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한국과학관협회(회장=조청원)에 등록된 76개의 과학관을 비롯해 총 100여개의 과학관이 있다. 1개 과학관 당 인구 50만명 수준으로 △독일 7만명 △프랑스 10만명 △미국 16만명 △일본 15만명 등에 비해 턱없이 높은 수치다.
질적인 면에서도 ‘볼거리가 없다’, ‘재미없다’는 세간의 인식은 물론이고, △규모 △정부의 지원 △인력 △전시운영 등도 낮은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850명, 한국 77명
국내 과학관의 열악함은 인력 면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프랑스 라빌레트과학산업관의 경우 1000여명의 전문 인력이 연간 2000억원(2004년 기준) 이상의 예산으로 운영한다. 국립과천과학관(이하 과천과학관)과 전시면적이 비슷한 미국보스턴과학박물관도 직원 수가 850명에 이른다. 반면 국내 최대 면적과 시설을 자랑하는 과천과학관은 77명이 관리와 운영을 도맡는다. 또한 이 인원 중 연구직 인력은 21명밖에 안 되는 상황이다. 하경자(부산대 대기환경학과)교수는 “외국 과학관의 경우 ‘과학 해설사’가 따로 있어 이를 박사급 인력이 담당하고 있다”며 “과학관은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지만 우리나라 과학관의 경우 행정관련 인력을 과학 분야에 사용하고 있어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노후화 된 전시 시설

(사진 = 곽동혁 기자)
운용인력이 부족한데다 전시 시설마저 노후화되었다. 지난 2007년 조사 결과 국립중앙과학관(이하 중앙과학관)의 전시품 중 43.7%와 국립서울과학관(이하 서울과학관)의 77.5%가 5년 이상 경과한 것들이었다. 특히 전시기획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를 둔 중앙과학관과 과천과학관의 경우와는 달리 서울과학관은 전시 전담부서가 따로 없어서 전시품운영위원회를 수시로 개최하여 전시품 관련사항을 결정해 교체 주기마저 일정하지 못하다. 박승재 과학문화교육연구소 소장은 <과학관 육성을 위한 기본 정책방향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과학관 전시 시설에 대해 언급하며 ‘교육시설과 기자재의 노후에 따른 유지보수가 미흡한 상황’이라 지적했다.

작아도 알찬 운영 필요해
과학관의 부지면적과 건축면적을 포함한 총 면적도 중요하다. 과학관이 크다고 좋은 것은 아니지만 전시관이 클수록 보여줄 전시물의 개수가 많아지고 그 크기도 크게 제작할 수 있다. 좁은 곳에 작은 모형을 전시하는 것보다 모형이라도 실제와 같은 크기로 크고 자세하게 전시한다면 교육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 실제로 미국의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은 넓은 면적을 이용해 실제 로켓과 비행기 등을 전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완식 교수(충남대 기술교육과)는 “비록 외국의 과학관과 비교할 경우 우리나라 과학관이 작은 규모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의 면적을 고려할 때 전시면적만 1만 8699㎡인 과천과학관의 규모는 매우 큰 편”이라며 “과학관을 어떻게 운영하고 관리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부족한 지원=재미없는 과학관
알찬 운영을 위해선 그만큼 돈이 든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정부는 과천과학관에 200억 원대의 예산을 책정했다. 하지만 과천과학관보다 작은 규모의 일본국립과학박물관은 연간 운영비가 350억원에 이른다. 과천과학관 장기열 관장은 지난해 1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과학관은 건설비의 10분의 1 수준을 재투자해야 끊임없이 새로운 전시로 과학관을 꾸밀 수 있다’며 ‘항상 새로운 과학을 만나고 다시 찾고 싶은 과학관을 만들기엔 현재 책정된 예산이 절대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해 정부의 부족한 지원을 지적했다.

증가 추세의 관람인원

이 중 다행인 것은 국내에서 과학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고 과학관을 찾는 인원도 매년 증가추세라는 것이다. 중앙과학관의 관람인원은 지난 1998년부터 2006년 사이 약 11만 명이 증가했다. 특히 2002년 이후에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는데 이는 우리나라 과학관 자체의 전시보다 외국 전시품의 순회 전시에 의한 영향이 크다. 박승재 소장은 “외국 전시품 때문에 관람인원이 증가했다고 해서 우리나라 과학관이 전혀 발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외국 전시품을 전시하는 특별전시도 과학관 활동의 일환인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과학관의 국제적인 활동이 활발해진 것”이라 평가했다.

과학관이 나아갈 길
전문가들은 과학관이 전 국민에게 과학문화를 보급할 수 있는 중요한 장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장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최완식 교수는 “사이언스 WIDE 프로젝트와 같은 정부의 과학에 대한 관심은 당연한 것”이라며 “과학관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정부의 관심과 예산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우리나라 과학교육이 성과 위주의 경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과학관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개념을 잡아줄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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