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에 재학 중인 A씨는 400만원에 가까운 목돈을 한꺼번에 마련하기 어려워 학자금대출을 신청했다. 그는 “커피 한 잔도 카드결제가 되는 세상에 등록금은 한꺼번에 현금으로 내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카드납부가 가능했으면 학자금대출까진 받지 않았을 것”이라 하소연했다.

2009학년도 등록금이 동결됐지만 부담은 여전하다. 본교를 비롯한 많은 대학은 등록금을 여러 번에 나눠 납부하는 분납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대부분 신청자격과 절차가 까다로워 실제로 분납제도를 이용한 학생은 소수(지난해 본교 기준 △1학기 1.06% △2학기 1.17%)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학생과 시민단체는 대학의 등록금 카드 납부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일괄적으로 정해진 횟수에 맞춰 등록금을 납부해야하는 분납제도와 달리 신용카드를 이용하면 개인 사정에 맞춰 할부개월 수를 조절해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교의 경우 수수료부담 등을 이유로 아직까지 등록금 카드납부에 관해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는 상태다.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타 대학의 시행 결과가 좋다면 본교도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현재까진 등록금 카드납부를 시행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400여개 대학 중 사이버대학을 포함해 약 60개교 만이 등록금 카드납부를 시행하고 있다. 등록금 카드수납을 실시하는 대학이 많지 않은 이유는 1.5~3%정도 되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부담을 대학들이 꺼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2학기 등록금 카드납부를 시범운영했던 명지대의 경우 수수료 부담 문제로 시행을 중단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를 잘 조율해 등록금 카드납부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대학도 있다. 전북대는 지난 2003년부터 등록금 카드납부를 시행하고 있다. 전북대 주거래은행인 전북은행의 자사 카드를 이용하면 최대 24개월까지 할부가 가능하며, 2개월까진 무이자 할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북은행 전북대지점 측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전북은행이 전액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카드 사용빈도를 높이고 장기 고객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학교와 은행 모두에게 이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세대도 올해 1학기부터 등록금 신용카드 납부를 실시했다. 1.5%의 가맹점 수수료는 학교 측이 부담하며, 최대 6개월까지 할부가 가능하다. 연세대 재무부 직원 김주현 씨는 “납부방법을 다양화하고 학생들의 편익을 도모하고자 신용카드 등록금 납부제를 도입했다”며 “추가납부를 제외한 본 납부 기간에만 1389명이 신용카드 납부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다만 연세대의 경우 카드소지자의 등급별로 무이자 혜택이 달라져 일부학생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정웅진(연세대 외국어문학부09)씨는 “할부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수수료율이 최대 연 18% 정도 된다고 들었다”며 “수십만원의 할부수수료가 부담돼 결국 현금으로 등록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명지대의 한 관계자 또한 “카드납부 시 할부이자를 학생들이 감당해야 해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제도를 활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부차원의 제도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은 “비싼 등록금으로 인해 가계부채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등록금 카드납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며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속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최주영 부회장 또한 “많은 대학에서 2~3회에 걸친 분납제도를 실시하지만 학부모의 입장에선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학자금에 한해 무이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마련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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