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고대신문 1601호 탁류세평에 실린 김은기 국제학부 교수님의 글 ‘한국의 오바마는 가능한가’ 를 읽고 많이 동감하면서도 약간은 다른 측면에서도 부각을 시켜보고자 펜을 들었다. 글쓰기에 앞서 교수님의 훌륭한 견해에 누가 되지는 않을까 염려가 앞서지만, 조심스럽게 의견을 개진해보고자 한다.

지난 11월 초 미국 대통령선거 사상 최초로 흑인인 버락 후세인 오바마가 당선되었다. 이 결과는 전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한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많은 사람들이 오바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혼혈인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뽑는 미국을 부러워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바마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고찰해 볼 수 있을 것인가?

한국의 오바마적 상황을 예를 들어 쉽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에서 온 남성유학생이 한국의 여대생을 만나 사랑에 빠져 사내아이를 낳는다. 장차 그 아이가 성장하여 변호사가 된 후 국회의원선거에 당선, 그 후 몇 년 뒤 대선에도 출마 대통령에 당선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혼혈인이라는 측면에서 크게 보면, 외국인 노동자와 한국인과의 결혼과 그 2세, 또는 농촌의 외국인 신부와 그 2세 등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2006년 만해도 외국인과 혼인한 건수는 3만9700건에 이른다. 전체 혼인 건수의 11.9%에 해당하는 숫자인데, 이는 열 쌍 중 한 쌍이 외국인과 결혼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 중에서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혼인은 3만200건에 달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2006년 결혼한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남성 중 41%가 외국 여자와 결혼했다. 이 중 가장 많은 외국인 엄마는 중국 여성(48.4%)이고 베트남(33.5%) 일본(4.9%) 순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이들의 2세가 성장하여 다음 대선, 아니 20~30년 후의 한국 대선에 등장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은 특히 피부색에 배타적이다. 단지,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의 부정적인 측면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생각은 다른 인종과 피부색에 배타적으로 작용해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2006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세계국가경쟁력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인종차별 문제와 관련, 조사 대상 55개 국가 중 51위를 차지하였고,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는 2007년 7월 우리나라에 대해 단일민족에 따른 인종차별주의를 철폐할 것을 권고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것을 고려해보면, 피부색이 다소 다르거나 흑인 등 혼혈한국인이 우리사회에 편입하고 주류로 성장하여 나아가 한국의 대통령으로 선출된다는 것은 아마도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성(性)이다. 우리는 오바마의 당선에만 신경을 써서 막상 민주당의 경선에서 패한 힐러리를 망각하기 쉽다. 오바마가 경선에서 승리한 이유는 젊음, 비전제시, 언어구사력 등 많은 긍정적인 요인이 있기도 하지만,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미국 국민들은 흑인에 대한 거부감보다 여성에 대한 거부감이 더 컸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만약 혼혈한국인이 여성이라면 우리의 대통령이 되기는 혼혈한국남성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한번 상상해 보라! 피부색이 다른 한국의 혼혈여성대통령을...

나는 “이러한 혼혈인, 더 나아가 혼혈인 한국 여성이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고 당선되어야만 발전된 사회다”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당연히 혼혈한국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단일민족 한국인과 구별하여 또 다른 차별을 의도한 것도 아니다. 단지 나는, 누구든 우리나라 국민이고 능력과 자질이 충분하다면, 피부색과 그 성에 상관없이 그 기회가 주어지는 한국 사회였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장차 한국의 오바마를 기대하려면 “문명의 주요한 진전은 그것이 벌어지고 있는 사회를 거의 난파시키는 과정이다”라고 한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의 말처럼 조금씩 피부색에 대한 편견과 성에 대한 편견들을 난파시켜나가야 한다. 난파의 시작은 ‘피부색이 달라도 성이 달라도 우리랑 같은 한국인임을 인정하는’ 작지만 큰 마음의 변화에서부터 비롯된다. 이러한 변화로 말미암아 장차 혼혈인들이 한국사회에 자연스럽게 편입하고, 주류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며, 나아가 ‘한국의 오바마’, 한국의 ‘여성 오바마’를 받아드릴 수 있는 포용력 있는 한국 사회가 되길 기대해본다.

피봉희 (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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