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전공이란 제2전공의 하나로, 소속 학과의 기본전공과정을 이수하고 같은 전공의 심화전공과정을 이수하는 것을 말한다. 2004년 이후 입학한 모든 본교생은 이중전공이나 연계전공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반드시 제1전공의 심화전공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이는 이중전공이나 연계전공을 원하지 않는 학생들도 졸업필수요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기본전공과정과 심화전공과정 이수는 과목이 따로 구분돼 있지 않고 이수학점 수에 따라 나뉜다. 즉 제1전공에서 요구하는 기본전공 학점(최소 36, 최대 42학점)을 취득한 후 동일 전공에서 최소 18학점부터 최대 36학점까지 추가로 이수하면 되는 것이다.

본교 2학년 이상 재학생 18,859명 중 △이중전공 이수자가 5905명 △연계전공 이수자가 605명인 것을 고려할 때, 이를 제외한 12,349명은 아직 제2전공을 선택하지 않았거나 제1전공만을 이수하고 있는 학생들이다. 박수현(문과대 심리07)씨는 “생소한 다른 학문을 얕게 배우는 것보다는 전공에 충실하고 싶어 심화전공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당시 교과과정 개편에 참여한 박인우(사범대 교육학과)교수는 “자신의 전공과목을 더 깊이 공부하길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존 전공과목과의 구분이나 별도의 교과과정 신설 없이 높은 이수학점만을 요구하는 현 제도가 그 도입 취지를 얼마나 살리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정경대 학생회는 임기 중 ‘심화전공 커리큘럼 제고’를 공약으로 내걸고 학과장들과 면담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결론을 얻지 못했다. 정태호 정경대 학생회장은 “실질적으로 학점을 더 취득하는 것 외에 깊이 배우는 게 없는데도 본교가 뚜렷한 대안 없이 의무화했다”며 “단과대 차원을 넘어 앞으로도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학교 측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보는 입장이다. 학적·수업지원팀 유신열 과장은 “학부과정 하에선 제1전공의 기본과정과 심화과정에 특별한 차이를 두기 어려우며, 소속 학과의 기본전공만을 이수하는 학생들은 이를 불이익이라고 느낄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김기형(문과대 국어국문학과)교수 역시 “현 교과과정에 이미 해당 전공의 정체성이 충분히 반영돼 있기 때문에 별도의 커리큘럼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제2전공이 의무화된 본교에선 이중전공이나 연계전공 신청 시 성적으로 인원을 제한, 불합격하거나 신청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심화전공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어 심화전공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또한 과목이 적게 개설되는 학과의 경우, 고학년이 될수록 선택 가능한 과목이 부족해져 이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과대 불어불문학과는 개설 과목 수가 △1학기 13개 △2학기 14개로 타과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심화전공과정은 최대치인 36학점이다. 이는 인원이나 과목 개설 규모가 비슷한 타과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심화전공과정이 18학점으로 비교적 낮은 한문학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김 모(문과대 한문04)씨는 “웬만한 과목은 다 들었던 거라 선택의 폭이 너무 좁다”며 “개설 과목의 다양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본교 관계자는 “과목 수가 부족한 경우는 학과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심화전공을 비롯한 교육 과정 개선에 대해선 여론을 수렴해 점차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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