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융·복합’이 교육분야의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에선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World Class University) 육성사업(이하 WCU)'을 통해 융·복합학문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에 많은 국내 대학들이 다양하고 새로운 전공·학과 개설을 신청했고 본교 또한 △융합의생명공학 △뇌정보과학 △금융공학 △융합소프트웨어학 등 7개 과제를 신청, 이달 말 발표될 최종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최종 선정될 경우 사업비를 지원받아 빠르면 내년부터 대학원위주로 융복합 전공 및 학과를 개설하게 된다.

본교 대학원에선 이미 1987년부터 두 개 이상 학과가 모인 ‘학과 간 협동과정(이하 협동과정)’을 시행하고 있다. 학문이 융합된 새로운 영역으로서의 협동과정은 현재 △응용언어문화학협동과정 △의학통계학협동과정 △금융공학협동과정 △영상문화학협동과정 등 17과정이 개설돼있고, 교수들의 요구가 있을 시 심사를 통해 신설가능하다. 행정적으로는 학과나 전공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일각에선 협동과정에 대내외적 관심이 부족한 것과 정체성문제를 들어 학과로 전환해주길 요구한다.

이에 대학원 학사지원팀 지유환 과장은 “일반대학원의 학과설치기준이 학부에 존재하는 학과나 전공에 근거하는 관계로 협동과정이 학과로 전환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융합학문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WCU사업 등을 통해 향후 융합학문학과의 개설 가능성도 엿보인다. 지유환 과장은 “협동과정에 대한 관심과 추가 개설요구도 많아지고 있으며, 대학원이 학부에 근거해야한다는 규정도 점차 절대적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원과는 달리 학부에서는 융합된 학과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에 존재하는 학문들에 융통성을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학문융합이 진행 중이다. 본교는 2004년 학부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연계전공을 실시, 이번 학기엔 △금융공학 △PEL(Politics, Economics and Law) △과학기술학 △나노바이오정보기술학 등 17개의 연계전공을 개설했다. 연계전공 역시 학생들로부터 정체성과 체계가 불안정하다는 불만이 제기되지만, 학교 측은 현재의 연계전공의 형태를 유지해 자유로운 학문융합방식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학적수업지원팀 유신열 과장은 “연계전공은 하나의 학과 형태가 아니라 학과 간 협의와 소통으로써의 학문융합을 지향한다”며 “연계전공을 학과로 바꾸거나 전임교수를 임용하는 것은 오히려 학문을 세분화시키는 것으로, 학문간 경계를 약화시키려는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복수교수공동강의제’를 통한 강의 내 학문융합도 진행 중이다. 이 제도는 같은 학과 내 한 강의에 다른 분야의 두 교수가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학부와 대학원 교수 모두 신청가능하다. 이번 학기 개설된 국제대학원의 ‘국제통상의 법적, 경제적 이해’와 대학원 법학과의 ‘법경제학’과목이 그 예다. 박성훈(국제대학원)교수와 박노형(법과대 법학과)교수의 합반 형태로 진행되는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두 교수의 법적·경제적 분석방법을 동시에 습득하고 보다 종합적인 사고를 갖게 된다. 박성훈 교수는 “학생들이 시각을 넓힐 수 있는 것은 물론 다른 학과학생과의 공동작업, 의견교환을 통해 자신의 학문적 틀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 본교는 연구자중심의 학문융합과 학과간 소통활동을 지원하기도 한다. 개인간의 학문의 벽을 허물고 화합하고자 본교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형성한 ‘학문소통연구회’에선 매달 워크샵이 열리는데, 본교에선 이 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학제간 연구 지원사업’을 추진 중으로, 2개 이상의 학과 교수들이 학문연계를 위한 연구회를 만들면 심사를 거쳐 1000만원 이하의 지원금을 제공한다. 본교 연구처는 올해 총 14개의 연구회를 지원했다.

학문소통연구회에 참여하고 있는 염재호(정경대 행정학과)교수는 “무리하게 학문을 하나로 묶고 합치는 방식은 위험할 수 있으므로 자신의 학문적 주관 하에 다양한 학문을 접하는 ‘소통’을 통한 단계적인 학문융합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학문적 다양성과 상호자극의 시도가 있다면 대학은 이를 활성화하는데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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