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개정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 = 박지선 기자)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임시국회에서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 기습상정을 시도하자 야당과 언론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미디어법 상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 지난 2일(월)에는 각 방송사의 노조원들이 제작을 거부하고 집회에 참여하면서 잠정 중단됐던 파업이 재개됐다. 

논란은 지난해 12월 3일 한나라당이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시작됐다. 한나라당이 제시한 미디어법안은 △신문법 △방송법 △전파법 △IPTV법 △언론중재법 △정보통신망법 △디지털방송전환법 등 총 7개다. 이 중 현재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신문법과 방송법이다. 한나라당이 제시한 신문법은 현행의 △신문·방송 겸영 금지 △3개 신문사(조선·중앙·동아)에 대한 독점 규제 규정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신문발전기금 지원 대상 배제 등의 조항삭제와 개정이다. 방송법 개정안은 모든 대기업과 신문사의 지상파와 보도채널, 종합편성채널(케이블, 위성방송 등)의 지분 소유를 각각 최대 20%와 30%, 49%까지 허용한다는 것을 중심으로 한다.

여당은 미디어법 개정을 통해 일자리창출과 방송산업 활성화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은 “방송법안의 개정을 통해 여러 자본이 유입돼 플랫폼 간의 경쟁이 활성화되고 다양한 양질의 서비스가 생겨나는 등 선순환 구조를 갖게 되면 일자리창출과 방송부가가치도 최대 3조원까지 상승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야당과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최상재, 이하 언론노조)은 ‘대기업과 신문의 방송진출을 허용하는 것은 방송민영화를 통한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음모’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언론노조는 ‘개정안 자체의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언론악법은 새로운 방송의 허가가 아니라 기존의 지상파 방송들을 대자본과 조·중·동에 나눠주는 법일 뿐”이라 비판했다.

미디어법과 관련해 1월과 2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와 여당이 강행처리를 시도하자 언론노조는 프로그램 제작을 전면거부하고 언론법 개정에 대해 강력 대응했다. 언론노조는 △신문 △방송 △출판 등 매체산업의 125개 노조가 모여 만든 단일조직으로 지난해 12월 26일과 지난 2일(월) 두 차례에 걸쳐 총파업을 진행했다. 1차 파업에선 여야가 미디어법에 대해 1월 임시국회에서는 상정하지 않을 것에 합의하면서 언론노조는 13일 만에 파업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현업에 복귀했다. 이번 2차 파업에선 직권상정이 되기 전 여·야가 미디어관련법을 6월 국회에서 논의키로 합의하면서 다시 현업에 복귀했다. 충분한 논의를 원했던 야당과 미디어법 상정을 원했던 여당이 한발씩 양보해 100일간의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한 협의 후 6월 국회 때 표결 처리키로 한 것이다. 한나라당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는 “문방위에서 100일간 여론수렴 등의 과정을 거친 후, 6월 임시국회에서 국회법 절차에 따라 표결처리하기로 여·야당의 두 대표가 회담에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또한 기구의 구성과 논의 결과의 반영여부 등에 대한 여·야의 의견이 맞지 않아 갈등을 겪고 있다. 여당은 해당 논의기구의 경우 자문기구에 불과하므로 국회가 그 의견을 수용할 의무가 없으며, 구성원에서 국회의원은 제외하고 대기업의 지상파 참여배제에 관한 수정안을 제출하겠다는 입장도 백지화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회적 논의기구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산하기구로 미디어법 논의와 여론수렴해주는 자문 기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의서에 명시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논의기구는 해법 도출기구로 논의결과를 법안에 반영하며, 이를 위해 최소 문방위 여야 간사들은 논의기구에 참여해야하고 대기업 배제는 이미 합의된 것이므로 신문의 지분 참여 배제만 논의하면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언론 과의 인터뷰에서 “충분한 여론 수렴과 전문가들의 토론을 거쳐 그 뜻이 반영되는 입법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100일간의 논의가 실질적이고 충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사회적 논의기구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이창현(국민대 언론정보학부)교수는 “사회적 합의가 없었던 개정안에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정치권에서는 통과 이후의 정책시행 정당성을 위해 논의 결과를 수용해야할 것이다”고 말했다. 문재완(한국외대 법학과)교수 또한 “방송이 디지털화되고 채널이 다양해졌으니 관련법안도 바뀌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익집단에 의해 국민들의 진짜 의사가 드러나지 않고 왜곡되는 상황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면 공정언론시민연대 최홍재 사무처장은 “국회에서 책임있게 처리해야 할 사안을 이행치 못해 기구가 만들어진 점이 아쉽다”며 “앞으로 모든 법안을 기구를 통해 처리하려는 경향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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