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주거대란’은 본교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일부 대학이 뉴타운개발로 하숙촌을 잃고 있다면, 본교는 ‘재개발’로 인해 정문 앞 하숙촌이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10월, ‘보류’판정을 받은 제기 5구역 주택재개발(이하 정문 앞 재개발)은 재개발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측의 수정안 작성과 더불어 이달이나 다음달 중으로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재심의가 열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추진위 측이 보류판정을 받은 것은 ‘주변 대학교 및 지역 특성을 감안해 건축 계획을 수립하라’는 이유였다. 이에 현재 재개발 추진위 측은 본교 측과 의견을 조율해 정비계획 수정안을 작성 중이다. 그러나 추진위가 지난달 본교 측에 전달한 정문 앞 재개발 설계도서에 대해, 본교 시설부 측은 ‘39층 고층아파트 등의 계획은 대학가 주변의 재개발 대안으로 부적합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설부 관계자는 “현재 본교와 추진위 측의 의견을 절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제기 5구역 재개발반대주민위원회(이하 반대위)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본교 정문 앞 하숙촌엔 교환학생을 포함해 1000여 명 이상의 대학생이 살고 있다. 정문 앞 하숙촌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값으로 본교생들에게 주거공간을 제공해왔다. 정문 앞의 한 하숙집 주인은 “학생형 원룸의 경우 보증금 500~1000만원과 월세 40~50만원가량 줘야하는 안암동(정경대 후문 방향)과 종암동(법과대 후문 방향)에 비해 정문 앞(제기동)은 보증금 500만원에 30만원의 월세면 꽤 좋은 방을 구할 수 있다”며 “정문 앞 하숙촌이 저렴한 가격에 학생들의 잠자리를 공급하다보니 인근 대학 학생들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문 앞 하숙촌이 사라질 경우, 여파는 안암동과 종암동의 학생주거지 수요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곧 이 지역 주거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부동산뱅크 전문기자 장재현 씨는 “정문 앞 재개발로 고려대 앞의 학생 주거지 공급이 대량 줄어들면, 안암동과 종암동 하숙촌의 집값이 뛰어 학생들에게 이미 부담되는 수준의 주거비는 더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가 주거대란의 대책으로 주요하게 언급되는 것은 학내 기숙사 증축이나 학교 밖 기숙사인 ‘학생복지주택’ 설립이다. 하지만 대학가와 인접한 뉴타운개발로 인한 해당지역 대학생들의 피해를 고려해 ‘학생복지주택’을 제공하겠다는 서울시의 대책은 본교의 재개발문제엔 해당되지 않는다. 반대위 측은 “뉴타운개발보다 협소한 범위에서 행해지는 정문 앞 재개발과정에서 학교 밖 기숙사형 주거지를 만들어주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설령 학생들을 고려하겠다는 구색을 맞춘다고 해도 정문 앞 하숙촌을 헐고 짓는 아파트 촌은 900세대 이하인데 이 중 학생들을 위해 얼마나 배당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본교는 수용인원이 적었던 기숙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자기숙사를 신축할 계획이며  빠르면 내년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민자기숙사가 고가의 기숙비용으로 책정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실제로 본교보다 앞서 민자기숙사를 설립한 사립대학들이 일반 대학가의 주거비와 비슷한 수준으로 기숙비용을 받고 있다. 건국대 ‘쿨하우스’의 경우 한 학기 기준으로 230만원, 서강대 ‘곤자가 기숙사’는 260만원에 이른다(식대포함, 1인실). 시설부 김흥덕 씨는 “3인실로 운영되는 기존의 안암학사와 달리 새 기숙사는 2인실 및 1인실로 운영될 것”이라며 “가격에 부합하는 좋은 시설을 제공할 것이므로 단순히 비용적인 측면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누구씨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비용문제가 민감하게 다가올 것이므로 좋은 시설을 갖춘 민자기숙사라도 일정부분 가격조정을 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자기숙사가 학생들에게 좋은 환경으로 제공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비용의 문제를 계속 방치한다면 대학기숙사 문화가 양극화될 것을 지적한다. 남진(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교수는 “비싼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학생들은 기숙사를 사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학내 기숙사를 두고도 다시 하숙촌을 찾아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호 안암총학생회장은 “학교 기숙사가 지방학생들의 주거수요를 포괄적으로 수용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선 기숙사 증축과 지원금지급 등 다각적으로 노력해줄 필요가 있다”며 “정문 앞 재개발문제 또한 곧 재심의에 들어가는 시급한 상황이므로 빠른 시일 내로 학교 측과 논의해 공통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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