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한국 농업은 평안하지 못했다. 한미 FTA 비준, 고위 공무원의 쌀 직불금 수령 논란, 비료값 상승 등으로 농민의 고충은 늘어만 갔다. 급기야 지난달 25일엔 2만 여명의 농민들이 한미 FTA 저지, 안정적인 농어가 소득 보장,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 식량자급률 목표치 법제화 등을 주장하며 여의도에서 전국농민대회를 열기도 했다.

농림수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사료용 수요를 제외한 한국의 식량자급도는 2008년 51.1%로 2005년 54.0%에 비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사료용 수요를 포함한 곡물자급도의 경우 26.2%였다. 또한 한국은 2003년 기준 OECD 국가별 곡물 자급률에서 25.3%로 30개 국가 중 26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김종덕(경북대학교 심리사회학부) 교수는 “한국의 식량체계는 WTO, 카길(Cargill)과 같은 곡물 메이저 기업 등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 농업의 종속화가 심한 구조 속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선 안정적인 식량 자급률을 확보하기 위해 분주하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13일 ‘국가 식량안전 중장기 계획 개요(2008~2020)’를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까지 식량자급률을 95%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식량 생산에 필요한 최소한의 농경지 유지, 식량생산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제 도입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2003년에 발표된 OECD 회원국 곡물자급률 순위에서 한국에 이어 22.4%로 27위를 기록한 일본은 지난 2월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 보고서를 발간하고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한 ‘신농정 2008’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15년까지 주식용 곡물자급률을 54%, 사료용 포함 곡물자급률을 25%를 목표치로 설정했다. 구체적 시행방안으로는 2009년까지 농지지도 정보 작성, 인정농업자의 경영개선 지원 강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5년 농림부장관의 자문기관으로 ‘식량자급률 자문위원회’를 설치했다. 식량자급률 자문위원회는 2006년 ‘식량자급률 목표치 설정 대정부 건의서’에서 2015년까지 주식용 곡물자급률을 54%, 곡물자급률(사료용 포함) 29%까지 올릴 것을 제시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목표치만 설정할 것이 아니라 식량자급률을 법제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이윤구 대외협력국장은 “농업․농촌기본법 제 42조에 보면 ‘농업․농촌발전기본계획’수립시 식량의 적정 자급률을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강제조항이 없기 때문에 정부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며 “현 정부는 농업정책을 발전시키기는커녕 기존의 농업 정책을 유지하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식량주권’을 확보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에 지난달 6일 식량주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식량주권(Food is Different)>이란 책이 발간되기도 했다. 식량주권이란 ‘인간이 자신의 식량생산과 농업활동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 책의 저자인 피터 M.로셋(Piter M.Rosset)은 책에서 식량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소농민이 직접 식량생산 수단을 통제하고 소유할 수 있도록 지원, 덤핑에 대한 효율적인 금지, 생명체와 그 구성체에 대한 특허 금지 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식량주권에 관한 국민들의 관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김종덕 교수는 “시민들이 농업을 농민들만의 문제로 여기고 농업, 식량자급 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 않은 것도 문제”라며 “‘음식 문맹자’에서 ‘음식시민’으로 거듭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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