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번째 비정기 고연전은 럭비!!

남성미 넘치는 거친 스포츠 럭비가 올해의 서장을 열었다. 올해 춘계럭비리그전에서 양교는 피할 수 없는 진검승부를 벌였다. 본지 기자 두 명도 여자 친구와의 데이트도 반납하고 뜨거운 고연전의 순간을 함께하기 위해 경기가 열리는 인천 기계공고로 향했다. 3월 7일 토요일 인천기계공고운동장. 봄 햇살은 따사로웠으나 아직 봄바람은 찼다. 제법 쌀쌀한 날씨임에도 운동장에서 몸을 푸는 양교 선수들의 눈빛엔 한 치의 흩트림도 없었다. 오직 승리를 향한 열정만 이글거리고 있었다. 작년 세 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패배한 우리학교 선수들은 올해는 '다름'을 보여주기 위해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연세대 선수들은 지금까지 좋은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자만'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우리학교는 먹이를 앞에 둔 굶주린 호랑이가 라이벌을 만나 포효하는 날카로운 분위기였다면, 연대는 하늘 위에서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처럼 침착한 분위기라고나 할까. 어쨌든 양교의 분위기는 먹이를 앞에 둔 맹수같이 살벌했다. 한동호 감독은 "서로 부담스러운 것은 마찬가지.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연세대 김도현 감독은 "서로 실력이 비슷한 양 팀이다. 오늘 경기는 서로의 약점을 알아가는 경기가 될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꽉 찬 양쪽 스탠드! 아쉬운 일반학우들의 응원….
인천기계공고 럭비 경기장에는 제대로 된 관중석은 없다. 찾아온 관중들 모두 서서 응원해야하는 상황이었으나,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응원의 뜨거운 열기는 식지 않았다. 세 단으로 된 본부석 양쪽 스탠드는 양쪽 관중들로 꽉 찼다. 우리학교 선수의 학부모는 청주에서 아들네 학교 응원을 왔다며 본지 기자를 보고 반가워했다. 비정기 고연전에는 양교 응원단도 찾아와 관중석 흥을 돋웠다. 경기장에는 럭비부 O.B들도 찾아와 응원에 힘을 실었다. 재학시절 LOCK으로 활약했다는 O.B선배는 본지 기자에게 규칙을 자세히 설명해주며 럭비의 매력을 알려줬다. 중간 중간 연대 선수가 응원석 쪽으로 오면 날려주는 '농락 멘트'는 센스! 그리고 아이스하키 선수단도 럭비부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하지만 일반학우들의 참여가 부족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우리학교 응원단 이한별 부단장은 "이번 경기에 대한 홍보도 부족했지만, 비정기 고연전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몇 년 전부터 너무나 익숙한 상황"이라고 했다. 정기전에만 모이는 관심도 문제지만, 대학부 대회들이 지방에서 열리는 것도 일반 학우들에게서 운동부를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경기시작 직전 벤치의 뜨거움
김성남 코치가 몸을 풀던 선수들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곧 선수 하나하나 호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동호 감독이 직접 선수들에게 유니폼을 건네며 장중하게 격려했다. 선수 한명, 한명 어깨를 두드리며 따뜻한 말 한마디와 함께 우리학교 2009년 럭비부 유니폼을 내줬다. 경기가 시작되기 바로 전 김성남 코치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재밌게 놀다 와라!"

나는 속으로 외쳤다. '재밌게 노는 것도 좋지만 꼭 이겨라!'라고……

전반- 열띤 경기, 치열한 공방전

경기는 초반부터 치열했다. 우리 선수들과 부딪히는 연대 선수들은 나뒹굴기 바빴다. 동계훈련 내내 체력훈련만 했다는 연대 김도현 감독의 멘트에 물음표가 찍혔다. 독이 잔득 오른 우리선수들의 태클에 연대 선수들은 너풀너풀 쓰러졌다. 기세를 탄 우리는 윙 김현수까지 연결되는 놀라운 패스와 돌파로 첫 트라이를 하며 기분 좋게 앞서 나갔다. 하지만 연대도 만만치 않았다. 치사한 연대(사실 경기를 잘 풀어나간 것이다)는 스크럼에서 우위를 보이자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조직력의 고대, 스피드의 연대라고 했었는데, 무언가 바뀐 양상이다. 조직력의 스크럼에서 밀리다니…… 안타까움에 고개를 돌리는 순간 상대 스크럼이 우리 진영 끝선까지 밀고 들어오더니 결국 트라이에 성공했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상대 진영까지 돌파하여 박완용이 멋진 트라이를 성공! 거기에 이번엔 보너스 킥까지 넣으며 12-5로 앞섰다. 우리가 앞선 전반전. 정규 시간 40분에서 10분은 더 났는데 왜 그렇게 로즈타임은 길기만 한지 도무지 심판은 휘슬을 불 생각을 안했다. 심판 불안요소 하나. 결국 연대는 우리 골라인을 넘어 공을 박았다. 다행히 보너스 킥은 실패해서 우리의 근소한 리드는 이어졌다. 12-10. 그런데 상황이 끝나고 공수 허리 역할을 하는 No.8 황인조가 어깨 통증을 호소했다. No.8 불안요소 둘. 전반은 불안요소 두 개를 껴안고 끝났다.

후반=고무줄 경기 시간, 아쉬운 역전패
후반전도 우리가 압도한 경기였다. 황인조 대신 이대희가 들어갔고, 포지션 변화를 통해 다른 선수들이 No.8의 공백을 잘 메워주었다. 이대희는 첫 공식경기 데뷔라며 약간 긴장하면서 벤치에서 나갔는데 경기장에서는 제몫을 톡톡히 했다. 공은 연대 진영에서 넘어오질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득점을 못했다. 골라인에 다 와서 실수하고 다 와서 실수하고…… 정말 한끗차다. 응원하는 입장에선 속 탄다. 불안하다. 답답할 노릇이다. 연대 진영에서 꾸준히 밀어붙였으나 소득이 없었다. 어느 스포츠나 마찬가지다. 기회 뒤에는 반드시 위기가 온다. 찬스무산 불안요소 셋. 결국 실점했다. 당시를 생각하면 답답해서 긴 글이 도무지 나오질 않아 호흡이 짧다. 필드 중간에서 드리블을 하다가 상대에게 공을 빼앗겼고, 이어진 공격에서 심판의 애매한 판정이 나왔다. 페널티킥. 진석이의 객관적인 기사에 따르면 22m 거리에서 주어진 페널티킥이라고 한다. 벗어나라는 우리학교 응원석, 관중의 기도는 연대 관중의 들어가라는 소망보다 약했나 보다. 연대선수 발을 떠난 공은 깨끗하게 골대 한가운데를 통과했다. 경기 종료 10분여를 남기고 실점한 것이라 더 아쉬웠다. 12-13. 끌려가게 되자 잘 풀리던 경기도 말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심판이 로즈타임을 거꾸로 적용했다. 40분도 되기 전에 경기를 종료한 것이다. 경기는 그대로 끝났고 2009년 춘계럭비리그 대학부는 연대가 우승했다.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은 풀이 죽었다. 역전 페널티킥 실점 상황 전에 상대 태클에 의해 공을 놓쳤던 박완용은 죄인처럼 행동했다. 뱃노래도 그의 마음을 풀어주지 못했다. 응원단과 어깨를 걸고 뒤풀이 응원을 하는 동안 내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작년 고연전 단상에서 이재민이 생각나는 것은 나뿐일까…… 그 분위기에서 본지 기자들도 차마 다가가지 못하겠더라. 선수들 인터뷰는 다음으로 미뤘다. 우리 선수들을 피해 경기가 끝나고 기세등등한 연세대 김도현 감독을 만나 소감을 들어봤다. 역시 우리 약점 이야기를 잊지 않았다. "승부처는 스크럼이었다. 고대의 스크럼이 그렇게 약한지 생각도 못했다. 전술적으로 상대의 약점을 계속해서 공략했다"며 스크럼에서 우세가 승리로 연결 되었다고 했다. 연대에서 첫 트라이를 성공한 김여훈은 "우리가 승리하고자 하는 마음이 고대를 앞섰다. 정신력에서 이겼다고 본다"며 경기 마지막 정신력을 승부처라고 꼽았다. 경기 전체적으로 밀리지 않았냐고 물어보는 기자의 질문에 "부상자들이 많아서 힘든 경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1, 2학년이 잘 해줘서 그 공백을 잘 메웠다"며 후배들의 활약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실제로 2번째 트라이를 성공한 차승균은 2학년 선수였다.

경기 내용은 좋았다. 하지만 스크럼에서 너무 밀렸다. 서로 8명의 선수가 틀을 짜고 맞부딪히는 스크럼은 럭비에서 핵심적인 것이다. 힘과 힘의 대결. 여기서 밀리게 되면 경기 전체의 전술 운용은 물론 선수단 사기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김성남 코치가 "우리 시스템 럭비가 점점 완성되고 있다. 우리 약점을 알아낸 만큼 앞으로 개선해나가겠다"며 이번 경기를 과정으로 평했다. 비록 졌지만, 작년 보다 점수 차가 줄었다. 스크럼을 제외한 다른 모든 부분에서 압도했다. 특히 트라이에 성공한 두 선수 박완용과 김현수의 활약은 눈부셨다. 경기가 끝나고 내내 고개를 들지 못하던 박완용이 안쓰러운 것도 그런 이유다. 그 결정적인 실수 하나 빼면 잘했는데 스포츠란 결과를 떠나서 이야기 할 수 없기에 그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우리 스포츠 문화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나는 열심히 뛰어준 그리고 럭비의 매력을 알게 해준 우리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글·사진=김민규(언론 04) 기자
기사 제공 : SPORTS 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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