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과정이 중요한 스포츠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난 선수라도 1루와 2루, 3루를 거쳐 홈으로 들어와야 한다. 1루타던, 2루타던, 4볼이던 차근차근 한 루, 한 루 밟아가며 득점을 준비한다. 이중 한 루라도 밟지 않고 지나친다면 혹은 밟지 못한다면 이는 누의 공과 또는 잔루에 불과하다. 정부, 정당의 정책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의도가 건전하고 발전 가능성이 있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도 해당 법안과 관련된 이들의 공감, 국민 전체의 공감을 거쳐 상정과 통과의 단계를 거치지 않는다면 이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없다.

2월 국회가 시작되고 지금까지도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계속되고 있다. 바로 ‘미디어법’ 상정 문제가 그렇다. 양측의 첨예한 대립으로 파행을 겪던 국회에서 한나라당은 결국 안 되면 ‘직권상정’이라도 하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 ‘직권상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니 이미 그 법안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설명하고 고민하려는 생각은 안중에도 없는 자세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정당에게 묻고 싶다.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설명과 설득의 과정을 거쳤는가? 이를 반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노력은 하였는가? ‘이 법안은 지금 당장 상정해서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가 아니라 ‘이 법안은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고 어떻게 진행할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이득이 있을 것이다.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하겠다’라는 이야기를 통해 먼저 관계자를, 국민을 설득하라. 그 방법이 ‘직권상정보다도 빨리 법안을 통과 시키는 방법’이고 ‘득점에 성공하는 과정’일 것이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