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stem cell)라 함은 미분화 상태에 있어 여러 가지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잠재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세포로 정의된다. 줄기세포는 얻는 방법에 따라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후 발생하는 배반포(blastocyst)의 상태에서 얻는 것으로, 이는 200여 가지의 세포로 분화할 능력이 있다는 배아줄기세포를 말한다. 또 다른 줄기세포는 생식세포에서 유래되는 배아줄기세포와는 달리 체세포에서 유래되는 줄기세포, 즉 성체줄기세포다. 성체줄기세포는 골수, 뇌, 간, 지방 조직 등 거의 모든 조직에 존재하며, 우리의 신체 각 부위에 저장되어 있다가 세포가 손상되면 조직을 재생하는 역할을 한다. (그림 1) 

(그림 1) 기원이 다른 두 종류의 줄기세포)


윤리적 측면에서 배아줄기세포는 인간배아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생명윤리적 저항에 부딪히게 되지만, 이와 달리 성체줄기세포는 이러한 윤리적 갈등이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것은 체세포로부터 유래된 성체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전분화능(pluri-potent)’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분화라는 이름의 개념적 혁명
그러나 최근 줄기세포 연구에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에 못지않은 거대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 우리는 생명체가 발생하고 세포가 분화하는 과정이 한쪽으로만 진행된다는 패러다임을 수세기 동안 굳혀왔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는 신경이나 골수의 줄기세포가 온몸의 장기에 있는 다양한 세포를 만들어 낼 능력이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손바닥의 피부세포가 줄기세포로 변해 여기서 신경, 뼈, 임파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체세포 복제에서 보듯, 피부세포의 핵이 난자에 주입되면 피부뿐 아니라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역분화’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결국, 역분화라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배운 인류는 이제는 역분화를 인위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S. Yamanaka 교수의 유도 역분화 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iPS)로 전 세계가 흥분하고 있다. iPS는 이미 세포의 운명이 결정된 섬유세포, 간세포 등 의 체세포가 어떤 특정한 조건, 즉 4종류의 유전자를 발현시킴으로써 전분화능 줄기세포로 유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iPS는 줄기세포의 역동성 개념이 만들어 낸 첫 작품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iPS의 개발로 무엇이 달라졌을까? 우선, 배아복제를 하지 않아도 된다. 배아복제란 난자의 핵치환을 통해서, 환자에게 면역거부반응이 생기지 않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황우석 박사 파동에서 보았듯이 배아복제는 그 효율이 낮고 많은 수의 난자가 필요한 이유로 현실성이 떨어지는 연구가 되었다. 그러나 iPS는 바로 이 점을 극복한 것이다. 즉, 환자유래의 체세포를 직접 떼어내 이를 줄기세포로 만들게 되므로, 이미 복제과정이 성공리에 끝난 상태의 줄기세포와 동일하게 되는 것이다 (그림2). 또한 배아를 사용하지 않음으로 인해 생명 파괴라는 윤리적 짐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점 역시 사회 각계로부터 환영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은 2차 대전 이후로 미국으로부터 뒤쳐지던 과학을 역전시키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림 2) 면역거부반응을 극복하기 위한 두 가지 선택


그러나 과연 iPS는 최후의 선택이 될 수 있을까? 그렇게 보기는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iPS 는 면역거부반응을 극복했을 뿐 배아줄기세포가 보여준 여타의 문제점들, 즉 체내에서 암 (기형종)을 형성하는 문제나 유전적 안전성, 순수한 분화를 유도하기 어려운 점 등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대안을 찾아서
그렇다면 또 다른 대안은 존재하는가? 본 연구진은 여기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 많은 생명공학도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인류가 당장 필요로 하는 것은 ‘전분화능’이 아니라 하나의 세포라도 완벽하게 생산할 수 있는 ‘완전분화능’ 세포라다. 완전 분화를 통해서만 줄기세포가 진정으로 난치병 치료에 쓰일 수 있으며 비로소 의학적 가치를 띠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점이 비배아성 줄기세포에도 큰 희망을 갖는 이유다. 비배아성 줄기세포는 여러 세포로 분화할 능력뿐 아니라 몸 안에서 세포의 재생을 촉진하는 미세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도 하고 있어 그 응용의 스펙트럼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본 연구실은 이러한 비배아성 줄기세포를 발굴하고, 이를 이용해 완전분화능을 가진 줄기세포를 적중함으로써 몸 안의 재생회로를 가동하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생명공학은 경제력의 경쟁이기도 하지만, 창의성의 경쟁이기도 함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오일환(가톨릭 의과대학 세포유전자 치료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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