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말 법원이 식물인간 상태인 환자에 대해 생명유지 치료의 중단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법제화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강조되던 ‘웰빙’과 함께 ‘웰다잉’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중에서 가장 뜨는 방송광고가 상조회사라는 우스개도, 죽음과 죽음이후에 대한 국민들의 염려를 반증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법원의 존엄사 인정판결에 대해 80%가 긍정했고, 인위적 조치가 가능한 ‘적극적 안락사’를 66.7%가 찬성할 만큼 품위있는 죽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높다.

‘존엄사’가 부각되면서 의료계, 종교계, 시민사회와 정치권, 법조계에서는 서로간 또는 내부적으로도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생명의 절대적인 존엄성을 인정하면서도, ‘생명’에 대한 개념적 정의가 상호간에 차이가 있기에 논의의 진전은 쉽지 않다. 더욱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이를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 많아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지난 달 28일 한국의료윤리교육학회가 주최한 학술토론회에서 환자의 ‘사전의사결정서’ 의 도입을 논의하면서, 연명치료의 ‘무의미성’에 대한 가치판단에서 신중이 강조된 것도 같은 이유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들은 환자들의 건강권이 보장되고, 국민들이 건강보험제도나 여타 사회보장제도로 충분히 보호된다는 전제속에서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존엄사’가 가져올  악용과 남용의 우려는 우려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번 판결로 촉발된 죽음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좀 더 진지하게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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