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이 일선판사들에게 전달한 이메일들로 인해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던 신 대법관은 야간집회 금지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된 이후 촛불집회와 관련한 재판에 대해 ‘통상적인 법절차에 따른’ 진행을 독려하는 이메일을 은밀히 형사단독 판사들에게 수차례 보냈다.

이를 두고 이용훈 대법원장은 ‘메일이 판사에게 압력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실제로 담당판사에게 압력이 되었는가는 차지하더라도, 그러한 메일이 판사들에게 전달하는 행위 자체가 부적절하게 비쳐진다. 위헌제청된 법률을 두고 재판을 유보할 지 또는 현행 법률에 따라 심리를 계속할 지는 담당판사의 권한이고, 관행적으로는 심리를 유보해 왔기 때문이다.
의혹이 확산되면서 사법부에서는 법원행정처장 등으로 구성되는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신속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와 재야법조계 등에서는 법관으로만 구성된 조사단은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논란이 되는 이메일들이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판사에 대한 부적절한 내부압력이 될지 또는 직위에 따른 적절한 사법행정이 될지는 정말 정치(精緻)하게 가려야 할 일이다. 대한민국의 법치와 양심의 보루로서 사법부의 권위와 존엄성에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들은 입법부의 나태와 오만, 행정부의 독주에 질려있기에 사법부가 견지하는 정의와 양심을 마지막 기대처로 삼고 있다. 이번 일에 대해 공명정대한 조사와 국민 모두가 납득할 훅속조치가 따라야 한다. 그래야만 힘들리는 사법부의 위상을 조속히 회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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