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직불금 부당 수령 문제로 전사회가 시끄럽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실체보다 과장되어 파장이 커진 것으로 생각된다. 쌀 직불금에 관해 몇 가지 해명이 필요하다. 첫째, 경작자가 받게 되어 있는 쌀 직불금을 농지소유자가 수령하는 이유는 1ha당 70만원 정도의 직불금을 탐내서라기보다 당장의 불법 농지임대를 은폐하고 나중에 매각할 때 양도소득세를 면제받기 위해서이다. 즉, 자경을 가장하는 데 목적이 있다. 둘째, 농지소유자가 경작자의 동의 없이 쌀 직불금을 수령할 수 없으며, 임차료 인하 등의 반대급부를 주고받는다. 경작자 몫을 일방적으로 편취하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셋째, 농지소유자 본인이 경작을 하지 않고 위탁경작을 하거나 가족원이 경작을 하더라도 직불금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아들 소유의 농지를 부모가 경작하고서 아들 이름으로 쌀 직불금을 신청하면 부당수령에 해당된다. 넷째, 쌀 직불금 부당 수령자에 대한 적법한 처벌은 농지처분명령이다. 부당수령자의 명단 공개나 형사처벌은 부적절하다는 말이다. 다섯째, 쌀 직불금 부당 수령이 발생하게 된 직접 원인은 실경작자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것이지만, 궁극적인 원인은 경자유전과 농지임대차 금지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농지제도가 현실과 크게 괴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겠다.

현행 헌법은 121조 1항에서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하고, 2항에서 “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고 하였다. 이에 근거하여 농지법은 6조와 2조로써 농업인과 농업법인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농지소유자격을 규제하고, 농지임대차는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경우 외에는 금지하며(23조), 일시적으로 허용하는 예외와 부분위탁 외에는 위탁경영을 금지한다(9조)고 하였다. 그럼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소유농지를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고 임대하거나 휴경할 경우 적발되면 6개월 이내에 그 농지를 처분하도록 명령한다(10조).

문제는 헌법과 농지법이 단서로써 열거해놓은 예외가 원칙을 능가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를 빌미로 위법행위가 성행하는데도 가려내기가 어렵다. 예를 들면, 농지법이 발효된 1996년 1월 1일 이전에 소유권이 확정되어 그 후 소유권을 이전한 적이 없는 농지는 농지법이 적용되지 않는데, 그 면적이 전체 농지면적 178만ha의 절반에 달하며, 상속농지와 8년 이상 자경하고 이농 후 소유농지는 농업인이 아니라도 1ha까지 소유할 수 있다. 이 농지는 합법적으로 임대차할 수 있으며, 그 외에 60세 이상 농업인이 5년 이상 영농하던 농지와 주말·체험영농 목적의 농지 또한 임대차할 수 있는바, 농지법이 임대차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농지 면적이 전체 농지의 절반을 넘는다. 농지법은 그 자체가 경자유전과 농지임대차 금지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이율배반의 규정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비농업인의 농지소유와 농지임대차는 현실에서 이미 지배적인 현상이 된 지 오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농가경제조사의 원자료를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전체 농지에서 차지하는 임차농지의 비율은 2000년 44%에서 2007년 49%로 증가하였으며, 임차농가 비율은 같은 기간 71%에서 80%로 증가하였다. 이 비율은 농지개혁 직전인 1949년의 소작지 비율 40%와 소작농 비율 64%보다 높다. 현행 농지임대차와 농지개혁시의 소작은 근본적인 성격이 다르지만, 어떻든 경자유전과 농지임대차 금지의 원칙은 법률에만 존재할 뿐 현실에서는 붕괴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지임대차가 확대된 원인으로는 먼저, 농지제도의 미비를 들 수 있다. 1950년에 농지개혁을 실시한 후 1958년부터 1979년까지 6차에 걸쳐 농지법을 제정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하고 1986년에 농지임대차관리법, 1994년에 농지법을 제정함으로써 비농업인의 농지소유와 농지임대차를 규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경제적 요인이다. 경제개발 과 함께 도시용지·산업용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대함에 따라 농지전용 또한 지속적으로 확대되었고, 그 과정에서 농지가격은 농지전용 수요에 따라 용도별·지역별로 큰 차이를 나타내면서 상승하였다. 도처에서 지가차익이 발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리하여 투기적 농지소유가 만연하게 되고, 그렇지 않더라도 어떤 경로를 통해서건 농지를 소유하려 하고 소유한 농지는 차익 없이는 처분하지 않고 보유하게 됨으로써 비농업인의 농지소유가 확산일로를 걷게 된 것이다. 다른 한편, 임차경작자는 농지가격이 상승함으로써 농업수익으로는 농지를 매입하기 어렵고, 임차료는 상승하지 않아 농업수익이 임차료의 2-3배에 달함으로써 경제성이 있었기 때문에 농지를 임차하게 된 것이다.

농지임대차의 확산이 곧 문제인 것은 아니다. 농지임대차는 농지의 실거래가격이 수익지가를 크게 상회하는 여건에서 영농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그렇다면, 농지제도를 고쳐 농지소유와 임대차를 자유화하면 되는 것 아닌가? 자유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차지농주의 견해이고, 경자유전 원칙을 유지하면서 경작자간의 임대차를 부분적으로 허용하자는 주장이 경작자주의 견해이다. 문제는 비농업인의 농지소유와 농지임대 및 임차경작의 확대의 근본 원인이 농지전용 및 그로 인한 농지가격 상승이라는 점이다. 농지가격이 수익지가를 크게 상회하는 한 비농업인이 소유하는 농지를 예컨대 농지개혁과 같은 비상수단으로써 농업인에게 환원한다 하더라도 비농업인의 농지전용 수요와 투기적 수요는 소멸되지 않을 것이며, 그럴 경우 머지않아 비농업인의 농지소유가 발생·확대될 것이다. 농지소유규제로써는 농지전용으로 인해 확산되는 비농업인의 농지소유를 막을 수 없는 것이다. 하물며, 현재와 같은 농지전용제도를 그대로 둔 채 농지소유와 임대차를 자유화할 경우 비농업인의 농지소유와 투기적 소유는 무방비 상태로 확산될 것이다. 따라서, 현행의 농지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으로서 무엇보다 농지전용에 대한 규제가 절실하다. 농지전용을 규제할(금지가 아니라) 경우 농지가격이 상승하기 어렵게 되어 지가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농지소유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농지소유규제를 농지전용규제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박석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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