에 포함시키지 않거나 높이 제한도 부분적으로 완화, 혹은 필로티 건물을 지으면 인센티브를 주는 것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또한 고시원들이 조밀하게 세워진 곳에는 창문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창이 마주보고 있는 경우, 프라이버시의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반대로 자연적 감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이 지역은 방범창, 담장 창살, CCTV 등을 사용해 범죄 예방을 하고 있었다. 방범창, CCTV 등과 같은 도구적인 방범 장치를 사용해서 범죄 예방하는 것을 타겟 하드닝(Target Hardening)이라고 한다. “학교 주변의 경우 범죄예방 건축설계를 통한 범죄예방보다는 타겟 하드닝과 도구적 장치를 통한 방범 활동에 눈에 많이 띄었다. 이런 것들은 범죄 활동 시간을 지연하는데 효과가 있지만, 근본적인 범죄 예방책은 될 수 없다”

기숙사 뒷길: 보행자의 얼굴 식별이 가능하도록 가로등 설치돼야
법대 후문에서 기숙사 후문으로 가는 뒷길에는 차를 위한 가로등, 행인을 위한 가로등이 따로따로 설치돼 있었다. 대개 가로등은 보행자 보다는 도로 위의 차를 위한 조명을 비치는 데 이용되기 때문에 가로등을 높게 설치한다. “4m 이상의 가로등은 대부분 차를 위한 것이다. 이렇게 높은 가로등 조명은 마주보고 걸어오는 사람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워 얼굴 인식을 어렵게 하고 상대방이 모자를 썼을 경우 얼굴 식별이 더더욱 어렵다. 조명을 높게 설치하기보다는 사람의 얼굴을 인식할 수 있는 정도의 높이에 설치해야 한다”

또한 높은 조도의 조명을 띄엄띄엄 설치하는 것보다 낮은 조도의 조명을 밀집해서 설치하는 것이 균일한 조도를 형성해 범죄예방에 더 효과적이다. 사람의 얼굴을 인식할 수 있도록 조명 간의 거리는 10~15m, 조도는 5lx 이상이 적합하다.

법대 후문 주거지역: 범죄자의 침입차단을 위한 보안설비 강화 필요
조명이 비치지 않는 곳엔 시선의 사각지대가 생긴다.
법대 후문 지역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지하, 반지하 방이 많았다. 이런 방들은 범죄자들에게 일종의 ‘낚시’방이다. 긴 막대기를 이용해 손쉽게 물건을 훔쳐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나 반지하에 사는 이들에게 가격이 비싸기는 하지만 유리창 안에 플라스틱 강화 필름이 있는 방범 유리창을 권하고 싶다. 이 유리창은 망치로 깨도 한꺼번에 깨지지 않고 구멍을 만들기도 쉽지 않다. 또한 스프링이 달린 래치 형 자물쇠(Latch Lock)보다는 볼트에 의해 홈이 물리는 데드볼트 형 자물쇠(Deadbolt Lock)를 설치하는 것이 좋다. 데드볼트 형 자물쇠는 범죄자가 문을 딸 때 시간 지연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도 건물 외벽에 배관이 설치된 것이 곳곳에 보였다. 또한 자취방, 하숙집 건물과 건물 사이에 빈 공간이 많았다. 이런 공간은 행인의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위험한 공간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센서 모션 디텍터가 부착된 가로등을 설치하는 것이 좋다. 이 가로등엔 움직임 감지 센서가 있어서 사람의 움직임이 감지되면 불이 켜진다. 아파트 현관의 조명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불이 켜지면 일단 범인이 놀라서 달아나기 때문에 범인 저지 효과가 있다. 이는 가시성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범인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건물에 사는 경우, 엘리베이터에 전면거울을 설치돼 있는 것이 확인해 볼 것. 이 교수는 엘리베이터 안에 전면거울이 있을 경우 범죄예방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 주는 엘리베이터 안에 정면 벽에 거울을 설치할 것을 조례로 제정했다. 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그 안에 누가 숨어있는지 볼 수 있게 함이다. 정면이 아닌 측면에 거울을 설치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 잠재적인 범죄자가 숨어있는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엘리베이터에 정면 거울 부착과 같은 조례 규정이 없다”

참살이길 주변: 우발적 범죄 가능성 커
참살이길 지역은 우발적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참살이길 주변 주거지역은 상점과 가까워 잔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곳이다. 성북경찰서 안암지구대 김충현 팀장은 “참살이길 지역은 학생들 간 음주로 인한 폭행 사건이 주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계획적인 범행, 내부인의 의한 범행보다는 학생들이 음주상태에서 우발적인 범죄가 많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 대해 이 교수는 CPTED적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보단, 감시와 순찰 기능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범죄이론 중에 범죄를 쇼핑 행동(shopping behaviour)으로 설명하는 이론이 있다. 쇼핑하는 소비자는 최소한의 비용을 이용해 최대의 이익을 얻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범죄자도 똑같다. 누구나 범죄행위가 외부에 노출될 가능성이 적고 범죄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CPTED는 계획적 범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우발적인 범죄를 저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참살이길 지역과 같은 경우는 CCTV와 같은 기계적 감시와 주변 순찰을 강화하는 것이 범죄 예방에 더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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