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1일은 흔히들 말하는 빼빼로데이였다. 상술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연인, 부부, 친구 등 여러 친한 사람들끼리 빼빼로를 주고 받으면서 즐겁게 보내는 날이다. 그런데 이 날은 ‘농업인의 날’이기도 하다. 정부는 1996년부터 농업이 국민경제의 근간임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농업인의 긍지를 고취시키기 위해 매년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하지만 빼빼로데이에 묻혀 정작 이 날이 농업인의 날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현재 우리 경제가 많이 어렵다고 하지만, 농촌은 예전부터 어려웠다. 옛날에는 위정자가 착취하기 좋은 대상이었고, 해방 이후 산업화시기에는 물가안정을 위한 ‘농산물 저가격정책’으로 농민들은 가난에 허덕였다. 현재는 농약값, 사료값 등 기초 생산비가 치솟고, 그렇게 어렵게 농사를 지어도 수입농산물의 증가와 왜곡된 유통구조, 특히 앞으로 FTA시대 펼쳐질 농촌의 모습은 어둡기만 하다.

최근에 불거진 미국 쇠고기 개방문제, 중국 멜라민 파동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먹거리에 민감하다. 또한 농촌의 고령화, 세계의 식량파동, 농산물에 대한 관세의 인하조치 등의 여러 사태를 토대로 미래를 전망해 볼 때, 장래에 식량무기화가 되는 날이 도래하여 농촌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달을 날도 멀지 않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그 범위를 줄여 우리 高大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여기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우리부터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임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11월 11일 농업인의 날(혹은 그 한주)만큼은 ① 음식물을 남기지 않기 ② 빵, 스타게티 등보다는 쌀을 먹기 ③ 글쓰기 행사 ④ 우리농산물 팔아주기 ⑤ 관련 학술행사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혹자는 우리가 이런 것을 한다고 달라지냐 혹은 우리가 왜 해야하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정한 세계를 선도하는 대학이라면, 그리고 사회의 지성의 상징인 대학이라면,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작은 시도가 우리 농촌을, 우리나라를, 나아가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 시도하면 50%의 가망성도 있지만, 시도하지 않은 경우 가망성은 0%이다. 高大가 이러한 측면에서도 진정한 고대 개척정신(Global KU-Frontier Spirit)을 보여줘서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는 진정한 세계의 선도대학이 되길 고대해 본다.

피봉희 법학과(복수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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