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인한 주가 폭락, 멜라민 파동, 태안기름유출사고 등 사람들의 불안을 일으키는 사건들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한국사회 내에서 불안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통계청의 2008년 ‘안전의식조사’ 결과, 한국 사회가 ‘10년 전보다 더 위험해졌다’는 문항에 61%가, ‘10년 뒤에는 더 위험해질 것’이라는 문항에 54%가 그렇다고 답했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일찍이 <위험사회>(1986)을 통해 불안한 현대문명을 꼬집었다. 현대사회는 발전과 성장의 이름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불안과 위험에 노출돼있다. 여기서 ‘위험’이란 △지구온난화 △유전자조작 △금융대란 △환경오염 △핵재난 등 전지구적 차원에서 생존조건을 위협하는 재난요소를 의미하며, 이러한 위험들이 전지구적 위험사회를 낳는다는 설명이다. 이는 환경적인 위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불러오는 다양한 사회문제까지 포괄한다. 국내에서 발생한 광우병 파동 역시 벡 교수가 지적한 위험사회 현상의 대표적인 예다.

최근엔 환경오염과 정보화에 따른 문제들이 신종재난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2007년 기준 한국인이 느끼는 위험에는 △취업난·실직 △정보화에 따른 사생활 침해 △환경오염 등이 있었다. 1위를 차지했던 취업난·실직은 10년 전 통계에서도 2위의 불안요인이었던 반면, 환경오염과 정보화 문제는 10년 전 각각 7·10위에서 3·4위로 부상했다. 이에 대해 연구소 측은 “물질적 복리나 국가안보에 비해 소속감·존중감·삶의 질을 중시하는 탈물질주의적 추세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위험사회가 문제시되는 것은 그것이 갖는 특성 때문이다. 위험사회는 △예측불가능성 △잠재성 △일상성 △무책임성 등을 특징으로 한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의 위기관리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상진(서울대 사회학과)교수는 <주간동아>를 통해 ‘사회적 합의와 대타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정부가 불확실성을 부추기면서 불안을 가중해선 안 된다’고 위험사회에서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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