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때로는 수많은 이들 앞에서 사건사고를 해결하며 안암의 치안을 담당하는 안암골 지킴이, ‘안암지구대’.

안암지구대는 △안암동 △보문동 △삼선동 총 세 지역의 치안을 맡고 있다. 총 인원은 약60명이며 4개의 순찰팀으로 구성돼 지구대 중 비교적 큰 규모다. 지구대 업무는 △오토바이 순찰 △사무실 근무 △순찰차 근무 등으로 나뉘는데 경찰서 8개과(△경무 △생활안전 △수사 △형사 △교통 △경비 △정보 △보안)에서 진행하는 업무를 총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안암지구대 김충현 순찰 1팀장은 “다뤄야 하는 업무는 많지만 지구대의 주요 목표는 무엇보다도 범죄예방과 범죄발생시 초동조치 후 전문기관?부서에 인계하는 것 두 가지”라고 말했다. 본지 기자들은 지난 19일(수), 20일(목) 이틀에 걸쳐 안암지구대의 순찰에 동행했다.

11. 19, 21:00 | 보문역 안암주민센터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안암지구대로 향했다. 지구대 내로 들어서자 열 명 남짓의 경찰관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순찰 2팀장이 기자들을 맞으며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탓에 사건 발생이 적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따뜻한 커피를 건넸다.

사건 발생은 △날씨 △월별 △시간별로 차이가 있는데 아주 추운 날이나 비나 눈으로 거리의 유동인구 수가 줄었을 때 적게 발생한다. 안암동은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과 5월 사이에 사건 발생률이 높으며, 사건 발생 시간은 주로 23시부터 03시 사이다. 특히 노트북 도난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데 이는 학교 주변에서 보이는 전반적인 특징이라고 한다. 또한 23시 이후에 발생하는 사건들은 대부분 취객에 의한 것으로 김 팀장은 “안암지구대 신고사건의 3분의 1이 주취자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팀장의 안내에 따라 안암동을 순찰하는 순찰차에 올라탔다. 안암지구대는 총 4대의 순찰차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 중 3대가 △안암동 △보문동 △삼선동을 순찰하며 나머지 차량은 신고 발생 시 집단대응을 위한 일종의 예비차량으로 사건 후에 다른 차량과 함께 대응한다. 순찰차는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안암동 일대 주택가와 골목을 다니며 즉각적인 대응을 하기도 하고 112 신고를 통해 해당 지역 신고가 떨어지면 바로 출동해 초동 대응을 하기도 했다.

22:11 | 무전기가 울리더니 갑자기 순찰차의 속도가 빨라졌다. ‘날치기 사건’이었다. 피해자의 진술을 통해 오토바이와 범행자의 인상착의가 무전으로 전달됐다. 이를 기반으로 사건발생지 주변을 순찰차 4대가 돌아다니며 오토바이를 찾아다녔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한 세탁소 앞. 이미 순찰차량과 성북경찰서에서 출동한 형사 기동대, 형사 당직 차량까지 도착해 있었다. 피해자는 연세가 많은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경찰에게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범인은 두 명으로 한 명은 오토바이 운전을 하고 한명은 가방을 가로채는 전형적인 날치기 수법이었다. 순찰 업무를 마치고 지구대로 돌아오자 피해자 할머니께서 놀란 듯 물을 마시며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경찰관의 도움으로 통장 분실신고를 하고 가족에게 연락을 취했다. 꼬박 꼬박 모아둔 돈을 날치기 당했다는 하소연에 경찰관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

22:42 | 술에 취하신 할아버지 한 분이 지하철에서 자신을 쫓아냈다며 지구대로 찾아왔다. 지하철 역사 내에서 담배를 피워 역무원에게 제지당해 지하철을 타지 못하신 듯 했다. 사무실 내에 있던 경찰 중 한명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 드린 후 지하철까지 다시 바래다 드렸다. 최일선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지구대에선 이처럼 2시간 사이에도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23:00 | 또다시 순찰차에 올랐다. 추운 날씨 탓인지 신고도 들어오지 않았고 활동하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문성석 경사는 “이런 날도 있어야 저희도 한숨 돌리죠”라며 “평소 같았으면 지구대로 소환되는 사람들 때문에 기자분들이 뒤에 앉아 계시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2시가 넘은 시각, 4개 팀이 돌아가면서 야간 근무를 서지만 밤새도록 운전하며 순찰하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지금 시간이면 초저녁이에요. 아직 갈 길이 멀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순찰차는 기자들을 안암역에 내려 준 후 다시 순찰을 하러 떠났다.

11. 20, 23:15 | 조금씩 내리던 비가 더욱 거세졌다. 안암지구대에 들어서자 어제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지구대 안에 있었다. 알고 보니 이들은 자율방범대원들로 주민 스스로 지원해 마을을 지키는 단체였다. 김충현 팀장은 “일종의 민-관 협력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자율방범대 역시 △삼선 △보문 △안암 3개 구역을 담당하고 있다. 이 지역 일대의 주민등록상 인구 6만 3000여명에 고려대를 비롯한 대학교와 초?중?고등학교 등 학교와 지하철 등의 유동인구를 포함해 10만 명 가까운 인원을 약 60명의 지구대원이 관리하고 있다. 때문에 지역 주민 모두를 관리하기에 버거울 수 있지만 지역 주민 스스로도 자율방범대라는 자치 기구를 통해 지역 치안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자율방범대원들이 나가고 00시 순찰차에 올랐다.

11. 21, 01:00 | 2명의 경찰과 함께 삼선동 일대를 순찰하기 위해 순찰차에 탔다. 같이 탄 신광철 경사는 비가 와서 오늘은 사건 발생이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 신고 체계에 대해 “예전보다 기술이 발달해서 요새는 순찰차가 어디를 순찰하고 있는지 경찰서에서 알 수 있어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며 “주민 편의 차원에서 관할을 불문하고 초동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01:55 | 신고가 접수됐다. 한 민간 경비업체의 비상 안전벨이 울린 것. 경비업체의 비상벨이 울리면 경비업체 차량만 출동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비상벨이 울리자 마자 바로 경찰서에 신고하기 때문에 대부분 경찰이 먼저 출동하게 된다. 신 경사는 “도착한 후 해당 경비업체가 와서 확인하는 것을 보고 가야하기 때문에 30분까지도 기다려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삼선동의 한 호프집. 남성 세 명이 술을 마시고 취한 상태에서 벌어진 시비가 가벼운 몸싸움으로 이어진 경우였다. 순찰차 두 대에 나눠 시비가 붙은 세 사람을 지구대로 데려와 조사를 이어갔다.

사건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자 시간은 어느덧 03시를 향하고 있었다. 이틀간의 방문을 마치고 지구대 문을 나섰다. 돌아가는 기자에게 신광철 경사는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당부의 말을 전했다. “대학생들이 생각보다 안전불감증이 심하고 느낄 때가 많아요. 사소한 일이지만 하숙, 자취를 할 때는 항상 문을 잠그고 길을 걸을 때도 도로가 아닌 쪽으로 걷는 것이 좋습니다. 가방이 있을 때는 손에 들고 있으면 날치기의 위험이 크고요. 사소한 일에서부터 범죄가 예방된다는 것을 모두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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